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 ⑧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이재상 of ‘위트 아이콘’

연재를 시작하며―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 제14호 ‘엉뚱상상’ 특집호(2021년 7월 출간)의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라는 제목으로 10부작 온라인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자를 글자로만 바라보지 않기.’ 글자(서체)에 대한 윤디자인그룹의 관점입니다. 과거의 ‘30년 서체 디자인 회사’를 넘어 지금의 ‘브랜딩 기업’으로서, 윤디자인그룹은 또 하나의 지속 가능한 모멘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멘텀을 우리는 ‘타이포브랜딩’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글자가 중심이 된 브랜딩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브랜딩 비전을 현실화는 크리에이터 집단, 바로 엉뚱상상입니다.

 

“엉뚱상상은 글자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 이때 만들기의 전제는 ‘갖고 놀 수 있을 것’이다. 갖고 놀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엉뚱상상. 글자를 갖고 논다는 건 어던 의미인가. 글자를 글자로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 글자를 이미지(그래픽)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글자 디자인이 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은 확장된다. (···) 글자를 놀이 도구, 그래픽 이미지, 브랜딩 요소로 바라보고 다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새로운 대중 문화(pop culture)가 형성되리라고 전망한다.”

―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 저서 『한글 디자인 품과 격』(2020) 중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을 표방하는 《the T》 제14호는, 윤디자인그룹의 엉뚱상상을 전면적으로 다뤘습니다. 엉뚱상상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실제 작업을 통해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디자인 장르를 소개한 ‘특집호’인 셈이죠. 디자인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 디자이너로서 참신한 영감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재 순서

― ①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 ② 「서체가 브랜딩의 주인공이 된다면?(ft. 곰표체)

― ③ 「바이럴 마케팅 폰트의 탄생(ft. 창원단감아삭체)

― ④ 「디자이너만 폰트를 쓴다는 착각

― ⑤ 「갖고 노는 글자 ‘WCG 플레이 폰트’

― ⑥ 「글자티콘의 시대가 온다

― ⑦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최지윤 of ‘빅빅 넘버스’

― ⑧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이재상 of ‘위트 아이콘’」

― ⑨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김정진·이병헌 of ‘엉뚱상상체’

― ⑩ 「연재를 마치며: 엉뚱상상 최치영 디렉터가 말하는 시각꼴, 그리고 타이포브랜딩

 

 

 

*                    *                    *

 

 

 

‘위트 아이콘’(2019)

 

폰트는 과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윤디자인그룹의 대답은 물론 ‘YES’다. 윤디자인그룹이 정의하는 폰트의 대중문화란 간단하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폰트를 쉽게 사용하고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 음악이나 영화가 음악인과 영화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듯, 폰트 또한 디자이너만의 소유는 아니다. 폰트도 충분히 ‘누구나 쉽게 즐길 만한 것’이 되어야 한다, 라는 게 윤디자인그룹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폰트는 아직 대중적 문화 요소로는 이야기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읽기와 쓰기(타이핑) 행위에 필요한 도구, 즉 문화적이기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주로 인지되고 다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윤디자인그룹은 반복하여 자문한다. “디자이너만 폰트를 쓸까?” 이 질문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폰트의 대중문화’를 실현하고자 작업하는 크리에이터 집단이 있다. 바로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브랜딩 전문 조직 엉뚱상상이다.

 

엉뚱상상의 대표 작업들을 다각도로 조명한 매거진 《the T》 제14호. 그리고 매거진의 에센스를 선별해 연재 중인 『윤디자인 M』. ⑦, ⑧, ⑨회차 연재에서는 엉뚱상상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들의 별칭을 ‘시각꼴 메이커’라 할 텐데, ‘시각꼴’이라는 용어의 정의와 의미는 첫 번째 연재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편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빠른 퇴근을 위한 아이콘 자판기! 

아이콘 그리느라 야근 말고 빅빅 넘버스 입력하세요

interviewee 이재상  엉뚱상상 디자이너

 

Q.

아이콘으로 이루어진 폰트를 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엉뚱상상이 가야 할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였어요. 폰트를 새로운 방법으로 바라보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었고, 그래서 글자가 아닌 다른 정보를 키보드에 넣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Q.

위트 아이콘은 시프트(shift) 키 조합을 포함하여 총 94개 아이콘을 지원해요. 
어떤 카테고리의 아이콘들이 포함되어 있나요?

 

사람으로 표현되는 아이콘, 물건으로 표현되는 아이콘, 숫자와 방향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강조되는 아이콘, 세 카테고리를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도 다른 아이콘들과는 차별점을 가지는 표현법을 사용하려고 했고요. 예를 들면 숫자는 손가락 모양으로 디자인했는데 색다른 표현법을 고민한 결과였죠.

 

Q.

폰트 가족이 있어서 사각형, 원형 등의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어요.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한 이유와 폰트 가족과 아이콘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 부탁해요.

