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

알고 보면 또 다른 이야기,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전시 관람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케이블 방송 O tvN 프로그램 중 <어쩌다 어른>이라는 인문강 특강쇼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조선의 미술’ 편이었는데요, 옛날 옛적 학교에서 분.명.히 배웠을 텐데 어찌나 모든 그림이 새롭던지요.(해당 프로그램의 그림 설명에 대한 내용 중 일부 오류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마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풍속인물화 전시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알고 보면 또 다른 이야기,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 관람기입니다!


주말 오후, 한산해 보이지만 안에는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었어요.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내부만 살짝, 찍어봤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전시작은 모두 ‘간송 정형필’ 선생이 모은 작품으로 현재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요, 알아보니 간송미술관은 1년에 2회(5월, 10월)만 개관한다고 알려져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컸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바로 가기)



‘日常(일상: 살아가고) 理想(이상: 꿈꾸고) 風流(풍류: 즐기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요, 전시장 초입에 ‘간송 정형필’ 선생의 소개와 어떻게 작품을 모으고 지켜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보는 내내 ‘우와……!!’ 감탄을 반복하게 되는 순간이었지요.(가보시면 알아요~)  


간송 정형필 선생이 모은 작품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 여럿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국보 제70호,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훈민정음>입니다. ‘우와……!!’라는 감탄사는 여기에서도 계속됐어요. 이 밖에도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국보 제135호 혜원 전신첩, 국보 제72호 계미명 금동삼존불 입상 등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콜렉션, 훈민정음(바로 가기)



작품이 오랫동안 최상의 상태로 보존될 수 있도록 전시 기간에도 수시로 교체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을 볼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풍속인물화를 통해 평민들의 노동과 휴식, 문인들의 풍류 장면 그리고 선조들의 꿈을 잠시 마나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필자가 인상 깊게 봤던 재미있는 작품 몇 가지를 이야기와 함께 소개해 드릴게요. 이야기를 알고 보면 또 다른 느낌 일 거예요.


*전시 특성상 사진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작품 이미지로 대체했고, 이미지와 그림에 얽힌 이야기출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입니다.



┃야묘도추(野猫盜雛: 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김득신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콜렉션, 야묘도추(바로 가기)


살구나무에 꽃망울이 움트는 것으로 보아 화창한 봄날. 도둑고양이가 병아리 한 마리를 잽싸게 입에 물고 달아나고 있습니다. 이에 놀란 어미 닭은 상대가 고양이라는 사실도 잊을 채 새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무섭게 달려들고, 마루에 있던 부부도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병아리를 구하려고 합니다. 남자의 장죽이 미치지 않을 만큼 잽싸게 달아나는 검은 고양이는 이미 병아리 한 마리를 입에 물었다는 듯한 여유로운 자세로 주인 부부의 눈치를 보며 속도를 조절하는 듯 보입니다.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강 위에서 뱃놀이 하다), 신윤복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콜렉션, 주유청강(바로 가기)


녹음이 우거지고 강에 산들바람이 부는 날, 귀족 자제들이 한강에 놀잇배를 띄워 풍류를 아는 기생들과 젓대잡이 총각 하나를 태우고 여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갓 창이 넓은 것을 보아하니 한량이고 얼굴에 수염 하나 없이 뽀얀 피부를 보니 아직은 어린 선비(?) 같습니다. 뱃전에 엎드려 스치는 물살에 손을 담아보는 여인, 이를 정겹게 턱을 고이고 지켜보는 어린 선비, 그리고 어깨를 감싸고 담뱃대를 물려주는 한 쌍의 남녀에게서도 시샘이 날 만큼 짙고 은밀한 사랑이 엿보입니다. 이 와중에도 남의 일에는 아랑곳없이 망연히 뒷짐 지고 시상에 잠기는 여유를 보이는 선비는 귀족의 몸에 밴 교양이며, 뚱한 표정의 삿대질하는 뱃사공과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이 더해지니 더욱 조화로워 보입니다.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김홍도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콜렉션, 황묘농접(바로 가기)


대지가 푸르고 바위 밑에는 패랭이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봄과 여름의 중간 계절로 보이고 하늘과 땅에는 햇빛이 물들었습니다. 그림에는 봄빛을 닮은 새끼 고양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긴꼬리 검푸른 제비나비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검푸른 제비나비가 새끼 고양이를 향해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황묘농접도’에서 눈에 띄는 4가지가 있는데요, 예로부터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나비는 80세 노인을, 바위는 불변의 상징, 패랭이꽃의 꽃말은 ‘청춘’으로 ‘일흔 살, 여든 살이 되도록 젊음을 변치 말고 장수하세요!’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야기와 의미를 알고 보면 그림이 다시 보이죠? 주변에 어르신이 계시면 선물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낭원투도(閬苑偸桃: 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 , 김홍도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콜렉션, 낭원투도(바로 가기)


중국 서쪽 어딘가 있다는 여선 서왕모의 선도복숭아 낭원에서 동방삭이 선도복숭아를 훔쳐 오는 장면입니다. 그 낭원의 선도복숭아는 3천 년 동안 한 번 꽃이 피고 다시 3천 년이 지나야 익는다고 합니다. 그 복숭아 1개를 먹으면 1천 갑자(6만년)을 산다고 하여 많은 재주꾼이 훔쳐먹고 불로장생하려고 했지만, 그 경계가 심해 그 뜻을 이룬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방삭은 3번이나 낭원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3천 갑자(18만년)를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일부가 그림으로 표현되었습니다. 3천 갑자를 살았으니 신선이나 흉한 모습이어야 하는데 김홍도는 기괴한 모습이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얼굴로 동방삭을 묘사하였고 바람이 뒤에서 부는 듯 옷자락이 펄럭입니다. 동방삭이 살금살금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선도복숭아를 훔친 동방삭의 도둑심사를 간파해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하! ‘삼천갑자 동방삭’이라는 말의 유래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저는 전시장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면서 오랜 시간 관람했습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한 개인의 애정과 노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잊고 있던 역사와 문화를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기억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전시 정보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

· 기간: 2016년 4월 20일(수)~2016년 8월 28일(일)

·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 운영 시간: 화~일(10:00~19:00), *월요일 휴관, 금~토 연장운영(10:00~21:00)

· 관람료: 일반 8,000원(초•중•고생, 65세 이상, 20인 이상 단체, 군인: 6,000원)

· 홈페이지: http://www.d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