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0.

같은 윤고딕이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 윤고딕시리즈의 차이점은?


아주 풋풋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디자인 수업 과제를 할 때마다 제게는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폰트를 가지고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는데요. 주제와 디자인에 꼭 맞는 폰트 선정은 늘 고민이 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여기에는 윤고딕이지!’라는 생각으로 폰트를 고르던 저에게 또 다른 난관이 있었어요. ‘윤고딕300 시리즈를 쓸 것인가, 500 시리즈를 쓸 것인가!’ 이때만 해도 윤고딕시리즈의 각 번호대가 가진 특징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몰랐으니,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윤고딕시리즈의 번호대와 굵기 별 종수가 많아 가끔 헷갈리기도 했고, 왜 윤고딕400은 없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죠. 


단순히 ‘좋아 보여서’ 또는 ‘늘 쓰던 윤고딕 번호대라서’가 아닌, 목적과 의도에 맞게 폰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윤고딕 가족군에 대한 차이점을 올바르게 알고 써야겠죠? 모쪼록 저처럼 윤고딕시리즈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아 헷갈려 했던 분들이 이 포스트를 보시고 도움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고딕시리즈 번호대별 차이점 대공개! 자, 그럼 시작해볼게요. ^^



윤고딕시리즈가 궁금하다!



한글꼴연구회가 2006년 펴낸 ‘가나다라’ 제1호에는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 1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가 있는데요. ‘본문용 글꼴로 주로 사용하는 폰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윤고딕이 무려 71%를 차지했어요. 이렇게 윤고딕은 디자인 업계에서 언제나 꾸준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폰트랍니다. 윤고딕은 1994년에 제작된 윤고딕100 시리즈를 시작으로 윤고딕105, 윤고딕200, 윤고딕300, 윤고딕500, 윤고딕700 총 6가지의 시리즈가 출시되어있어요. 

‘섬’자가 쓰인 이미지를 한번 보세요. 한글자만 보더라도 윤고딕은 군더더기 없는 가장 현대적인 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자모 ‘ㅁ’, ‘ㅂ’, ‘ㅇ’ 그리고 모음에 붙어있는 세리프를 모두 제거해 깔끔하고, 눈의 피로도를 줄여 가독성을 높였답니다.



윤고딕시리즈마다 붙은 숫자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평소 궁금하다 생각하셨던 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윤고딕 이름 뒤에 붙은 100단위의 숫자는 제작 버전을, 10단위는 서체 굵기 차이를, 1단위는 10단위 폰트에서 수정되어 붙여진 숫자랍니다. 윤고딕 출시 당시, 국내 폰트로는 최초로 넘버링을 붙이는 시도를 통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답니다. 



윤고딕시리즈별 분류

<윤고딕시리즈 번호대별 샘플 문장, 각 시리즈별로 차이점이 눈에 확 띄죠?>


윤고딕200과 윤고딕500

<윤고딕 100과 윤고딕200, 윤고딕500 시리즈 비교>


윤고딕100과 윤고딕200 시리즈의 차이점은 워낙 명확해서 많이들 알고 계실 거예요. 윤고딕200 시리즈 출시 당시 본문용 서체에서는 드문 탈네모꼴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죠. 윤고딕100 시리즈가 네모꼴이라면 윤고딕200 시리즈는 탈네로꼴로 시원하고 세련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고정 폭일 경우 ‘비’와 ‘빼’의 여유 공간 비교(위)와 장평 비율을 달리할 때의 글자 왜곡(아래)>


윤고딕500 시리즈는 글자는 폭을 줄였어요. 줄어든 한글의 폭만큼 확연하게 좁아진 숫자가 눈에 띄죠? 보통 그래픽, 편집, 웹 디자이너들은 폰트를 사용할 때 글자간의 밀도와 안정감을 주기 위해 자간(글자와 글자 사이의 공간)과 장평(글자의 너비)을 줄이는데요. 위 이미지를 보시면 고정 폭 폰트를 기준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빼’와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비’의 좌우 여유 공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처럼 단어간에 어떤 폰트가 오느냐에 따라 공간이 벌어져 보이기도 하고, 붙어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장평과 자간을 조절하는 것인데요. 자간을 줄이거나 늘리면 글자에 대한 왜곡은 없지만, 장평을 조절할 경우 비율이 다르게 적용하면(ex. 장100, 평95) 글자의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처럼 글자의 장평 조절로 균형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윤고딕500 시리즈가 시작된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윤고딕700

