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3.

[TDC LiVE] 타이포에 관심이 생긴 당신에게 추천하는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입문서


윤디자인그룹의 중심은 바로 타입(Type), 즉 글꼴을 디자인하는 TDC(Type Design Center)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꼴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TDC의 글꼴 디자이너들이 글꼴 디자인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는 [TDC LiVE] 시리즈. 이번 시간에는 정송원 선임이 폰트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입문서를 직접 소개합니다.



쏭디가 추천하는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입문서


여러분은 폰트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처음 접했는데요, 많기도 많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들 때문에 사실 겁부터 났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흥미가 생겨 학교 도서관에서 글꼴, 타입, 타이포가 표기된 책들을 도장 깨기 하듯 읽어나갔어요. 책을 읽다 보니 폰트&타이포그래피 관련 서적에도 <수학의 정석> 같이 정석만을 담백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있고, <수학 귀신> 같이 접근이 쉽고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글꼴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중 하나가 ‘폰트랑 타이포그래피는 미지의 영역 같다’, ‘너무 전문적이다’, ‘읽을만한 쉬운 책이 있을까?’였어요. 이런 분들을 위해, 그리고 지금 막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입문서를 소개해드릴게요.



📗 Lv. 1 일상에서 만나는 폰트 이야기


<폰트의 비밀> 고바야시 아키라


가장 먼저 소개할 책은 <폰트의 비밀> 1, 2입니다. 저는 이 책이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접근에 진입장벽을 낮춰준 책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에서도 기본템의 사용법은 단순하고 알기 쉽죠. 이 책 또한 큼지막한 글자, 컬러풀하고 다양한 이미지, 익숙한 브랜드와 생활 속에 녹아있는 폰트를 예로 들어 우리에게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대해 알려줍니다. 물론 시각 착시와 같은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 기술에 대해서도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어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필요한 것을 쉽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고 친근감 있는 어투는 여행자가 폰트 여행을 하며 소개해주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도서관에서 폰트 관련하여 처음 고른 책이 운 좋게도 이 책이었는데, 내용이 쉽고 재미있어 폰트에 대한 흥미를 더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 Lv. 2 라틴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눈으로 익히기


<I Love Type> VICTIONARY


Lv. 1에서 기본템을 만져봤다면, 다음 단계에선 무엇을 할까요? 바로 다양한 아이템의 장착입니다. 이런저런 아이템을 사용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죠.


두 번째 소개할 책은 <I Love Type> 시리즈인데요, 제목만 봐도 폰트를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죠? 이 책은 총 8권의 시리즈로 이루어졌어요. 휘황찬란한 네온컬러로 각각 하나의 폰트를 소개하는 책인데요, 아쉽게도 한글 번역본이 없습니다.


하지만 설명보다 폰트의 좋은 사용사례를 이미지로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폰트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푸투라는 대부분 이런 형식으로 쓰이는구나’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글자의 인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 Lv. 3 라틴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시대와 연결하여 이해하기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 김현미


이번에 소개할 책은 폰트 디자인계의 <수학의 정석> 같은 책,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복스분류법이라고 하는 라틴의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폰트를 소개해주는 책이에요.


*복스분류법: 프랑스의 타이포그래피 역사가 막시밀리엉 복스(Maximilien Vox, 1894~1974)는 서체 분류와 묘사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영어권, 불어권, 독어권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등의 혼돈과 모호함을 정리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는 서체 분류법을 고안하였다.

복스의 분류법은 국제타이포그래피연맹(ATypl: Association Typographique International)에 의해 표준 분류법으로 채택되면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표준이 되는 시스템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 복스의 시스템은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본문용 서체의 분류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 디지털 폰트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차원의 서체들을 포함할 수 없는 점 등이 그 한계로 평가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과 이를 대체하려고 하는 새로운 분류법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복스분류법의 이해는 필요하다.

각주 출처: 김현미(SADI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Monthly Design> 2004년 1월호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폰트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세리프 폰트의 형태가 변해오는 양상과 고딕 형태의 폰트가 만들어진 이유 등 대부분의 폰트가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어, 마치 라틴알파벳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 듭니다.


