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디자인학교 5·6기 졸업생 인터뷰」는 온라인 디자인 매체 『타이포그래피 서울』(TS)의 ‘TS 파트너즈’ 과제작 중 한 편입니다. TS 파트너즈는 2030 대학생 및 현업 디자이너 100인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이들은 매달 TS 편집팀이 제시하는 과제에 참여하는데, 2022년 11월의 과제는 ‘취재’였습니다. 대학교 디자인학과의 지금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었죠. TS 파트너즈 마흔여섯 명이 참여했고, TS 편집팀은 심사를 통해 최우수 1인과 우수 4인을 선정했습니다.
이 글을 쓴 TS 파트너즈 이승혜(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 님은 아쉽게 최종 5인에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심사를 담당한 TS 편집팀의 임재훈 에디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승혜 님의 글을 두고 마지막 심사 과정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다른 참여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타이포그래피 서울』에서 소개할 수는 없지만, 외부 채널인 『윤디자인 M』을 통해서라도 이 글을 알리고 싶다. 피처 아티클(feature article)로서 충분한 정보성과 흥미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듯 알찬 취재를 진행해주신 TS 파트너즈 이승혜 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메시지에 『윤디자인 M』도 공감하였고, 이승혜 님의 동의를 얻어 「2022 디자인학교 5·6기 졸업생 인터뷰」를 기쁘게 싣습니다.
많은 대학교 디자인학과들은 지금 두 계절을 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당연히 겨울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졸업전시 시즌’입니다. 이번 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디자인 대안학교인 ‘디자인학교(디학)’의 졸업전시 취재를 다루었습니다. 전시를 직접 준비한 디학 5·6기 졸업생 열한 명을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디학은 나이, 직업, 전공과 관계없이 누구나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듯 디학 동기생들끼리는 존대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배움 앞에 모두가 수평하며, 디자인 공부와 더불어 다 같이 친구가 되는 디학만의 고유한 문화입니다. 이 글은 디학이라는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 갈 수 있고 어떤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지, 어떤 시간 안에 놓이게 되는지를 이 글에서 미리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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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디자인학교(디학) 5·6기 졸업생 인터뷰
글·사진. 이승혜 / 일부 사진은 디학에서 제공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를 마주보고 쭉 걷다 보면 건물 사이에 낀 보라색 문을 발견할 수 있다. 졸업전시 시즌인 요즘, 비밀스러워 보이는 이 공간에서 또 하나의 졸업을 축하하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스파인서울(@spineseoul)’에서 진행되었던 디자인학교 졸업전시 이야기다. 디자인학교는 기수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로 1년 동안 디자인을 배우는 교육공동체다. 졸업전시는 두 기수에 한 번 진행하는데 이번엔 5기와 6기 멤버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글, 활자짜기, 책] 14 text 11 typography 11 books〉(@14text11typo11books)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준비한 11명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스파인서울을 찾았다.
Part 1.
전시명 〈[글, 활자짜기, 책] 14 text 11 typography 11 books〉의 의미와 준비 과정
우선 졸업을 너무 축하드립니다. 처음 전시를 접했을 때 제목이 독특하다고 느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14명의 친구들이 쓴 글을 묶고 그중 11명의 친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11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스토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제목이에요. 디자인학교에서 1년 동안 배운 것들을 각자 정리하면서 책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고 마무리로 졸업전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기획을 총괄해주신 김의래(@euirae) 선생님은 ‘이미지 사건’이라고 표현해주시기도 하셨어요. 그만큼 이번 전시에서 책은 디자인학교에서의 여정과 기억을 상징하기도 해서, 이 모든 과정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며 축하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전시 포스터도 세 가지나 있어서 각각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배경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큰 기획을 잡고 시작했다기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하면서 완성했어요. 한 명이 아닌 모두의 손을 조금씩 거친 포스터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지현이 수업 시간에 말풍선 그래픽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을 우림이 변형하고 정민이 포스터로 가공해서 첫 번째 전시 포스터가 만들어졌어요. 말풍선은 서로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모여있거나 충돌하기도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하고요. 또 전시 제목을 보면 글자 위에 각주처럼 숫자를 달아 놓았는데, 이것은 혜진의 아이디어였어요. 이후에 책 전시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두 가지 포스터를 더 만들자고 해서 총 세 개의 포스터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저희가 만든 책의 판형 크기를 그대로 넣은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쌓은 모양을 넣은 버전이에요.
