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백 년 전 편지에서 손글씨 폰트로’ 윤디자인그룹이 개발한 「KCC안창호체」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를 공용어로 쓰게 하며 우리말과 우리글을 억압했던 이유,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이 오래된 편지에서도 글자 하나하나에 곧은 신념과 굳센 의지가 느껴지는데요, 글씨의 주인공은 바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님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KCC안창호체, 그리고 손글씨 원도인 친필 편지

 

 

지난 11월 9일, 안창호 선생님의 탄생 145년을 맞아 「KCC안창호체」가 공개됐습니다. 그가 생전에 아내 이혜련 여사와 자녀들에게 쓴 편지 등에 담긴 친필 손글씨를 바탕으로 윤디자인그룹이 개발한 디지털 서체입니다.

 

글. 정이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글씨 폰트 「KCC안창호체」

 

 

윤디자인그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손글씨 폰트 제작 사업에 참여하여 「KCC안창호체」를 개발했습니다. 그동안 손글씨 폰트를 비롯해 수많은 서체를 디자인하고 개발해왔지만, 이번 안창호체는 윤디자인으로서도 특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손글씨 폰트 제작은 먼저 원도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안창호 선생님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가 편지를 정리하여 제공해주시고, 또 서체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주시는 등 적극 협조해주셨습니다.

 

 

원도 분석을 통해 안창호 선생님의 손글씨를 세 가지 스타일로 분류하였다.

 

 

안창호 선생님의 편지, 즉 손글씨 원도를 살펴보고 분석하니, 필기구에 따른 차이와 함께 단정하게 쓴 정체 스타일과 좀 더 자유롭게 흘려 쓴 흘림체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반듯한 느낌의 정체 스타일로 폰트를 만들기로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원도의 글자들을 한 글자씩 정리하는 집자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손글씨는 같은 글자나 같은 꼴이라도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집자를 통해 평균값을 내어 가장 유사하게 디자인하거나 폰트로서 더 적합한 모양의 글자를 찾는 것입니다.

 

 

정체 스타일의 손글씨로 폰트를 만들기로 결정한 후 집자 과정을 진행했다.

 

 

또한 세로쓰기인 원도의 글자를 가로쓰기로 변경하는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안창호 선생님의 글자는 세로획이 직선적이면서 가로획은 우상향하는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가로쓰기 폰트로 만들기 위해 글자의 공간감이나 비율을 특히 더 다듬어줬습니다.

 

 

안창호 선생님의 손글씨 원도와 KCC안창호체 비교

 

 

영문의 경우, 미국에서 활동하여 영문 필기체를 굉장히 잘 쓰셨던 안창호 선생님의 손글씨 원도를 적극 반영하여 흘림과 각도를 살리고 글자와 글자가 서로 이어지도록 하였습니다. 다만, 판독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읽기 쉬운 글자의 형태에 가깝게 디자인하였죠.

 

 

안창호 선생님의 손글씨 원도와 KCC안창호체 영문 비교

 

 

이후 안창호 선생님의 유족 그리고 자문위원회의 피드백을 받아 획 대비와 흘림의 특징 등을 좀 더 살리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하였고, 두께 설정을 하여 안창호체를 완성했습니다.

 

 

“안창호체는 전체적인 인상은 정체에 가깝지만, 글자 안에 흘림의 요소가 담겨 있어서 속도감도 느껴져요. 특히 ‘ㄹ’은 원래 반듯한 정체 스타일이었다가 흘림체 형태로 수정했는데, 바꾸길 잘한 것 같아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_KCC안창호체를 개발한 윤디자인그룹 장연준 서체 디자이너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아내와 자녀들에게 쓴 편지 등에 담긴 친필 손글씨의 특징을 충실히 반영하여 디지털 서체로 복원했습니다. 직선적인 획에서 강직함과 굳건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우상향하는 가로획 덕분에 운율감이 돋보입니다.

 

 

오픈 폰트 라이선스로 배포된 KCC안창호체

 

 

KCC안창호체는 공유마당을 통해 저작권 걱정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폰트 라이선스(Open Font License)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백 년 전 편지에서 시작된 안창호체가 앞으로 백 년, 아니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쓰이며 곧고 굳센 마음을 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