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다 보면, 프로젝트마다 정말 다양한 제작 스토리를 갖게 됩니다. 해당 업체에 따라, 디자인에 따라,담당자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매번 다른 에피소드와 서체의 표정을 만들게 되지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서체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하다 보면 서체 출시 이후 단편적인 모습만이 아닌 ,전체 제작 스토리와 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하곤 합니다. 하나의 서체가 탄생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보게 되면 서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남다른 정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오늘은 윤디자인그룹에서 최근 완료한 서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바로바로~ RPG 마니아라면 다 아는 모바일 게임 회사 ‘네시삼십삼분(4:33)’ 전용서체 ‘433검방체’입니다. 제가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같은 서체 디자이너로서 이 ‘433 검방체’를 기획하고 디자인한 김재의 서체 디자이너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433 검방체’를 기획•디자인한 김재의 서체 디자이너 인터뷰
김재의 디자이너 인터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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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삼십삼분(4:33)’이라는 모바일 게임 업체는 기업명이 정말 독특한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우선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네시삼십삼분’은 게임 콘텐츠와 다양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퍼블리싱 하는 모바일 게임 선도 기업입니다. 처음 ‘네시삼십삼분’의 전용서체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저 또한 독특한 회사명과 디지털 적인 로고타입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모던하고 심플한 로고처럼 디자인적으로도 감각있고 내공이 깊은 기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프로젝트 수행의지 만땅!!이었답니다.
아마 여러분도 ‘네시삼십삼분’의 대표 게임 이름을 들으시면,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텐데요, 로스트킹덤, 몬스터슈퍼리그, 붉은보석2, 골든나이츠, 영웅, 블레이드, 스펠나인, 활, 챔피언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게임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처럼 특별해 보이는 ‘네시삼십삼분’의 로고타입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첫 화면부터 대표 게임들이 반기네요~(홈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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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삼십삼분’의 전용서체 ‘433검방체’ 제작 프로세스는 어땠나요?
어렴풋이 기억을 되새겨보면, 아마 2016년 연초부터 개발 이슈가 생겼던 것으로 기억해요. 실제 시안에 들어간 게 2016년 2월이였고요, 개발 완료한 시점이 바로 지금! 2016년 9월이니까 총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전체 프로젝트에는 저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저희 타이포디자인센터의 다수의 핵심 디자이너들이 시안 작업에 참여해 주셨고요 ,다국어 영역에는 정유권 팀장님이, 굵기 파생에는 박수진 팀장님께서 저와 함께 해주셨답니다.
개발 프로세스는, 다른 전용서체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원하는 서체를 위해 기본적인 기업의 정보부터 주력 사업, 기업이 지향하는 디자인상을 위한 선행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이를 토대로 1차 콘셉트 회의를 거치면서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키워드를 도출하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키워드를 ‘이미지화’시키는 아이데이션 작업이 시작되고요, 이후로는 끝없는 시안단계입니다.^^
솔직히 전용서체를 디자인한다는 건 서체 디자이너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업의 성향과 의도하는 방향을 간파하여 서체라는 영역에 녹여내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서체 디자이너도 사람인지라 내 눈에 좋아보이는 주관적인 디자인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기업과 서체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시안단계에서 수도 없이 많은 피드백을 낳게 만드는 부분이지요.
‘네시삼십삼분’의 경우 ‘모바일 게임사에 주로사용되는 전용서체를 만들어라’라는 프로젝트 서브 타이틀 안에서 기업 만의 색깔을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었답니다. 이러한 시안을 거쳐 본격적인 대표 글자를 파생한 후 다양한 환경에서의 조판 테스트를 통해 확정시안을 결정합니다. 이후부터는 신중하고 섬세한 서체 디자이너의 끈기와 지구력으로 끝도 없는 달리기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2,350자를 한 자 한 자 만지고 다듬고 프린트하고 수정하고….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체가 완성됩니다. ‘네시삼십삼분’의 경우는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외국어를 제작한 것 또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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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다 보니 그렇게 탄생하게 된 ‘네시삼십삼분’ 전용서체를 빨리 보고 싶어지는데요, ‘433검방체’의 특징적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네시삼십삼분’의 전용서체에는 아주 특별한 이름이 있어요. 바로 ‘433검방체’인데요, 잘못 발음하면… ‘건방’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고요.^^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이미 ‘433검방체’의 특징 50% 이상은 이해할 수 있으실 거예요. 바로 ‘검’과 ‘방패’라는 뜻입니다. 이는 RPG(Role Playing Game, 유저가 게임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 수행 게임)의 대표 무기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서체 시안 때부터 메인 콘셉트로 가져간 검과 방패라는 이미지가 서체명으로 까지 확장된, 직관적이고 센스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433검방체’는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롤 플레잉 게임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징적인 전사의 검과 방패를 모티브로 한글과 영문의 표정을 담아 냈습니다. 특히 한글 자음의 ‘ㅁ,ㅂ’의 하단 꺾임을 과감하게 더하여 방패의 형태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모음 세로획 하단의 단면을 통해 검의 날카로움을 형상화하였습니다.
