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디자이너의 23가지 타이포그래피 이야기를 담은 <The Typography>, 이 책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소개하는 지침서랍니다. 국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흐름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특히 신문이나 잡지, 방송, 모바일 등 각종 미디어에서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여 현장감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 책은 ‘Typography 말하기’부터 ‘Typography 듣기’, ‘Typography 쓰기’, ‘Typography 나누기’, ‘Typography 보태기’까지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 중 ‘Typography 말하기’는 국내 디자인사의 교육과 문화, 트렌드와 이슈의 중심에 있는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주요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근본적으로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와 레이아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타이포그래피 교육은 다양한 문화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적합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은 타이포그래피가 문화의 주체가 아니라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포스트모던 타이포그래피 교육 / 이지원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인 이지원은 타이포그래피 교육에 관한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하나의 원칙을 따라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빠르게 변해가는 매체 환경 속에서 각각의 스타일을 형성할 수 있는 교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의 타이포그래피는 과거의 망령이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글자는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다
“맛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있다.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맛이라고 한다면 문제 없지만, 오늘 내가 만든 햄버거가 내일 또 맛있다는 법이 없을 테니,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에게 익숙함은 적이다. 언제나 똑 같은 글자와 낯익은 활자를 이용해 디자인한다면 그는 평범한 요리사가 되고 말 것이다. 글자는 맛을 가지고 있다. 어떤 맛을 낼지는 모두 디자이너에게 달렸다.”
새로운 형식을 위한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 강구룡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 작가는 디자이너들이 글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그는 디자인을 요리에 비유하였는데요, 요리사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자기만의 조합을 이용해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좋은 글자와 이미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조합의 형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익숙함은 식상함으로, 진부함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레스토랑 ‘Meat & Bakery TAVERN’을 위한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렌 타카야의 포스터 디자인. 과거 미국 브루클린을 테마로 만들어진 식당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스테이크 맛을 위해 고기 부위별 이미지와 용어를 활용하여 디자인했다. 글자의 레이아웃을 바꿔가며 고기의 부위별 맛과 용어를 조금씩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은 요리와 같다. 디자이너도 좋은 글자와 이미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조합의 형태를 만들어내야 한다.
캘리그래피, 우리의 삶과 소리를 담아내는 글씨
“붓으로 또는 손으로 쓴 글씨라 하여 좋은 캘리그래피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0년 전통의 기업이면 그 역사에 맞는 글씨여야 하고, 제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공들인 노력과 정성을 글씨에도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또한, 글자에 담긴 뜻과 쓰임을 자연스럽고 독창적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글씨, 나아가 자연을 담고 우리네 삶과 소리를 온전히 담아내는 글씨일 때 진정한 캘리그래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인 캘리그래피의 어제와 오늘 / 강병인
최근 유행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서예를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캘리그래퍼 강병인은 좋은 글씨를 위해서는 전통 서예에 대한 공부와 이해, 그리고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에 관한 공부가 이어져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전통을 깨고 나오는 새롭고 좋은 멋글씨, 캘리그래피를 끊임없이 보여줄 때 미래가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법고창신, 전통을 깨고 나오는 새롭고 좋은 멋글씨가 끊임없이 보여질 때 캘리그래피의 미래가 있다.
타입 저작권, 시스템의 문제인가 의식의 문제인가
“한글 서체 개발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공을 들여야 하는지 안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영문 서체는 알파벳 대소문자 52자와 심볼 44자, 총 96자만 개발하면 된다. 하지만 한글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글 자모를 결합한 기본 2,350자가 필요하며, 조합형 8,822자까지 포함하면 총 11,172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영문ㆍ숫자ㆍ기호가 94자, 특수문자 986자, 한자 4,888자까지 일련의 연속성을 가지고 디자인 창작을 가미해서 만드는 결과여야지 비로소 한글 서체 한 벌이 만들어진다.”
타입 저작권에 대한 말과 탈 / 편석훈
어느덧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폰트, 사용 범위는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어요. 미술 저작물로 보호하는 응용미술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폰트 디자인 자체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 ‘타입 저작권에 대한 말과 탈’을 쓴 윤디자인연구소 편석훈 대표는 서체 저작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우수한 한글 폰트 개발과 정품 사용자, 창작자가 우선 보호되고 배려 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한글 폰트 개발과 정품 사용자, 창작자가 보호되고 배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한글문화 발전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지금까지 국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교육 및 문화,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Typography 말하기’ 부분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파트를 써내려 간 필자들은 공통적으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에 관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제프리 키디는 “나쁜 글꼴은 없다. 나쁜 디자이너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이처럼 맛과 생명력을 불어넣은 타이포그래피가 필요한 때입니다.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이야기를 단행본 <The Typography>에서 만나보세요.
The Typography
엮음: 윤디자인연구소ㆍ엉뚱상상
펴냄: 윤디자인연구소
가격: 18,000원
구매 정보
온라인:
오프라인:
윤디자인연구소 1층,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전 매장,
홍대 땡스북스, 유어마인드, 상상마당,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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