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폰트를 볼 때마다, ‘저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시죠? 폰트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의외로 생소하게 다가와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져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느낄 때가 많을 텐데요. 지난 윤톡톡 포스트에서 자기 자신만의 폰트를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웹사이트(바로 가기)들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죠? 하지만 손글씨로 폰트를 만들거나, 비트맵 폰트 형식의 영문 폰트만 만들어볼 수 있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고급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한글 폰트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전문적인 폰트 제작 툴에 대해서 소개해드릴까 해요. 제가 직접 접해볼 기회가 있었던 프로그램 중심으로 가볍게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국내에서 제작된 폰트 제작 툴
┃폰트매니아
‘폰트매니아’는 몇 안 되는 한글 아웃라인 폰트 제작 툴로,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1996년 장영실상을 수상하고, 폰트 제작기술에서 국산신기술로 인정받는 등 말 그대로 국산 폰트 제작 프로그램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폰트매니아 편집 화면>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매킨토시 환경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폰트 디자이너들에게는 많이 활용되고 있답니다. 트루타입, 통합글꼴, 타입 1 폰트를 만들 수 있고, 로고타입이나 아이콘의 개발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에요. 강력한 윤곽선 편집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비트맵 이미지부터 윤곽선을 추출하는 기능이 있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손쉽게 글꼴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랍니다.
하지만 이미 제작사가 사라진 지 오래되어 더 이상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 않고 있답니다. 폰트를 제작하면서 해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글 폰트 제작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내에서 개발한 이 프로그램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툴을 만든 제작사가 사라졌다니 그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드리거 (DRIGER)
<출처 : 정글시스템 홈페이지>
‘드리거(DRIGER)’는 국내에서 개발한 폰트 제작 툴로서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웃라인 폰트와 비트맵 폰트를 모두 만들 수 있고, 초성, 중성, 종성이 조합되는 한글의 특징을 살려서 폰트를 디자인 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드리거 편집 화면 : 완성형 한글 편집 화면>
비트맵 폰트를 제작하는 환경은 직관적이고 편리한 것 같습니다만, 아웃라인을 편집하는 기능이 해외의 다른 툴에 비해서 아쉬운 편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하지만 ‘가져오기’ 기능을 통해 다른 서체 제작 프로그램인 ‘폰트랩(Fontlab)’이나 ‘폰토그라퍼(Fontographer)’에서 제작한 아웃라인 폰트 파일을 불러올 수 있고, 무엇보다도 조합형 한글을 제작하는데 있어 매우 편리한 프로그램이에요. 초성, 중성, 종성 별 그룹을 지어 글자를 조합을 하게 되는데, 그룹 지어 놓은 조건에 따라 자모가 조합되는 형태를 미리 보기 하면서 작업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지만, 해외에서 제작한 영문 중심의 툴에 비해 한글 조합형 폰트의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제작된 폰트 제작 툴
┃폰토그라퍼 (Fontographer)
<출처 : 폰트랩 홈페이지>
툴 사용법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와 유사한 ‘폰토그라퍼(Fontographer)’. 몇 차례 제작 회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현재는 폰트랩 사에서 개발하고 있다고 해요. 아웃라인 폰트를 제작할 수 있는 툴로 현재 5.2버전까지 출시 되었으며, 맥용과 윈도우용이 있어 양쪽 환경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사용해본 폰토그라퍼의 버전은 3.5.1 버전으로, 무려 21년 전인 1992년에 만들어진 버전이네요. 초등학생 시절에 갔던 대전 엑스포보다 무려 1년이 앞선 프로그램이군요. *_*
<폰토그라퍼 5.2 편집 화면>
여러 가지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인터페이스도 좋아졌으며, 폰트랩 프로그램보다 250$나 저렴합니다. 하지만 태국어, 히브리어 코드도 지원하는 반면, 한글 완성형 코드체계는 직접적으로 지원하진 않아 한글 폰트제작에는 여러 가지 번거로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폰트랩 스튜디오 (Fontlab)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폰트 제작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폰트랩 스튜디오(Fontlab)’. 아웃라인 폰트를 제작할 때 각각의 제어점들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고, 드로잉 된 아웃라인의 오류도 눈으로 쉽게 확인해 수정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쉬운 편입니다. 그 외에도 힌팅 폰트제작은 물론 히브리어, 아랍어 등 다국어 폰트를 제작할 수 있고, ‘파이썬(Python)’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 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파이썬을 통해서 마치 포토샵의 ‘액션’ 명령처럼 ‘매크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
<폰트랩 5 편집 화면>
이외에도 폰트랩 스튜디오에는 매우 다양한 기능이 숨어 있습니다. 폰트랩에서 제공하는 정식 매뉴얼이 무려 913 페이지씩이나 되는데요. 너무 기능이 많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 같습니다. ^^;; 참, 한글을 제작하는 데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어요. 조합형 폰트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고, 하나의 폰트 파일에 6,400자까지만 담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다행히 곧 업데이트 될 5.2 버전에서는 최대 65,536자를 지원하게 된답니다.