<윤고딕100 시리즈와 윤고딕700 시리즈의 크기와 폭 비교>


작년 가을 출시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윤고딕700 시리즈는 9단계의 획 굵기 차이에 따라 글자의 크기가 달리 적용되는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얇은 글씨와 굵은 글씨를 같은 크기의 네모 안에서 만들게 되면, 굵은 글자는 속 공간이 좁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보이고 답답해 보이기 마련인데요. 지금까지의 폰트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어요. 하지만 윤고딕700 시리즈는 글씨가 굵어질수록 글자의 크기도 커지면서 글자들 간의 균형을 고르게 맞췄답니다. 



혹시 위 이미지들에서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윤고딕710과 윤고딕790에서 드러나는 특징인데요. 자소가 붙고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윤고딕700 시리즈는 자모음과 이음보를 떨어뜨려 시원한 속공간을 부여해 가독성을 높임과 동시에 눈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윤고딕710과 윤고딕790의 자소 모양 차이>


윤고딕710은 획을 단순화해 현대적인 느낌을 더 부각시켰고, 윤고딕790은 ‘ㅆ’, ‘ㅉ’ 겹자음의 대칭 형태를 탈피해 시원한 공간과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하나의 폰트 가족군안에서도 굵기에 따라 제일 얇은 윤고딕710과 제일 두꺼운 윤고딕790의 구조가 이렇게나 다르답니다. 이 외에도 윤고딕200 시리즈와 같이 ‘ㅊ’, ‘ㅎ’의 돌기를 세워 윤고딕700 시리즈만의 현대적인 느낌을 부여했답니다. 


윤고딕100과 윤고딕105, 윤고딕300 



<윤고딕100(검은색)을 아래에 두고, 윤고딕105, 300, 500 시리즈 비교>


자, 이제 문제(?)의 윤고딕100, 윤고딕105, 윤고딕300 시리즈 차례입니다. 어때요, 혹시 이미지에서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제가 대학생 때 한글을 타이핑해서 차이점을 비교해 봤을 때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어요. 한글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죠. (ㅎㅎ) 세 가지 윤고딕시리즈 영문의 경우 미세한 크기나 폭의 수정이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숫자가 고정 폭인지 가변 폭인지에 대한 여부랍니다. 윤고딕100 시리즈만 숫자가 가변 폭이고, 나머지 두 시리즈는 고정 폭으로 되어있습니다. 스페이스 값의 경우 윤고딕100과 300 시리즈는 동일하지만 윤고딕150 시리즈는 다르죠. 이처럼 윤고딕100 시리즈에서 숫자와 영문을 바꾼 것이 윤고딕105와 300 시리즈가 되겠네요. 


윤고딕이 왜 영문과 숫자 부분을 중점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덧붙여보자면, 현직 디자이너들이 폰트를 사용할 때 한글은 윤고딕을 사용하고 영문은 해외 폰트를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글과 영문을 같이 썼을 때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화를 거듭한 것이죠. 또한 윤고딕과 다른 영문폰트와 혼용해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 시리즈 별로 이러한 차이점을 두었던 것입니다. 


윤고딕400과 윤고딕600 시리즈의 행방은?

윤고딕400과 600 시리즈는 왜 없을까요? 윤고딕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증을 가져보았을 만한 부분일 텐데요. 우선 윤고딕400 시리즈는 제작이 완료되기는 했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고 하고요. (ㅠㅠ) 윤고딕600 시리즈의 경우 만들어지고 출시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윤고딕700 시리즈랍니다. 



어떠셨나요? 윤고딕의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숨은 비화들이 의외로 많죠? 이 포스트를 보시고 윤고딕시리즈 각 번호대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윤고딕시리즈의 특성과 용도에 맞는 번호대를 잘 선택해 활용해야겠죠? 윤고딕시리즈는 향후 10년, 100년 후에도 더욱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진 가족군으로 확대될 계획이니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윤디자인연구소의 베스트셀러 윤고딕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