‘433검방체’ 특징
‘433검방체’의 또 다른 대표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패밀리 구성에 대한 기획인데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체 굵기에 따른 패밀리 구성이 아닌 ‘433검방체 Regular’는 본문용, ‘433검방체 Bold’는 제목용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체 기획단계에서부터 굵기별사용성을 파악하여, 효율성을 높인 차별적 디자인을 했답니다.
형태적으로는 2종 모두 안정적인 구조 안에서 ‘ㅇ’꼴을 방형(정사각형)으로 디자인하여 단단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Bold에서는 검과 방패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제목용으로 사용할 때 개성적인 면을 극대화 한 반면, Regular에서는 최소한의 특징만 반영하여 본문으로사용할 때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433검방체’ 특징, 제목용과 본문용으로 구성한 패밀리
‘433검방체’의 마지막 특징은 각 언어별(한글, 영문, KS심볼, 일본어, 태국어) 자소획과 형태가 통일감 있도록 획의 꺾임, 디자인적 요소들을 조화롭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간체, 번체, 일본향 한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라틴 확장 영역까지 개발된 만능 다국어 폰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33검방체’ 특징, 한글, 영문, 태국어, KS심볼, 일본어까지 통일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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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들으니 ‘433검방체’의 표정과 내공이 보이는 듯 하네요. 앞서 얘기한 ‘서체의 제작 스토리를 알면 서체가 다시 보인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갑니다. 그렇다면 ‘433검방체’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서체를 디자인할 때는 디자인적 요소는 기본이요, 가독성 및 판별성 등 다양한 중요 포인트가 있는데요, ‘433검방체’의 경우 이같은 것은 물론이고 다른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433검방체’는 정말 다양한 다국어를 가진 다국적 서체예요. 기업 특성상 모바일과 다양한 디바이스에 탑재되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어 여러 차례 용량 문제와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 때문에 저희 기술지원팀 상무님, ‘네시삼십삼분’ 담당 매니저님과 수없는 테스트, 그에 따른 수정을 반복했던 것이고요.
서체가 구현되는 환경에 따라 서체 디자인이 기술적인 부분까지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을 크게 알게 된 프로젝트였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모로 귀찮게 해드린 기술지원팀 한 상무님과, 반복되는 테스트 요청으로 힘들게 해드린 ‘네시삼십삼분’ 담당 송 매니저님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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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하나의 서체가 만들어 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의 다양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네시삼십삼분’ 전용서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네시삼십삼분’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의 감각과 서체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솔직히 숫자에 취약한 디자이너로써 유난히 용량과의 싸움을 해야 했었는데요, 담당 매니저님과의 수 차례 통화에서 각종 데이터 단위와 숫자들로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한손에는 통화 수화기가, 한손에는 빠른 키보드 입력을 통한 단위 변환이 이루어졌던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을 넘기고 수행해 가면서 또 다른 역량을 넓혀가는 발판이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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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 하나 드릴까 하는데요, 최근들어 김재의 디자이너를 두고 사내에서 ‘게임 서체 전문 디자이너’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그녀는 최근에 오버워치 전용서체 ‘코버워치’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하하하. 게임서체전문이요?(ㅠㅜ) 최근 연달아 작업한 프로젝트들이 게임 분야여서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서체 디자이너로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디자인 성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 성향은 귀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 보다는 중성적이고 비교적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서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업체, 금융권 분야의 서체를 제작한 이력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게임 서체의 경우 게임의 스타일과 디바이스에 따라 표정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어 시안에 참여할 때 즐겁게 임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네시삼십삼분’ 전용서체의 경우에도 그런 점에서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성심 성의껏 ‘433검방체’의 제작스토리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 들려주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만난 김재의 서체 디자이너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인데요, 사실 서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만든 서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서체에 관심이 있고, 서체를 눈 여겨 봐 주시는 윤톡톡 독자들과는 마음껏 저희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서체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툰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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