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트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사진전을 가자는 제안에 제 반응이었어요. 조금은 쑥스럽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잘 몰랐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그들이 다 그 ‘매카트니’라니!! 예술가 집안은 역시 뭔가 다른가 봅니다.
대림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을 다녀왔습니다. 추운 겨울, 피크 타임의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기나 긴 줄을 인내하며 들어간 사진전은 대기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따뜻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전시일정: 2014년 11월 6일 ~ 2015년 4월 26일
전시장소: 대림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길 21)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목/토요일 오전 10시~오후8시
연락처: 02)720-0667 / 홈페이지: https://www.daelimmuseum.org
진솔함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
1960년 중반부터 전문 사진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린다 매카트니는 대중문화를 선도해 온 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커버에 사진을 게재한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입니다. 특히 그녀는 도어즈(The Doors)부터 지미 핸드릭스(Jimi Hedrix),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비틀즈(The Beatles)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최고의 뮤지션들의 솔직하고 진정성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작가로 주목 받았어요. 그녀의 사진은 초현실적인 특징과 유머를 담고 있으며,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결혼 이후 사진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쳤습니다.
-대림미술관 홈페이지 참고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폴 매카트니와 린다 매카트니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이번 전시의 타이틀입니다. 그래서인지 액자 속 그녀의 사진들은 따뜻합니다. 전시에서 처음 대면하는 사진들에서는 폴 매카트니와 행복했던 결혼 생활이 주를 이룹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는 온데간데 없고, 가장 인간적인,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폴 매카트니가 프레임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음악가와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폴 매카트니에 대한 시선이 ‘뷰 파인더(view finder)’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게 아닐까요~?
가장 인간적인, 때론 우스꽝스러운 폴 매카트니의 모습
"사진은 그녀의 일일 뿐 아니라, 삶이었고, 자기 자신의 연장선이었다. 모든 사진 속에는 그녀가 스며있다. 그리고 그녀의 유머가, 연민이, 자연과 인생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그녀가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과 일상을 대하는 신선한 시각까지도 드러난다. 그녀의 카메라는 진정한 린다, 그녀 자신을 보여주는 통로였다.
-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카메라와 사진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참 많은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의 사진을 꺼내보면 저를 사랑했던 그리고 가족을 너무도 아꼈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곤 하는데요, 매카트니 부부의 두 딸인 메리 매카트니(Mary McCartney)와 스텔라 매카트니도 옛적 자신의 사진을 보며 같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60년대, 아티스트의 솔직한 감정을 끌어내다
폴 매카트니 앨범 커버
“꽃처럼 환하지만, 무질서하고 단호한 시대, 그 시대의 친구들이자 영웅들에 대한 황홀하고 달콤하며 아늑한 사진들….”
-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앞서 전한 바와 같이 린다 매카트니는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자신의 사진에 담아내었습니다. 하지만 늘상 멋진 모습만 담겼던 기존의 사진이나 화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많았어요. 아래 사진 속 지미 핸드릭스는 촬영을 하는 도중 하품을 할 정도로 스타들은 린다를 매우 편하게 생각했다고 해요. 아티스트들의 꾸밈없는 모습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을 더욱 정감 있게 만들더군요.
[위] 비틀즈, [아래] 롤링 스톤즈와 지미 핸드릭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길
린다 매카트니는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합니다. 생애 마지막 즈음에 그녀가 찍은 자신의 자화상은 우리가 함께 살펴본 따뜻한 이미지와는 이질감이 느낄 정도로 비극적이고 차갑습니다. 그녀의 일생이 늘 사진 속 감성처럼 행복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진을 통해 그녀가 가장 추억하고 싶었던 것은 그 순간 자신의 사람들과 나누었던 행복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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