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1.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 - 1부

이미지 출처: 윤지운 <시니컬오렌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 따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엎드려 귤을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유랑의 <러브장>으로 시작된 만화책에 대한 사랑은 어느덧 저를 ‘만화카페’를 자주 애용하게 하는 어른아이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초∙중∙고교생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만들어 주면서 사랑을 고백했던…. 흑역사 계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러브장’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이 만화책인데요.



[좌]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누구의 손에 있을까 괴롭게 만드는 그 이름 ‘러브장’. 

[우] 한유랑 작가의 <러브장>. “진영아 현우 살앙해? 당근이지….” 아 오그라든 내 손과 발이여 펴져라~ 얍~ 



지금은 적은 금액으로 바로 결제해서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로 바로 볼 수 있는 이북(E-book) 서비스와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업데이트되는 무료 웹툰의 성황으로 종이 만화책 시장이 매우 작아졌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만화책을 쌓아놓고,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저마다의 손끝으로 같은 자리를 문대서 생긴 손때 묻은 그 만화책 특유의 종이 질감과 다음 권이 언제 나올까 종종대며 매일 만화 대여점에 출퇴근 카드를 찍던 그때의 행복했던 추억을 저는 여전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 빼곤 다~잘했다고 벌써 5번째 자랑하고 있는 90년생 Y양이 여러분의 기억을 되새겨 드리려고 오랜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추억의 만화’, ‘추억의 영화’에 이은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은 무엇이었을까요? 2000년대 초∙중반에 봤던 Y양이 좋아한 한국 순정 만화책들을 모아봤습니다. 양이 많아서 1, 2부 특집으로 나누었으니 다음 2부도 기대해 주세요~


 

▶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우리가 사랑했던 추억의 만화영화 1부 (바로 가기)

▶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우리가 사랑했던 추억의 만화영화 2부 (바로 가기)

▶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나를 성장하게 한 추억의 영화 1부 (바로 가기)

▶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나를 성장하게 한 추억의 영화 2부 (바로 가기)




작가 별 추억의 순정 만화(ㄱ~ ㅇ까지)


강미정 <파랑새를 만난 적이 있나요>, <키 작은 해바라기>

 

근래 그룹와이(윤디자인연구소) 폰트 사용법을 물어보려 전화하신 고객님께서, 알고 보니 강미정 작가님이셨다는! 어릴 적 봤던 만화책 작가님이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강은영 <아이의 별>, <신소녀>, <과격소녀>, <파파야>, <야야>, <스톰>, <히싱>

가을바람이 부는 듯한 따뜻한 그림체, 강은영 작가님의 만화책들입니다. 특히 신소녀, 과격소녀 같은 만화책을 좋아했었어요. 



[좌] 강미정 <파랑새를 만난 적이 있나요> [우] 강은영 <신소녀>



김강원 <여왕의 기사>


4살 많은 고모(!)의 방에서 몰래 숨어서 봤던 추억의 만화책입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고모는 외삼촌할아버지의 공부를 하라는 불호령에 만화책을 숨어서 봤었습니다. 하하. 리이노? 인가…. 남자 주인공이 아주 멋있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김동화 <천년사랑 아카시아>


작가 이름을 듣고 처음엔 여성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남성이더군요. 과거에서 미래로, 시대극에서 현재로 바뀌는 이런 만화책이 왜 이리 재미있었는지~



[좌] 김강원 <여왕의 기사> [우] 김동원 <천년사랑 아카시아>



김영희 <Masca(마스카)>


마스카(Masca)는 이탈리아어로 ‘마법사’라는 뜻입니다. 한때는 이상형이었던 남자, 카이넨(마왕)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낸 만화책 마스카. 여자들은 왜 어둡고, 잘생기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애처럼 매달리고, 섹시한 (*-_-*)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요? 


김수연 <캐쉬걸>


만화잡지계의 전설 ‘밍크’에 2002년에 연재되었던 만화 ‘캐쉬걸’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어린 친구들도 충분히 볼 수 있던 유쾌한 스토리로 10대 소녀들을 겨냥한 스티커와 팬시 용품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좌] 김영희 <Masca(마스카)> [우] 김수연 <캐쉬걸>



 만약 카이넨이 현존한다면 미드 <트루블러드>의 뱀파이어 ‘에릭’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용선 <레드라이온>

 

여성학원액션(!)물. ‘김바다하늘새벽별처럼맑은이슬’, ‘황금독수리하늘을날다’ 같은 특이한 주인공 이름들로 작가님의 작명 센스가 돋보이던 작품이었습니다. 저도 이름이 평범한 편은 아니지만, 저렇게 좀 더 특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이 ‘피’ 씨면 ‘피바다’ 같은 센 이름도 해보고 싶은데… 너무 무서운가요?


류량 <솔직담백하게>


순진무구한 여주인공 새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 만화책입니다. 새다처럼 순수했던 저는 어느새 이렇게 커서… 흑심 가득한… 흑흑.