너무 심각하지 않고 다 함께 즐기면서 만든 전시 포스터라 더 좋네요.(웃음) 졸업작품으로 넘어가자면, 같은 내용을 가진 11권의 다른 책이 나온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실제로도 너무 다양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신기했는데요.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해낸 11권의 졸업작품에 대해서 한 분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용식
친구들 중 가장 큰 판형 크기로 제작했습니다. 엄청 커서 책처럼 보이지 않기도 해요. 미국의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이라는 디자이너가 손으로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하는 점이 흥미로웠고, 이번 작품에 그런 방식을 많이 시도하려고 노력했어요. 주로 손작업과 카메라로 찍은 것을 컴퓨터로 옮겨서 후작업을 했어요. 복사기를 이용해 보기도 하고 여러 실험을 거치면서 발견한 우연성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정민
친구들의 글을 읽었을 때 떠올랐던 ‘14개의 다양한 인상들’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눅눅하거나’, ‘안개가 껴 있거나’, ‘맑거나’ 하는 여러 인상을 표현한 추상화를 직접 그려서 넣었어요. 그리고 그림과 글과 오묘하게 연결되도록 포인트를 더했는데요. 예를 들면 주제에 해당하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가 들어간다거나, 그림의 색을 폰트에도 적용하는 식입니다.
우영
‘우린 소중해’라는 콘셉트로 14개의 글이 동시에 시작되도록 했어요. 처음엔 정신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단주를 사용해서 명확하게 구분을 지어줬습니다. 표지를 포함한 책 전체에 단주를 반복해 사용한 것이 큰 특징이고, 내용의 양에 따라 먼저 끝나는 글들은 또 다른 규칙들을 적용해서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호수
어쩌다 보니 제 이름을 따라 ‘물의 흐름’이라는 콘셉트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모든 글의 물이 흐르듯 편하게 잘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폰트 크기나 질감을 비슷하게 유지하되 그 안에서 조금씩 물의 특징이 느껴지도록 만들었어요. 친구들을 사물에 은유한 일러스트를 담았고, 그것들을 물에 넣어서 직접 찍은 사진을 표지에 담았습니다.
효진
선생님께서 나의 엉뚱함을 더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말이 안 되는’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말은 내가 하니까 내 얼굴이 모든 페이지에 들어가는데요. 다른 친구들의 글에 내 얼굴을 넣었다는 점이 자기애가 느껴진다고도 하는데, 그만큼 말이 안 되게 느껴진다면 성공입니다. 내용도 기존 책의 문법과는 다르게 세로로 읽게 만든다거나 특이한 단위를 사용해 디자인했어요.
예진
친구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진로, 죽음에 대한 것까지 다양했는데, 이것을 삶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일한 서체와 크기를 써서, 다른 내용이지만 이 이야기가 연결된 것처럼 읽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글줄 사이를 점점 좁게 만들어서 ‘죽음’을 떠올렸을 때의 억압되고 짓눌린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우림
각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하나의 특징으로 치환해서 디자인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통일감이 있지만 글마다 하나의 요소만 변경했기 때문에 그 변화가 더욱 예민하게 느껴져요. 예를 들면 한 친구의 글은 바다를 주제로 했고 시 같은 느낌이어서, 이것을 행간이라는 특징으로 표현했어요. 글의 끝으로 갈수록 행간을 넓어지게 만들어서 점점 바다로 빠져들어 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주희
미리 읽어본 친구들의 글은 수업 시간에 직접 낭독한 것을 들었을 때와는 느낌이 아주 달랐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의 목소리를 한 명씩 인터뷰하고 녹음해서 그 내용을 책에 담아보기로 했어요. 각 목소리에 어울리는 폰트를 고르고, 글자의 특징에 차이를 주는 식으로 디자인했어요. 반대로 이 책을 읽을 때 이 사람은 어떤 목소리였을지 상상하면서 읽는다면 재밌을 거예요.
혜진
‘잡초의 생명력’을 콘셉트로 14편의 글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잡초로 보고, ‘이런 풀들은 어떤 땅에서 자라났을까’를 상상하며 디자인했어요. 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가독성 좋고 경제적인 단행본 디자인’의 반대 지점에 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각기 다른 판형과 서체를 담은 네 가지 책이 탄생했습니다.
혜인
수업을 들으며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 더 주목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글’이라는 약속 체계에 담아서 손에 쥘 수 있는 ‘책’으로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 = 그릇’, ‘글 = 그 안에 담길 유동적인 물체’에 비유했고요. 이런 은유에서 출발하여 각각의 글이 시작하는 부분에 그릇이나 사물의 그림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콘셉트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상준
‘3’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으면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3이 가진 리듬을 글 전체에 부여하고 싶었고, 14편의 글에 제각각 흥미로운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표지에는 포근한 느낌의 엔티랏샤 재질을 사용했고 내지는 가벼운 아도니스 러프를 사용해 친구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담아냈어요.
다들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작업이네요. 책도 그렇고 전시도 그렇고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책을 만드는 과정이나 전시 준비 중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으면 하나 소개해주세요.
