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2.

<교보손글씨대회> 수상작으로 만든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폰트

<제7회 교보손글씨대회>가 얼마 전 시작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감명받은 문장’을 자신만의 개성적인 손글씨로 적어 응모하는 대회로, 1등에 해당하는 으뜸상 수상자 중 1명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제작합니다. 매년 대회와 함께 작년 수상자의 손글씨로 만든 폰트가 공개, 배포되고 있는데요, 올해 역시 대회의 시작과 함께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폰트가 공개되었습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한 사람의 손글씨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폰트가 된다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특징을 지닌 서체인지, 폰트 제작을 담당한 윤디자인그룹 TDC의 이정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가 나오기까지

 

 

 

글·사진 _ TDC 이정은

 

 

 

“손으로 한 줄, 마음을 적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경험을 통해 깊이 있는 생각과 풍부한 감성을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교보의 <손글쓰기 문화확산 캠페인>은 벌써 7회째를 맞았습니다. 매년 응모작이 늘어나고 있는 이 캠페인은 2020년 특히 코로나19라는 유례없이 특수한 상황을 맞아 ‘집콕’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전년도보다 응모자가 30% 가까이 증가하여 전체 응모작이 9천여 점이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덕분에 1차 심사에서만 심사위원 1인당 1천 점에 가까운 작품을 봐야 했고, 이후에 이어진 2차, 3차, 최종 심사에서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2020년 <제6회 교보손글씨대회> 으뜸상 수상자 박도연 님의 손글씨 원도

 

 

<교보손글씨대회>의 수상자는 으뜸상 10명을 비롯하여 모두 330명이고, 으뜸상 수상자 중 1명의 손글씨를 폰트로 제작하게 되는데요, 윤디자인그룹이 2019년에 이어 2020년 역시 디지털 폰트 제작을 맡았습니다. 폰트로 만들어질 최종 서체를 선정하는 과정은 별로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소수로 좁혀진 으뜸상 후보군 가운데 여러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동의로 박도연 님의 손글씨가 선정되었는데, 그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대적 미감이 살아있는 새로운 궁체 스타일’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폰트 제작 과정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만들기 위해 우선 글씨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수상자 박도연 님께 글꼴 파생을 위한 추가 원도를 부탁드렸는데, 수상자분은 이미 ‘손글씨’라는 소재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새싹 인플루언서였다는 걸 알고서 추가로 작성한 원도 외에도 평소에 써두었던 여러 손글씨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더욱 방대해진 원도를 바탕으로 서체의 콘셉트를 정리해볼 수 있었죠.

 

[손글씨 분석]

· 글줄 및 자폭: 우리에게 익숙한 궁체 스타일을 가지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이 느껴지는 글꼴이다. 글줄이 비교적 고른 편이고 자폭 또한 일정하여 폰트화 작업 시 첫 닿자의 크기에 따라 두 가지의 자폭을 가져갈 수 있다.

 

· 자소의 표현 및 특징: 일정하게 꺾어지는 유려한 획의 모양이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며, 일반적인 궁체에서 보이는 우상향 방향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종성 ‘ㄴ, ㄷ, ㄹ, ㅌ’ 등의 흐르는 듯한 마지막 획 처리는 강한 개성으로 보여 타 글꼴과의 차별점으로 인식할 수 있다.

 

· 질감의 표현: 필압에 따라 굵기가 크게 달라지는 필기구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원도 글꼴의 가로와 세로의 획 대비는 크지 않은 편이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갖고 있다.(필기구: 시그노 캡식 0.38)


→ 고전적 글자체(궁체)의 현대적 미감

 

 

손글씨 원도에서 서체화까지 과정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는 고전적인 궁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붓이 아닌 현대적 필기구를 사용하여 고아하고 깨끗한 미감이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손글씨 인상과 특징을 살리면서 가독성과 판독성을 세심하게 보완해 활용에 따라 제목용, 본문용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의 글줄과 글자 폭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의 한글 특징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는 일정하게 꺾어지는 획이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며, 일반적인 궁체에서 보이는 우상향 방향성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로와 세로의 획 굵기 차이가 작고, 정서법에 따른 획의 순서, 일정한 기울기, 곡선적인 율동감 등이 곱고 부드러우면서 단아하죠.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의 영문 특징

 

 

영문의 경우, 수상자가 작성한 여러 스타일의 영문 원도 중에서 한글 꼴과 어울리는 영문 꼴을 선택하여 제작했습니다. 세리프가 있는 스크립트 스타일로 부드러우면서도 정리된 단단함이 느껴지며, 한글 중성 부리에서 보이는 꺾임을 영문에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통일성을 가집니다.

 

 

「교보 손글씨 2020 박도연」 서체는 옛 궁녀들이 자신이 모시는 왕비나 계비의 읽을거리를 위해 소설 등을 베껴 쓰면서 발전한 고전적인 궁체의 원형을 가지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새로운 글꼴입니다. 폰트는 현재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 중이니 내려받아 사용해보시면서 우아한 서체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제7회 교보손글씨대회>에도 참여해 차분히 손글씨를 써보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져보고, 나만 간직하기 아까운 내 글씨를 널리 알려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손글씨가 폰트가 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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