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2.

포근해진 겨울, 경복궁으로 떠나는 고궁 나들이



한동안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비교적 포근해진 요즘이에요. 이럴 때 집에만 있기는 억울합니다. 떠나야죠! 그런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남은 것은 버스카드뿐이라고요? 그렇다면 홍대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경복궁으로 떠나봅시다.


조선시대 최초로 지어진 법궁 ‘경복궁’은 아주 많은 사연을 가진 역사적 장소입니다. ‘큰 복을 누리라(景福)’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조선 초기 혼란한 정치 상황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세종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선 왕조 중심지로의 역할을 하였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이 나 무너지기도 하고,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또 다시 빈 집이 되는 비운을 겪게 되기도 했습니다. 모르고 보는 것보다는 알고 봤을 때 그 의미를 더욱 크게 느끼는 법. 경복궁 곳곳의 명칭과, 그 공간이 가진 의미를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경복궁 구석구석 들여다보기


사정전, 왕과 신하가 정사를 논의하던 곳




왕이 신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던 곳으로 문신들과 함께 경전을 강론하기도 하고, 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거시험을 보기도 한 곳입니다. 정도전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천하의 이치를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잃는다. 임금이 진실로 깊이 생각하고 세밀히 살피지 않으면 어떻게 사리를 분별할 수 있겠는가. 더욱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하네요. 뒤에 있는 그림이 독특한데, 해와 달이 함께 떠있고 산과 나무가 대칭을 이루는 모습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적 균형을 꾀하려는 듯합니다.



아미산, 왕비가 침전에서 바라보던 공간



사정전을 돌아가면 왕과 왕비의 침전이 나옵니다. 왕의 침전인 강녕전 뒤는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있는데, 사진 속 모습은 교태전 후면에 위치한 아미산이에요. 아미산은 왕비의 침전에서 바로 보이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화초를 심어 화계를 꾸미고, 교태전 온돌에서 나오는 연기가 빠져 나갈 수 있는 굴뚝을 세웠다고 합니다.



경회루, 사신 및 신하들과의 연회 장소



강녕전 연못 안에 조성된 경회루는 외국 사신의 접대나 신하와의 연회 장소로 쓰인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되어, 현재의 경회루는 고종 때 중건된 것이라네요. 연못 주변에 담장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소실됐다가, 2004년~2005년에 다시 북쪽과 동쪽이 복원되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연못에 얼음까지 얼어 모습이 많이 쓸쓸해 보였지만, 봄이 되고 꽃이 피면 연회의 목적에 맞게 따뜻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향원정, 향기가 멀리 퍼져나가는 곳



연못 한가운데 지은 인공의 섬, 그리고 그 위에 만든 육각형 모양의 정자인 향원정은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향원정으로 가는 섬에는 나무로 구름다리를 만들었는데, 이를 취향교라고 합니다.



건천궁 옥호루, 명성황후가 시해된 슬픈 역사가 있는 곳



건천궁은 고종 때 왕과 왕비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면서 거처할 목적으로 지어진 곳입니다. 왕과 왕비가 거처하지 않을 때에는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모시기도 했다지요. 하지만 건천궁은 조선 말기 정치적 혼란의 장소가 되었는데, 이곳 건천궁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공사들을 접견하며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사진 속 모습은 건천궁의 ‘옥호루’라는 곳인데,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으로 한동안 방치되다가 철거되었으며 2006년에 재건됐습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이라니,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가 없네요.



경복궁 야간개장 예매 하기


경복궁은 언제 가도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밤에 보면 야경이 더해져서 더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이에 경복궁과 창경궁은 연4회 야간개장을 진행하는데, 경복궁은 오는 3월 2일부터 4월 4일까지 야간개장을 진행한다고 하니, 곧 예매도 시작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어둠이 드리워진 고궁을 천천히 걸어봐도 좋겠죠.


2016년 경복궁 야간개장 일정(년 4회 120일 / 회당 30일)

ㆍ1회차 2016.3.2.~4.4. / 19:00~22:00(30일간)

ㆍ2회차 2016.4.29.~6.1. / 19:00~22:00(30일간)

ㆍ3회차 2016.7.16.~8.19. / 19:30~22:00(30일간)

ㆍ4회차 2016.9.24.~10.28. / 19:00~22:00(30일간)

※ 예매는 사전 공지에 따라 인터넷 예매, 전화 예매, 현장구매 등으로 진행되며, 일반인은 인터넷 예매만 가능하며 65세 이상 어르신은 전화 예매 가능, 외국인은 현장구매만 가능


특히 경복궁은 한복을 입고 가거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운이 좋으면(?)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복궁 나들이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앞서 알려드린 곳들의 의미를 잘 새겨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