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3.

외국인이 한글을 쓴다면 이런 모습?! 인도어, 아랍어 스타일의 한글 폰트



'세계 속의 한국,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서울'이 된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도 익숙하고, 사람이 붐비는 거리와 지하철에서 익숙지 않은 얼굴과 생소한 언어를 듣는 것 또한 일상적인 일이지요. 한글 배울 일만도 벅찬지라 외국어에 큰 관심을 두진 않았었는데요, 다국어 폰트 작업을 하게 되면서 세상의 다양한 문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복잡한 유니코드의 세계를 접하면서 언어가 분화하게 된 계기라는 바벨탑 사건을 원망하기도 했고요.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과 세계의 많은 나라가 라틴 알파벳에 기초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의 한자, 일본의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영화, 게임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합니다. 그러나 아랍어, 태국어, 인도어 등은 처음 접할 때나 지금이나 생소한 면이 많은 글자입니다. 


종종 이런 새로운 형태의 글자들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가 느껴집니다. 또 나라별 고유의 필기구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글자의 조형감에 신기하기도 하고요. 글자를 보며 '아랍 사람이 한글을 써본다면 어떨까? 태국 사람이 한글을 써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하기도 했는데요, 마치 영문을 기초로 해서 그것과 어울리는 한글을 디자인하는 경우처럼, 아랍어나 태국어를 기초로 그것과 어울리는 한글을 디자인해보는 그런 작업….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미 실행되고 있었던 거죠. 



아랍어, 인도어 스타일을 접목한 한글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아래의 공익광고를 접했습니다. 다문화 사회가 된 서울의 모습을 다양한 외국어 요소를 조합하여 한글로 표현한 타이포그래피인데요, 아랍어 폰트를 힘들게 제작했던 경험이 있었던 저에겐 가장 하단의 아랍어 글자로 표현한 한이 특히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숙명여대 시각디자인학과 SMVD08팀의 작품



이렇게 생소한 다른 언어의 문자로 한글의 형태와 비슷하게 표현하거나 각 언어 서체의 특징을 한글에 접목해 만든 디자인을 좀 더 찾아보았습니다.


인도현대미술전(2011) / 출처 : 둘로스 호텔 <뉴스&공지사항>

 



위 이미지는 2011년 인도현대미술전의 포스터입니다. '자이언트 엘리펀트'라는 한글을 힌디어에 사용하는 데바나라기(Devanagari) 문자로 표현한 전시 로고 타입을 볼 수 있어요. 실제 데바나라기 문자는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위키피디아 인도어 페이지의 글자를 무작위로 발췌한 것인데, 비슷한가요?


Devanagari 문자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 인도현대미술 2009 /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위에 이미지를 보세요. 같은 전시인데 2009년도 전시 포스터에서는 한글이 아닌 라틴 알파벳과 데바나가리 문자를 접목해서 디자인한 것을 볼 수 있네요. 한글에 비해 구조적으로 단순한 라틴 알파벳은 한글보다 읽기가 쉬웠습니다.


다음은 인도어만큼이나 생소한 문자 아라빅(Arabic)입니다. 최근에는 영화 등을 통해 아랍 문화가 익숙해졌다지만 글자 자체는 아직 많이 생소하죠? 쓰는 방향도 한글과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아랍어는 매우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아랍어와 한글의 접목을 시도한 작업이 있었더군요. 


  ▶ 하비비 / 출처 : 네이버 '책'



위 이미지는 크레이그 톰슨이라는 만화 작가의 작품 <하비비>의 책 표지입니다. 중년의 남자에게 신부로 팔려가는 여자아이 '도돌라'가 겪은 파란만장한 삶 그리고 그녀가 노예가 되어 만나게 된 흑인 노예 '잠'의 삶을 함께 다룬 만화에요. 작품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상징들, 아랍 문자가 나오는데요, 그에 맞게 영문을 아랍어 문자로 디자인했습니다. 한국어판에서도 아랍어 글자의 느낌을 살려 <하비비>라는 표제를 디자인한 것이 독특합니다.


Arabic 문자



외국어 스타일을 접목한 라틴 알파벳


라틴 알파벳은 다른 언어의 이질적인 스타일을 적용한 폰트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dafont.com'에서 찾아본 아랍어 느낌의 영문 폰트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Arab Dances



종류도 많고, 널리 사용되는 영문은 그 글자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서인지 여러 가지 시도가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지만, 타이(Thai) 문자의 형태를 적용한 폰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 Pad Thai 폰트 / 출처 : http://all-free-download.com/font/various-language/pad_thai_free_font_3889.html



실제 태국어 글자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어색하지만 그래도 많이 닮았지요?


Thai 문자 



라틴 알파벳 스타일의 한글 디자인


다시 한글로 돌아와서 아랍어, 힌디어, 태국어 등의 글자와 한글을 접목하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라틴 알파벳과 한글의 접목을 시도한 작업은 비교적 많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더라도 해외 영화들이 국내 개봉을 할 때 이런 경우가 많은데요, 다음은 영문의 블랙 레터(Black letter) 스타일을 차용한 한글 디자인입니다.

 

 출처: 한글 블랙 레터의 탄생



아래는 블랙 레터의 느낌이 가미된 스타일의 영화 포스터 한글 로고인데요, 그 획의 삐침과 강렬한 대비가 공포 영화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 영화 <분신사바>, <스승의 은혜>



이 외에도 일본어 히라가나를 콘셉트로 한 한글 폰트라든지, 해외 서적을 번역 출판하면서 그에 맞게 디자인된 여러 글자를 다수의 웹사이트와 책(소설이나 만화(그래픽 노블))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자료 사진으로 간직해둔 것이 없어 더 소개해 드릴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지요.


'한글과 다른 글자의 접목'은 이미 많은 분들이 생각해 보았을 테고 또, 실제로 만들어진 서체도 있었는데요, 외국어와 한글을 결합한 다양한 디자인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