폰트랩의 기능설명은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한글디자인교과서(바로 가기)’와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폰트 제작 툴과 디자이너(바로 가기)’에서 조금 더 살펴 보실 수 있습니다.
┃폰트포지(Fontforge)
<출처 : 폰트포지 홈페이지>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라는 사람이 오픈 소스로 개발한 ‘폰트포지(Fontforge)’. 윈도우, 맥 환경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윈도우 환경에서의 설치가 조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윈도우에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버전이 나와있어, 디자이너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폰트포지 편집 화면>
폰트포지는 다양한 아웃라인 편집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한글 완성형, 조합형, KSC 5601 코드도 지원하고 있어 한글 폰트를 디자인하는데 한결 수월합니다. 영문과 한글뿐만 아니라 히브리어, 아랍어, 태국어, 인도어 등 다양한 다국어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하는 무료 프로그램이지만, 무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뉴얼과 튜토리얼도 홈페이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모두 전문적인 용어와 함께 영어로 설명되어 있어, 무료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국내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가지 희소식은 어떤 분께서 이 프로그램의 ‘한글화’를 진행(선영래의 슈퍼 히어로 집현전/바로 가기)하고 계시답니다. 조용히 응원해봅니다! 아자아자!
위에서 소개해드린 프로그램 외에도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더 많고 다양한 폰트 제작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중 눈에 띄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아주 짧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Robo Font
<출처 : Robo Font 홈페이지>
<Kalliculator editing from RoboFont on Vimeo>
다양한 폰트 제작 프로그램이 있는 만큼, 폰트는 편집파일의 포맷이 다양한데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플랫폼에서 사용이 가능한 ‘UFO’라는 폰트 포맷으로 폰트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Robo Font’인데요. 현재는 맥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한글 폰트 제작에 적합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그 기능을 설명한 동영상을 함께 보시죠.
┃Glyphs
<출처 : Glyphs 홈페이지>
<Editing Outlines from Glyphs.app by Georg Seifert on Vimeo>
폰트랩이나 폰토그라퍼에 비해 매우 저렴한 폰트 제작 툴인 ‘Glyphs’. 맥용으로만 개발되어있어서 저는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웹사이트에 동영상 튜토리얼이 있어 잠시 감상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아본 폰트 제작 프로그램 중 국내에서 만든 토종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해외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해외 프로그램들은 최근까지도 비교적 활발하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고 새로운 포맷과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았습니다만, 국내 프로그램은 그 종류가 적고 버전 업그레이드가 느리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이라지만, 자기에게 맞는 신발을 신어야 오래 걸을 수 있는 것처럼 한글 폰트에 맞는 제작 툴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에는 한글날이 다시 법정 공휴일이 되어 한글창제를 기리게 된 만큼, 관련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한글과 관련한 좋은 프로그램도, 오랫동안 사랑 받을 글꼴도, 한글과 관련한 뜻 깊은 행사도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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