2020. 5. 11.

[TDC LiVE] 서체 디자이너가 전하는 대한민국만세 삼둥이체 비하인드 스토리



윤디자인그룹의 중심은 바로 타입(Type), 즉 글꼴을 디자인하는 TDC(Type Design Center)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꼴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TDC의 글꼴 디자이너들이 글꼴 디자인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는 [TDC LiVE]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은 권예주 선임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제12회 희망한글나무>를 통해 배포 중인 「윤초록우산어린이 삼둥이」 서체를 디자인한 권예주 선임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윤초록우산어린이 삼둥이」 서체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글·사진 _ TDC 권예주


‘하나도 둘도 아닌 우린 셋이라네♬’


국민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친구들을 돕기 위해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윤디자인그룹도 재능기부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제가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원도의 주인공이 삼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응? 내가 아는 그 삼둥이~?’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원도를 받아보았는데…



지금 보면 셋이 다 달라 보이지만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아직 한글에 친숙하지 않은 삼둥이였기에, 본인만의 필체가 있다기보다 아이들의 글씨에서 비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더 두드러져 보였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송일국 부부께서 대한, 민국, 만세에게 이렇게 글씨를 쓰면 나중에 서체가 되리라는 것과 그 서체를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준 뒤 글씨를 쓰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씨를 쓰다 말고 놀러 가는 자유로운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도요. (웃음)


그렇게 며칠을 지루했을 텐데도 꾹 참고 앉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을 아이들의 노력을 떠올리며 다시 원도를 보니 아이들이 기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인 것도 맞지만, 우선은 그런 삼둥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이 서체가 삼둥이의 성장 과정에 좋은 추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초반에 가장 고민이 많았던 지점은 바로 ‘세 아이의 서체를 어떻게 서로 다르게 보이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각각 컨셉을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컨셉은 아이들의 캐릭터로 잡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어쩌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 본 애청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한때 대한, 민국, 만세한테 열광했던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쌍둥이지만 세 아이의 캐릭터가 다 다르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의 캐릭터를 통해 손글씨를 들여다보니 정말 그 성향들이 손글씨에 다 드러나 있었습니다!



의젓한 맏형 대한


대한이는 아빠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보고 가끔은 혼을 내기도 하는데 동생들 사이에서 배려심과 균형감을 유지하는 맏형답게 비교적 글줄이 고르고 닿자의 크기가 전체적으로 오밀조밀해서 신중하고 의젓한 인상을 주는 글씨입니다.



삼둥이 중 유일하게 사인펜으로 썼기 때문에 원도의 느낌을 살려 사인펜 잉크가 번지는 질감까지 연출하였고, 전체적으로 장체지만 대한이 스스로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구조의 글자는 넓고 크게 쓴 모습이 아이답다고 느껴져서 이 부분을 살려서 작업했습니다.



대한체의 영문을 작업할 때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대문자와 소문자의 크기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사용성을 생각해 보정해야 할지, 아니면 대한이의 원도를 살려 작업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살려 서체에 담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대문자와 소문자의 형태가 동일하게 생긴 ‘C, W, S, U’ 등의 알파벳을 위해 크기에 약간의 차이를 두고 형태도 다르게 하여 구분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흥부자 민국


차에 앉아 이동하는 중에도 항상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는 애교 많은 흥부자 민국이는 손글씨에서도 흥이 넘칩니다. 춤을 추듯 자유로운 글줄과 리듬을 타며 노래하는 듯 다양한 크기의 자소, 뿐만 아니라 힘의 강약으로부터 오는 흐리기도 하고 진하기도 한 다양한 회색도의 연필 질감에서도 흥이 느껴집니다.



민국이의 글자에는 또 하나의 재미가 숨어있는데 바로 거울글자입니다. 민국이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이 거울글자로 글씨를 쓴다고 하는데요. 어른들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순수한 아이다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서체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용성을 고려하여 한 글자에만 적용했습니다. 실제로 민국이의 원도에서도 그 한 글자만 뒤집어서 썼기 때문에 오히려 원도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국체 영문의 경우에도 원도에 따라 소문자 ‘e’에 거울글자를 반영해보려 했었는데, 이 부분은 판독성이 낮아져 사용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평범한 형태로 바꾸게 되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삼둥이 중에 유일하게 대문자와 소문자의 크기 차이가 비교적 명확해서 한글의 리듬감과도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었습니다.




자유영혼 만세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은 만세 서체입니다. 작업 도중 송일국 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만세가 삼둥이 중에서도 한글에 가장 친숙하지 않아서 형들이 쓴 글씨를 보고 썼다고 하는데 저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역시 만세다!’ 싶었답니다. (웃음)


글자를 모르지만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쓰다니! 닿자의 크기감이 커서 시원한 인상을 주는 데다가 자신감 있게 눌러 쓴 연필 질감 덕에 회색도도 비교적 고르니 정말 만세답고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체적으로 네모꼴인데 중성의 세로줄기가 아래로 길게 내려오거나 받침이 왼쪽에 위치해있는 것이 만세의 엉뚱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이 부분을 살려서 작업했습니다.



만세는 문장부호마저 강렬합니다. 원도에서도 마치 수박씨를 얹어 놓은 것처럼 진하게 칠해서 마침표를 찍어두었는데, 사용성을 고려하여 원도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영문에서도 만세의 엉뚱함이 잘 드러나는데, 대문자보다 소문자의 속공간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문자가 더 커 보이죠. 게다가 한글의 마침표와 마찬가지로 소문자 ‘i’의 점마저 강렬하고요. 만세체도 대한체와 마찬가지로 대문자와 소문자가 형태나 크기감으로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삼둥이 딩벳


마지막으로 폰트에는 삼둥이의 딩벳이 숨어있답니다. 대한체에는 대한이의 얼굴이, 민국체에는 민국이의 얼굴이, 만세체에는 만세의 얼굴이, 그리고 세 서체에는 모두 삼둥이가 함께 있는 딩벳도 담겨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시절의 대한, 민국, 만세의 얼굴이라서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아래의 이미지를 보고 누구의 얼굴인지 맞혀보세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써준 원도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손글씨 서체도 많은 정성이 들어가지만, 어린아이의 손글씨 서체에는 추가되는 과정이 더 많았습니다. 거의 모든 과정에서 두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래서인지 삼둥이의 서체 개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섭섭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원도를 확인해가며 서체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함과 동심이 느껴져서 작업하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고 저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 서체를 접하는 모든 분들이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열심히 써준 삼둥이의 동심을 전해 받아 잠깐이나마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친구들을 돕기 위해서 애써준 삼둥이의 마음이 많은 분들의 모금으로 이어져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12회 희망한글나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윤초록우산어린이 삼둥이」 서체 개발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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