전시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희의 책이 잘못 인쇄가 되었어요. 내용은 제대로 인쇄가 되었는데, 표지는 전혀 다른 핑크색의 ‘한방 다이어트’ 책이 인쇄되었던 거죠. 당시에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조금 지쳐 있었는데, 이걸 보고 아찔하면서도 웃음이 나더라구요. 너무 말이 안 되는 표지라 친구들끼리 한참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네요.
Part 2.
5·6기 졸업생들이 말하는 디자인학교
디자인학교를 관심 있게 보아왔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한명인데요. 다른 분들도 저처럼 ‘여긴 뭐 하는 곳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디자인학교는 어떤 것을 가르쳐주는 곳인가요?
디자인학교는 디자인에 대해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관통해서 알려주는 곳이에요. 단순히 스킬,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디자인을 학문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교육실험을 진행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실무자, 비전공자, 비 디자이너 구분 없이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해요. 디자인이론이나 기본기를 배우는 일은 드물기도 하고 배울 수 있는 곳도 많이 없어서 더욱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니, 더 알고 싶어지는데요.(웃음) 디자인학교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선 서로 평어를 사용해요. 그리고 서로 나이나 직업을 말하지 않기에 허물없이 친구가 될 수 있고, 같이 배우는 입장으로써 뭉칠 수 있습니다. 과목이 하나 끝나면 같이 파티도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끈끈하게 이어지며 상호작용하는 것도 좋구요.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저희가 디자인학교에 오기 전에 비슷하게 목말라 하는 지점이었던 ‘왜’에 대해서 1년 동안 끊임없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배움과 소통은 디자인학교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역할도 하는 곳이라고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친구들과 디자인학교에서 함께 보낸 1년의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 혹은 장면이 있다면요?
MT에서 조를 나누어 요리를 했는데, 저희 조는 ‘전’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재료 준비를 과하게 하는 바람에 명절의 끝나지 않는 전 부치기 같은 느낌이 됐습니다. 덕분에 잔치 분위기가 돼서 다 같이 전을 실컷 나누어 먹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또 수업 이후에 자발적으로 소그룹이나 워크숍을 만들어 진행하기도 하는데, 다들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이게 리프레시도 되고 시너지가 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중 사진 소모임 ‘제한의 제안’이 있는데, 서로에게 제한을 주고 사진을 찍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어려운 제한일수록 특이하거나 재밌는 사진들이 나와서 다들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졸업의 끝이 다가오면서 한배를 타던 친구들이 각자의 배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졸업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각자 한 단어로 표현해주신다면요?
주희
‘새로운 시작’.
배운 것을 가지고 다시 시작! 혼자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호수
‘준비운동’.
준비 운동은 끝났고, 다들 어떤 운동으로 나아갈지 궁금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주
‘태도’.
디자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좋았어요.
상준
‘궤도’.
이제 디학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나 멀리 맨몸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니 두려우면서도 행복합니다.
우림
‘필크로(Pilcrow, ¶)’.
지금까지의 인생과 디자인학교에서의 1년 이후는 확실히 구분될 것 같아요.
용식
‘기억’.
1년 동안 재밌고 행복하게 지냈고, 앞으로 이 기억이 흐릿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민
‘전환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얻었고, 어디서도 못 얻을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지현
‘변화’. 좋은 공동체 안에서 큰 변화를 얻은 시간이었고, 계속 풍요롭게 변화하고 있는 게 좋습니다.
우영
‘리얼디자이너’. 디자이너로서 답답했던 부분들이 모두 해소됨을 넘어서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예진
‘온리원’.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일에서든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효진
‘속옷’.
세상 속에 미성숙했던 내가 이제 중요한 곳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혜진
‘주춧돌’.
1년 동안의 배움이 디자이너로서 창작자로서 삶의 단단한 초석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혜인
‘종영’.
좋아하는 드라마 같았던 시간이 끝나서 이제 그 시간에 뭐 하지 하는 생각과 잠시 이 여운을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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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서울』 편집팀 심사평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디자인 대안학교인 ‘디자인학교’의 졸업전시를 졸업생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 글이다. 2022년 졸업 기수인 5기와 6기 멤버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았다. 디자인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디자인학교만의 고유한 문화, 동기들 간의 연대 의식 등이 흥미롭다. 인터뷰어(이승혜)의 정성, 인터뷰이 11인에 대한 진심과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좋은 글이다.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 ‘디자인학교 졸업생’ 이면의 인터뷰이 개개인의 이야기에도 주목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이 점이 최종 우수작 선정을 놓고 고민했던 부분이다.) 글 안에 기록된 것처럼 디자인학교 학생들은 “서로 나이나 직업을 말하지 않기에 허물없이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평어를 사용”한다. 즉, 나이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왜 디자인학교에 오게 된 것인지, 각자의 목표는 무엇인지 등등을 글에 녹여냈다면 좀더 입체적인 내용이 되었을 것 같다. 이러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학교가 단순히 디자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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