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의 절정을 지나 여름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여러분에게는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셨나요? ^^ 몇 달 전만 해도 '입춘대길'이라는 한자를 음식점 대문이나 한옥으로 된 집에서 볼 수 있었죠.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자주 안 쓰는 것 같지만, 유심히 관찰 해 보면 신문이나 책 등 아직도 사용되는 곳이 많이 있답니다. 오늘은 따끈따끈한 신서체 "바른바탕체 한자"에 대해 소개 해 드릴게요.
바른바탕체 한자의 세부 특징
바른바탕체3으로 한글, 한자, 영문을 섞어 사용한 모습.
바른바탕체 한자는 '대한인쇄문화협회'의 의뢰로 제작 되었답니다. 한글은 기존에 이미 제작을 마치고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바른바탕체 '한자'는 '한글'과 어울리는 꼴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서체로써 지난 2013년 6월부터 2년 동안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완성된 한자랍니다.
위:바탕체 / 아래:바른바탕체1
좌:바탕체 / 우:바른바탕체1
바른바탕체 한자 소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바탕체' 한자는 기존의 명조계열 한자꼴로서 부리 형태가 삼각형꼴로 되어있고,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른바탕체'는 한글의 부리와 맺음을 최초로 한자에 적용시켜 한글과 함께 썼을 때 조화롭게 보이도록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위:바탕체 / 아래:바른바탕체1
좌:바탕체 / 우:바른바탕체1
편집디자이너라면 대부분 한글과 어울리는 '한자'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을 거예요. 바른바탕체 한자가 태어난 것은, 그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서체에 비해 가로와 세로획의 굵기차이가 심하지 않고, 한글과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붓터치를 떠올리게 만드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요.
바른바탕체 한자 연구노트
바른바탕체 한자의 연구과정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서체중 일부는 중국이나 대만, 일본에서 쓰는 한자꼴이 섞여 있기도 합니다. 각 나라별 한자는 조금씩 형태가 달라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한자꼴로 폰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른바탕 한자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형태를 연구하고, 관련 연구자로 부터 자문을 받아 디자인했습니다. 이 때문에 검수기간과 수정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한자 유니코드 같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5개 국가(중국의 간체, 번체, 일본, 한국, 베트남)가 있는데, 각각의 언어권에 따라 한자의 모양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 글자들이 있어요. 읽는 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국가별 한자가 혼용되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죠. 바른바탕 한자의 경우는 한글의 디자인에 맞춰서 디자인 된 한자이다 보니,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자에 적용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유니코드의 한국어 영역을 참고하여 한국한자 모양에 맞춰 디자인 하였습니다.
한자꼴의 특징
한자의 특징은 위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아요. 한글의 가로보를 한자의 가로줄기에 적용한 점, 한글의 'ㅁ'꼴과 한자의 '口'자의 형태가 유사한 점 등 한글과 형태적 유사성이 높아 '한 벌'의 서체로 보인다는 점이 가장 뛰어난 장점입니다.
바른바탕한자 검수작업
회색도 및 시각삭제
바른바탕체 굵기단계는 3종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장 가는 '1'부터 굵은 단계인 '3'까지 있습니다. 한자는 한글과 달리 획의 갯수가 많은 자와 적은 자의 회색도 대비가 큽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이 많은 자는 굵기를 조금 얇게 조정하고, 획이 적은 자는 굵게 조정하여 회색도를 균일하게 맞추었습니다.
특히 기존 한자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시각삭제"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눈으로 볼 때 가장 적합한 굵기를 일일이 조정해 주었답니다. 예를 들어 "中"자의 세로획은 가운데 사각형을 기준으로 사각형 안쪽은 조금 얇게, 바깥쪽은 조금 굵게 되어있어요. 미세한 시각삭제를 통해 보다 읽기 좋은 형태로 만들었답니다.
가운데 중 "中"자에 시각삭제가 적용된 모습
▶ 바른바탕체 다운받기 (바로가기)
* 해당 홈페이지에는 아직 한자 서체 업그레이드에 관한 소개가 없습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셔서 화면 오른쪽에 '바른바탕체'를 파일을 내려 받으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한글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자문화권 영역에 속하고 있어 여전히 한자 사용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바른바탕체 한자의 개발은 우리나라의 타이포그래피 문화에 있어 새로운 시도이면서, 한글과 한자의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두 문자 사이에 활발한 연구와 개발이 일어난다면, 한자 디자인을 중국에 역수출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바른바탕체 한자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도록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운 받아서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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