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3.

90년대생, 향수를 자극하다: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 2탄




아직도 명절 때마다 친척 동생들이 모이면 자동으로 줄줄이 굴비 엮듯이 끌고 만화책방으로 갑니다. 벌써 나이가 믿을 수 없는 20대 후반을 경주마처럼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제 마음속은 10대 소녀와 다름없답니다. 이런 저를 보고 할머니께서는 ‘가시나 철 좀 들라~’고 하시지만, 그놈의 ‘철’이 뭔지… 철딱서니 좀 없어도 이런 소소한 것에 행복을 찾는 제 자신이 저는 좋습니다.

 

1탄으로는 너~~~무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 제2탄~ Y양이 기억하는 만화책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응답하라 Y양의 90년대여~

 

▶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 - 1부 (바로가기)




작가별 추억의 순정 만화(ㅊ~ ㅎ까지)


천계영 <언플러그드보이>, <오디션>, <예쁜남자> 외


순정 만화책을 접한 사람 치고 ‘천계영’이란 이름을 모르는 자가 있을까요? 방송에서 <슈퍼스타K>나 <Kpop스타> 등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천계영’이라는 세 글자를 알려준 만화책 ‘오디션’이 생각나곤 합니다. 4명의 음악천재가 성장 해 나가는 이야기로, 사랑 얘기가 주를 이루던 순정 만화계의 혜성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예쁜 남자> 또한 이 작가의 만화가 원작이라는 사실!

  


[좌] 천계영 <예쁜남자> [우] 천계영 <오디션>



최경아 <샤베트>, <스노우드롭> 외


어릴 적, 당시엔 정말 배꼽 빠지게 봤던 작가의 만화책인데, 근래 웹툰 작가님으로 환골탈태(!)하셨다길래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좀 머리가 크고 나니 조금 유치한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10대들이 즐겁게 볼만한 내용과 그림체인 것 같습니다.



최경아 <스노우드롭>



하시현 <프리티>, <코믹>, <낭길리마>, <언년이 이야기> 외


예쁜 만화책의 대명사가 아닐까요. 하시현작가의 만화책은 항상 뭐랄까 아기자기하고, 내용 또한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따뜻한 그런 만화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프리티’는 월간 만화잡지 <밍크>에서 연재되면 만화 중 제일 그림체가 예뻐서 ‘브로마이드’나 엽서 등 아이템도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나는 건 만화책 표지가 가수 ‘핑클’ 사진을 그대로 따라 했던 기억이…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만화책도 모티브를 따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좌] 하시현 <낭길리마> [우] 하시현 <언년이 이야기>



황미리 VS 한유랑

황미리 - <왕가의 후예>, <이미테이션러브>, <열혈여아>, <섹시한 못난이> 외

한유랑 - <목난아의 신혼일기>, <왕자님의 저녁식사>, <러브장> 외


드라마에 다작 작가 ‘임성한’, ‘노희경’ 등이 있다면, 만화계에는 ‘황미리, 한유랑’ 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타 만화책들이 한 권 나오는데 6개월에서 많이 걸리면 1년도 걸리는 이 시대에 한 달에 무려 1~2권씩 찍어내듯 만화책이 출간 되는데요. 이번에 검색 해 보다가 알았는데요, 베일에 쌓인 그들은 소문에 의하면 일명 ‘공장만화’ 라고 하여 스토리를 출판사에서 ‘황미리, 한유랑’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유령(!)이며, 실제 만화작가가 10명씩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럴 수가… 그래서 가끔 완성도 높은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있고, 아주 유치한 작품이 있는데 이래서 편차가 심했나 봅니다. 

  


[좌] 한유랑 <목난아의 신혼일기> [우] 황미리 <섹시한 못난이>



황숙지 <사랑과 정열에게 맹세>


Y양이 중고등학생 시절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입니다. 어릴 적에 쌍둥이 형제나 자매가 있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는데… 사랑과 정열이처럼 저도 쌍둥이로 태어나서 알콩달콩 로맨스를 즐기고 싶었는데… 원래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곤 하죠



황숙지 <사랑과 정영에게 맹세>




해외 작가 별: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출간 된 만화책들



나가무나나지 <파르페틱>


사랑스럽고, 톡톡 튀는 말 그대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이런 로맨스 정말 좋아요. 연애하는 느낌!


나카무라요시키 <스킵비트>


시골소녀 ‘쿄코’가 죽마고우이자 첫사랑인 가수 ‘쇼’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복수를 위해 들어간 연예계에서 최고의 스타로 성장해가는 리얼 코믹 순정 만화! 과장이 큰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오글오글하지 않고 세련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한 작가가 대단해요. 아직도 완결이 나지 않아서 지금도 만화카페를 갈 때면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게 하는 장수만화 중 하나입니다.

