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부딪치는 모든 것들은 경계를 만듭니다. 이를테면 늦은 밤 11시 59분처럼요. 오늘과 내일 틈에 자그맣게 자리한 1분이라는 경계. 직장인이라면 일요일 오후 11시 59분에 평정심을 갖기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은 ‘경계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서, 출근을 경계하는 초조함이랄까요. 


하지만 경계 없는 삶이 어디 있던가요. 경계를 넘나들 수는 있겠지만, 경계 자체를 지우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무경계의 세계에 대한 고운 희원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그 마음이 예술이라는 것을 이루는 게 아닐는지요. 동양화 작가 조은실도 그런 마음을 가진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경계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맞바람(HEADWIND)’이라는 연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낮과 밤, 안과 밖,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처럼 상반된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사실인 것은 틀림없어요. (∙∙∙) 그 경계에 서서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될 거예요. 즉, 경계의 아름다움이란, 맞부딪치며 공존하는 세상의 당연한 사실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순풍만 기다리지 않고 역풍도 끌어안는 태도 속에 온전한 삶의 가치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이런 주제의식이 작품 속에는 과연 어떻게 스며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윤디자인 갤러리에서 열리는 조은실 작가의 개인전[(5.28(토)~6.2(목)]이 그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을 거예요. 윤디자인그룹의 아티스트 발굴∙지원 프로젝트 ‘에잇피트(8FEAT)’의 릴레이 전시 열한 번째 순서, 조은실 작가의 <맞바람>입니다. 





8FEAT

재능 있는 신진 작가 및 기존에 숨어 있던 빼어난 작품을 발굴하여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윤디자인그룹의 프로젝트. 'feat'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난 솜씨', '위업'이며 숫자 '8'은 무한대(infinity) 기호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의미를 품고 시작한 '8FEAT'는 디자이너에게 심플하고 완벽한 온라인 포트폴리오 플랫폼을 제공하고, 윤디자인 갤러리에서의 오프라인 전시를 지원합니다.


▶ 8FEAT 홈페이지: 바로 가기



‘맞바람’ 연작은 조은실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 나무 한 그루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문턱에서 바람 맞아 말라 죽은 나무. 그 고목(枯木)이 발하는 금빛은 분명 죽음의 색이었음에도,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작가의 눈에 번졌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함이 아닌, 그 경계에서 금빛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경계란 이쪽과 저쪽이 맞부딪치는 지점입니다. 서로 다른 양쪽의 존재는 어느 한 쪽이 무게를 잃을 때 공존의 구심점을 함께 상실하기 마련이죠. 여린 직장인의 일요일이 이튿날 월요일에 얹혀지듯, 유년기의 감수성이 성년기의 이성에 서서히 묻혀가듯. 이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무경계의 세계가 구원처럼 느껴집니다. 고맙게도 조은실 작가는 ‘맞바람’ 연작을 통해 언제 도래할지 모를 무경계를 꿈꾸기보다, 지금 여기의 경계를 담담히 생의 한 일부로 바라봐주자는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맞바람’ 연작 속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들은 작가가 눈과 마음에 담아두었던, “경계에서 금빛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던 고목의 또 다른 모습이죠. 그녀는 작업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구성 방식 또한 ‘경계’를 잊지 않는데요. 드로잉, 물질성, 소통, 이 세 가지는 그녀가 천착하는 경계라는 주제에 아름다움을 입히는 요소들이라고 합니다. 





“드로잉은 세상이 주는 언어와 내가 가진 모든 감각 세포들이 우연히 만났을 때 부여되는 희비의 순간을 분출시키는 연결고리예요. 떨리는 손으로 하나하나씩 선들을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물질성이란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행위, 즉 드로잉을 다시 틀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해요. 순간적으로 행동된 모든 행위들은 적극적으로 물질성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세계가 되죠.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 장지 위에 돌가루를 수차례 입혀 두께를 만드는 것은, 가볍게 떠오른 상태의 드로잉에 다시 무게를 부여해서 소통의 대상(나)으로 만드는 일이죠. 이렇게 두꺼워진 평면 위에 다양한 시점으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색을 넣는 것은, 무한했던 공간을 유한한 공간으로, 그러니까 실제의 대상으로 축소시키는 일이고요.”


지금 혹시나 어떤 버거운 경계에서 외롭게 서 있을 누군가, 경계를 초극해보려 하나 매번 미끄러졌던 누군가, 이런 경험의 반복으로 늘 타인과 대상과 현상을 경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누군가. 이 모든 이들에게 조은실 작가의 전시 <맞바람>이 한 줄기 위안처럼 불어주기를 바라봅니다. 


전시 정보


8FEAT ARTIST - 동양화 작가 조은실 개인전 <맞바람>

∙ 기간: 2016년 5월 28일(토) ~ 6월 2일(목)

∙ 장소: 윤디자인 갤러리 ▶ 찾아 오시는 길(http://yoon-talk.tistory.com/2)

∙ 주최/주관: 8FEAT, 윤디자인그룹

∙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 공휴일∙주말 11:00~17:00

∙ 관람 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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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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