Lv. 1~2에서 이미지성으로 폰트를 익혔다면, 이 책은 그런 이미지를 담은 폰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모든 내용이 이해 가지만, 이 책은 파트별로 나뉘어 있어서 꼭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관심 있는 폰트만 찾아봐도 되죠. 한 가지 폰트에 접근하다가 다른 폰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면 또 다른 파트를 넘어가면서 흥미로운 라틴 폰트 역사를 들여다보세요.



📗 Lv. 4 한글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시대와 연결하여 이해하기


<활자 흔적> 이용제, 박지훈


이제 한글 관련 책들을 소개해드릴 텐데요, 첫 번째는 <활자 흔적>입니다. 영문과 다르게 시대와 연결된 도서를 먼저 추천하는 이유는, 한글은 우리 일상과 함께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글 폰트를 눈에 익히는 훈련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시대에 반영된 한글 폰트의 변화를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글 활자 역사는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디지털시대의 폰트만 알고 있던 저에게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한글이 어떻게 지켜졌고 변화했는지, 언어(문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보며 많이 깨달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같이 활자의 흔적을 찾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역사 관련 내용과 용어가 많은 책이라서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한글이 변화해온 이야기를 살펴본다면, 한글 폰트를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 Lv. 5 한글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실습


[좌] <한글의 글자표현> 김진평 / [우] <한글 디자인 교과서> 이용제, 안상수, 한재준


Lv. 5는 한글 폰트를 공부해보고, 그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한글의 글자표현>의 경우 한글 폰트 디자이너라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김진평 선생님의 책으로,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다가 다시 재판되어 이제 쉽게 구매 가능하죠. (저도 이 책을 구하려고 헌책방 탐험을 하다 재판됐다는 기쁜 소식에 바로 구매했었습니다.) 90년대에 나온 책이지만, 명작은 영원한 것처럼 한글 폰트 및 레터링 제작에 관한 저자의 연구와 원리를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한글 디자인 교과서>는 2000년대에 나온 책입니다. <한글의 글자표현>에서 볼 수 없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쏟아진 디지털 폰트, 새로운 형태의 한글 폰트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마다 한글 폰트를 바라보는 눈도 다르기에, 두 책을 비교해가면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두 권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 Lv. 6 작지만 강력한 존재, 문장부호 이야기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문장부호와 숫자> 카렌 쳉, 노민지, 이용제, 심우진, 박활성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폰트마다 문장부호가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어느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면서 분석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마 국내에 나온 도서 중 이렇게까지 문장부호를 꼼꼼히 뜯어본 책은 없을 거예요.


폰트 자체도 있는 듯 없는 듯 우리의 일상 속에 있지만, 그 폰트 속의 문장부호는 책 제목처럼 마이크로 크기로 숨어있습니다. 하지만 문장부호의 역할은 엄청나요. 글에 표정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없으면 안 될 강력한 존재들이죠. 작은 존재들의 엄청난 힘을 보고 있으면, 디자이너에게 필수요소인 디테일함을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됩니다.



📕+ 레벨업을 도와주는 아이템 도감


<타이포그래피 사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제목 그대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정의를 정리한 사전입니다. 이 책은 제 타자기 옆에 항상 놓여있어요. 그만큼 글꼴을 디자인하면서 볼 일이 많은 책이죠. 각 글자의 명칭에서부터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수많은 단어가 ㄱ부터 ㅎ까지 정리된 책입니다. 이 <타이포그래피 사전>은 마치 레벨업을 도와주는 아이템 도감처럼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공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을 구매하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정독하면서 읽어봤는데요, 사전인지라 꽤 두꺼워서 다 읽는데 반나절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꼭 한번 정독해보시길 바랍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몰랐던 사실과 새로운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재미가 엄청납니다.



제가 글꼴 디자인을 시작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궁금증, 다양한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고민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처음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로 이야기를 구성해보았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부담된다면 관심 가는 파트부터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작은 흥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니까요! 이제 막 폰트&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관심이 생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