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각 나라 또는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북 디자이너 열 명과 이들의 작품을 다룬 책<세계의 북 디자이너 10>이 발간됐습니다. <대머리 여가수(La Cantatrice chauve)>의 마생(Massin)에서 우리나라에 북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고 정립한 인물인 ‘출판 디자이너’ 정병규, 아티스트 북 전문 독립 출판사 로마 퍼블리케이션스(Roma Publications)의 로허르 빌렘스(Roger Willems)까지. 이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시대와 문화를 바라본 대표적 인물들입니다.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책들을 더 많이, 자주 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북 디자인’의 수행성에 대해 더 싸우고 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유일한 답이라면, 북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영원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이 품고 있는 유일한 주제라면, 아름다운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12쪽,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 북 디자이너 정재완(출판사 사월의눈, 홈페이지)은 일차적으로 각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각 인물과 관련된 시대적 상황을 포함해 디자인 역사, 이들과 협업한 편집자, 디자이너, 사진가 등을 언급하며 이 책이 인물론만으로 그치는 상황을 경계합니다. 표현적 타이포그래피, 제3의 타이포그래피, 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 훈민정음, 동아시아, 사진 책, 상업 출판, 독립 출판 등 북 디자이너 열 명이 저마다 위치한 지점은 자연스럽게 여러 층위를 담은 지형도를 만듭니다. 이를 둘러보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단순히 ‘북 디자인’이 아닌 오늘날의 ‘책’과 ‘디자인’을 만나는 것이지요.
이 책은 크게 글로 이뤄진 1부와 도판으로 이뤄진 2부로 나뉘고, ‘인쇄된’ 하이퍼링크를 통해 서로를 얼마간 참조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취할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관심사 또는 취향에 달렸다고 해요. 어떤 독자는 2부의 도판을 글에 관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어떤 독자는 1부의 글을 도판에 관한 긴 각주로 읽을 것입니다. 많지는 않겠지만, 책을 서가에 꽂아두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요. 책 내용과 별개로, 구조로서 책 자체와 책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셈입니다.
책의 위기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읽기와 문자 그리고 읽기와 타이포그래피 간의 관계는 역사적 궤도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운명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생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한결같은 부침은 깊은 울림이 있다.
30쪽, ‘마생 - 목소리에서 타이포그래피까지’에서
2000년대 들어 정병규의 작업은 책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문자, 이미지, 한글이라는 좀 더 원초적인 디자인 재료에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이 시기 정병규의 작업은 이전보다 자유롭고 이미지성이 물씬 풍긴다. 그것은 마치 액체처럼 ‘흐르는’ 문자였다.
73쪽, ‘정병규 - 책, 문자 그리고 한글’에서
차례
들어가는 글
마생(Massin) - 목소리에서 타이포그래피까지
요스트 호훌리(Jost Hochuli) - 제3의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 - 유연한 모더니즘
정병규(鄭丙圭) - 책, 문자 그리고 한글
뤼징런(吕敬人) - 북 디자인 3+1
스즈키 히토시(鈴木一誌) - 미묘한 삼각관계: 영화, 사진 그리고 책
칩 키드(Chip Kidd) - 배트맨 키드
로허르 빌렘스(Roger Willems) - 타이포그래피에서 구조로
마르쿠스 드레센(Markus Dreßen) - 현대적 책
데이비드 피어슨(David Pearson) - 책 표지 디자인의 수사학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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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책 정보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
저자: 전가경, 정재완
출판사: 안그라픽스
출간일: 2016.6.17.
가격: 30,000원
* 이 글은 ㈜윤디자인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타이포그래피 웹진 <타이포그래피 서울>(바로 가기)에 게재되었던 북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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