 

아이콘을 사용하는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서 외곽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상했어요. 또한 사이니지로 제작할 때도 고려했어요. 양각과 음각 형태를 선택하여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활용도 부분에서 적합하리라 생각했어요. 외곽 형태로 네모와 동그라미가 있는 이유도 각자 브랜드의 이미지와 분위기에 맞추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였고요. 여기에 자판에 들어가는 한 벌의 아이콘을 만들어서 다양한 프레임을 바꿔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결국 위트 아이콘이라는 글자 가족은 외곽과 양각, 음각 형태가 다른 네 개의 폰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위트 아이콘은 스퀘어 화이트, 스퀘어 블랙, 서클 화이트, 서클 블랙으로 글자 가족이 구성되었어요. 다른 방식을 취해서 하나의 폰트로 네 가지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Q.

자판에서 아이콘을 입력한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인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없었나요?

 

예를 들면 ‘A’라는 글자의 방 안에 ‘A’가 아니라 다른 이미지를 넣어주는 방식이에요. 이미 자판에는 정보가 적혀 있는데 다른 그림들이 나오는 거죠.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각 키보드에 어떤 아이콘이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문제는 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사용자들이 그나마 편하게 연상을 하려면 키보드의 구성에 따라 아이콘을 분류하고 대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소문자는 사람이 나오게끔 작업을 했고 대문자는 물건, 숫자는 수를 표현하는 손가락과 뉘앙스를 가지는 주먹, 브이 등을 넣는 거죠. 특수문자에서는 느낌표, 물음표 등의 아이콘이 나오게 해서 키보드를 인지하는 범위 안에서 통일감을 주도록 했어요. 사람들이 하나의 키에 어떤 아이콘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유추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결국엔 사람들이 그 분류 안에서는 실제로 눌러보면서 선택을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아무래도 조금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예를 들어 어도비 프로그램에서만 이 폰트를 사용한다는 제한점이 있다면, 프로그램 내에서 제공하는 대체글자 창을 이용해서 A키를 누른 뒤 사람 아이콘을 선택할 수 있게끔 제작해볼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프로토타입으로 처음 만들어본 폰트이다 보니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콘셉트를 다양한 환경에서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확정하게 되었어요.

 

Q.

아이콘은 다양한 분위기와 그림체로 표현할 수 있어요.

위트 아이콘의 스타일과 용도를 무엇으로 정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제작을 시작할 때 색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미니멀하고 단순화된 형태를 구상했죠. 그렇게 해야 어느 곳에나 튀지 않고 어울릴 수 있고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담으로 화장실 사이니지처럼 아이콘이 글자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내용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윤굴림과 함께 사용했을 때 어울릴 수 있도록 제작했어요. 각 폰트들은 높이 값이 다르기 때문에 윤굴림을 기준으로 위트 아이콘을 옆에 두어도 높이에 차이가 없도록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윤굴림과 위트 아이콘을 섞어서 썼을 때도 별도의 높이 조절 없이 무언가를 쉽게 제작할 수 있어요.

 

Q.

꼭 포함하고자 했던 아이콘의 형태나 기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콘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래서 아이콘에는 정보 전달을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위트 아이콘의 경우 그런 기본적인 아이콘에 위트를 더하려고 했어요. 사람이 나오는 아이콘에는 점프하는 사람, 장풍 쏘는 사람, 역도 하는 사람, 졸고 있는 사람 등 재미있는 모션이 있는 아이콘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이콘 자체는 미니멀하게 제작했지만 위트라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한 아이콘을 포함시키려 했어요.

 

Q.

위트 아이콘이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정해졌던 건가요?

 

처음에는 무제로 시작했죠. 하지만 제작을 하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아이콘을 더 편안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게끔 하고 싶었어요. 폰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폰트 하나를 고를 때도 많은 고민들을 하잖아요. 폰트를 고르고 사용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과 달리 이 아이콘만큼은 그저 쉽게 쓸 수 있고 쓰면서도 소소한 웃음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재미있는 뉘앙스를 가진 아이콘들이 포함되면서 위트 아이콘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Q.

디자이너들에게 “아이콘을 직접 그리지 말고 위트 아이콘으로 일찍 퇴근하자”며 
‘야근방지 폰트’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어요. 솔직히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리지 않고 
위트 아이콘을 사용할 거라 생각하나요
?

 

구상할 당시에는 디자이너가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저조할 것 같아요. 직접 브랜드를 만들거나 편집물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경우 좀 더 자기 브랜드에 맞는 이미지를 원할 것이고, 너무 미니멀한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아이콘의 양 같은 경우에도 다양한 쓰임을 고려하여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찐 디자이너’를 위한다기보다, 업무상 가볍게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나름의 디자이너’를 위한 프리셋 폰트라고 생각해요.

 

Q.

위트 아이콘 그다음을 만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윤디자인의 스테디셀러 폰트와 스타일이 같은 아이콘을 만든다면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프로그램의 제한점이 확실하다면 보다 사용성과 확장성을 갖춘 아이콘 폰트도 제작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더해서 가변글꼴 기능을 활용해서 웹에서 움직이는 아이콘을 만들어보는 일도 상상해보고 있어요.  ·  ·  ·  end of interview

 

FONCO(FONt.CO.kr)에서 위트 아이콘 보기

매거진 《the T》 제14호에 소개된 위트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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