[좌] 김용선 <레드라이온> [우] 류량 <솔직담백하게>



박은아 <다정다감>, <스위티젬>, <버드키스>, <불면증>


박은아 작가님의 만화책은 언제나 감성적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 나와도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그리시는 것 같아요. 특히 <불면증>은 일본 영화 <무지개여신> 같은 느낌으로 스크린에 담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옥형 <샤우트>


남장 여자 연예인 아이템의 원조 격인 만화책.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만화책 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좌] 박은아 <불면증> [우] 박옥형 <샤우트>



박희정 <호텔 아프리카>


초등학생 때 놀러 간 친구네 집에서, 친구네 언니가 거실 한쪽 책장에 쭉 전시해 놨던 <호텔 아프리카>. Y양은 아직도 그날 봤던 <호텔 아프리카>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바짝 마른 햇빛이 거실 바닥을 내리쬐는데, 그 빛에 작은 먼지들이 반짝반짝 떠다니고, 그 햇살 아래서 친구네 언니 몰래 그 책을 봤었지요. 항상 가벼운 분위기의 만화책만 보던 꼬꼬마가 처음 겪은 고급(!) 이야기 만화책이었습니다. 애장판으로 구매해서 소장하고 싶게 하는 만화 <호텔 아프리카>입니다.


서현주 <I Wish>


램프 속 지니는 과연 사람의 소원만을 들어주고,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착한 요정이었을까요? 한 사람의 소망과 염원이 탐욕이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I Wish>의 냉정한 마법사 K는 과연 착한 지니었을까요?



[좌] 박희정 <호텔 아프리카> [우] 서현주 <I Wish>



신일숙 <아르미안의 네딸들>


역시 현대물보다 시대극, 사극 등 허구지만 역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입니다.


어숙일 <마린블루>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예쁜 그림체의 만화책. 보는 내내 아름다운 그림체에 감탄하고, 순수한 동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동화 <인어공주>가 아닌 현실에 있는 아름다운 ‘인어왕자(!)’ 수현이가 기억납니다.



[좌] 신일숙 <아르미안의 네딸들> [우] 어숙일 <마린블루>



여호경 <비타민>


중학교 때 읽었던 만화책인데, 딱 그때 읽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본격 청춘 학원연애물이었죠. 전 ‘지용’이를 좋아했습니다.


연은미&채안나 <나는 사슴이다>


이 만화책은 1, 2, 3부로 나뉜 장편 만화입니다. 1부에서 주인공 ‘리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2부, 3부에서는 좀 더 리아의 주변 인물 이야기까지 확장된 느낌입니다. 특히 리아의 오빠였던 ‘마린’과 그의 연인인 ‘설송꽃’의 이야기가 너무 슬펐습니다. 



[좌] 여호경 <비타민> [우] 연은미&채안나 <나는 사슴이다>



윤지운 <시니컬오렌지>, < Hush>


윤지운 작가의 그림체는 여성을 정말 투명하고, 섬세하게 그리는 것 같아요. 물론 남성 캐릭터도 잘생겼지만, 저는 긴 머리에 가녀린 몸매, 왠지 그림체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는 매끈한 피부의 윤지운식 여성 캐릭터를 너무나 좋아한답니다. 


이빈 <원>, <개똥이>


엉뚱하고 유쾌한 만화를 많이 그린 이빈 작가. 약간 천계영 작가하고 유머코드가 비슷한 듯한 그런 느낌…. 저만 느낀 걸까요?



[좌] 윤지운 <시니컬오렌지> [우] 이빈 <개똥이>



이상은 <열세 번째 남자>, <콩깍지>


중학생 때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이 뭐냐,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곧잘 이상은 작가의 <콩깍지>를 말했었어요. 그림체도 예쁘고 여주인공 성격도 제 스타일이고,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스토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어우러진 만화책이었습니다. 이번에 동네 만화 대여점에서 <열세 번째 남자> 전권을 빌려다 봤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더라고요.


이영란 <로맨스 파파>, <너무너무 신선해>


이 분의 작품도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었는데…. 요새는 어떤 만화책을 그리고 계시려나~?



[좌] 이상은 <콩깍지> [우] 이영란 <로맨스 파파>



이영희 <넌 너무 멋져>


본격 BL(boys Love…*-_-*)을 적정 수위로(!)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쾌거를 거둔 만화책. 여중·고생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었지요….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윤희&카라 <마왕일기>, <천행기>


마왕 나오는 거 치고, 재미없는 것 거의 없죠. <마왕일기>의 헤어스타일은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그룹 신화 ‘신혜성’의 파인애플 머리를 생각나게 하네요…. 원래 소설이나 만화라는 게 어느 정도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특유의 이미지라는 걸 미리 머릿속으로 그리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마왕=파인애플 머리=신혜성’이었습니다.^^



[좌] 이영희 <넌 너무 멋져> [우] 이윤희&카라 <마왕일기>



어떠세요? 지금까지 소개한 만화 중에 좋아했던 만화가 있으셨나요? 그때 그 만화 속 사랑이 나를 울고 웃게 하고, 꿈꾸게 하는 성장 도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록새록 그때 기억이 참 달콤하네요. 90년생이 추억하는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은 2부에도 계속됩니다. 채널 고정!(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