 


나카무라요시키 <스킵비트>



이시키 마코토/ 소다 마사히토 

이시키 마코토 - <피아노의 숲>

소다 마사히토 - <스바루>


저는 피아노는 ‘피아노의 숲’으로 배웠습니다. 또한, 발레는 ‘스바루’로 배웠지요. 만화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란 없다- 를 절실히 보여 준 작품입니다. 어떻게 소리로 표현되는 피아노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발레를 눈으로 느낄 수 있을까요? 이 두 만화책의 공통점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천재들의 이야기란 점보다도, 독자들이 눈으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동감 있고, 지루하지 않게 만화책을 만들어 준 작가들이 천재 같다는 점입니다. 

  


[좌] 소다 마사히토 <스바루> [우] 이시키 마코토 <피아노의 숲>



야마다 난페이 <홍차왕자>


중학생 때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그때까지 한 번도 홍차를 먹어보지 못했던 시골학생이었던 저는, 그저 만화책으로 맛을 느꼈답니다. 저는 홍차를 처음 마시기 전까지는 홍차의 맛이 엄청나게 달고 맛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마시고 나서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나요. 홍차 동호회 회원들 앞에 어느 날 뿅 하고 홍차 왕자들이 나타나면서 생기는 학원 로맨스입니다. 그때 순수했던 Y양도 내게도 홍차 왕자가 나타나면 어떨까~ 하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 만화책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에 드디어 완결이 났네요. 날 잡고 한번 봐야겠어요.

 


아마다 난페이 <홍차왕자>



야자와 아이 <내남자친구이야기>, <파라다이스 키스>, <나나>


한국으로 치자면 ‘불면증’ 작가 박은아와 ‘나는 사슴이다’의 조은하, 연은미의 만화 같은 느낌. 약간 영화로 치자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류로 분류해야 할 것 같아요. 눈물 나게 감성적이고, 우울하면서도 섬세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 만화책입니다.



  [좌] 야자와 아이 <나나> [우] 야자와 아이 <내 남자친구 이야기>



미야기 리코 <꽃이되자>


15세 관람가 라벨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지만, 그 시절 음란마귀에(!) 씐 피 끓는 여중생들에게는 한번 그 만화책을 얻게 된 같은 반 친구 뒤에 줄을 서서 돌려보던 만화책입니다. 여중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경쟁적으로 너도나도 동네 만화방에서 빌려보는 바람에 ‘꽃이 되자’ 열풍이 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 _ -*) 



 미야기 리코 <꽃이 되자>


미야사카카호 <미열소녀>


어릴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서 조금만 피곤하거나 긴장을 하면 쓰러지는 병약한 중학생, 여주인공 리나와 그런 리나와 함께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려고 결심하는 숙맥 모범생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 히로의 사랑 이야기. 미열 소녀가 왜 미열 소녀인가 했더니, 지금 와서 찾아보니 몸이 자꾸 아파서 미열이 나서 미열 소녀래요. 생각보다 단순하게 제목을 지었네요ㅋㅋ 하긴 ‘냄새를 보는 소녀’도 있는데요 뭐.

 


미야사카카오 <미열소녀>


사노아라 치에 <하늘은 붉은 강가>


우리나라에서 만화가 시노하라 치에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 정도의 필력과 역량을 보여준 대작 중의 대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28권으로 이루어진 <하늘은 붉은 강가>는 애장판으로 개정판도 따로 나올 정도로 좋은 작품입니다. 순정만화이긴 하지만, 전투장면과 음모, 그리고 (허구이긴 하지만) 역사와 판타지가 잘 어우러져 작가의 세계관이 굉장히 넓다고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심지어 재미까지 있으니 완전 추천!

 


사노아라 치에 <하늘은 붉은 강가>



신조마유 <두근두근 프레이즈>, <패왕애인>


신조마유 작가의 만화책은 아래의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일본 최고의 남자주인공(그것이 어떤 분야 건) 2. 눈물 많고, 다른 남자들이 매우 탐을 내는 여자주인공 3.야..야해...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매니아 층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신조마유의 만화책은 15세 관람가인데… 하하 여러분, 언니들, 우리 함께 봐요~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하겠어요)



  [좌] 신조마유 <두근두근 프레이즈> [우] 신조마유 <패왕애인>



츠다마사미 <그 남자 그 여자>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영화 <비밀일기>로 더 익숙한 만화인데요. 가물가물한 기억으로는 전교 1, 2등을 다투는 완벽한 캐릭터로 무장한 이중인격 엄친딸과 진짜 엄친아의 상큼한 학원 로맨스-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만화 완결이 기억이 안 나서 만화책을 다시 봤다가… 여자주인공이 임신한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음울한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산 넘어 산… 학부모들이 애들이 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연애 할까 봐 무섭다고 항의를 해서 조기 종영 했다는 소문의 만화영화인데, 원작을 읽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우 놀래라…

 


츠다마사미 <그 남자 그 여자>



카미오요코 <꽃보다 남자>


‘바람과 흰 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라는 지상 최대의 명언을 날린 지후 선배(김현중)로 유명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일본 원작 만화. 하도 유명해서 말이 필요 없지요.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 한국, 중국까지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최고 인기 만화책입니다. 



카이오요코 <꽃보다 남자>



타무라 유미 <바사라>, <세븐시즈>


‘하늘은 붉은 강가’와 함께 나란히 명작으로 불리는 ‘BASARA(전 27권 완결)’와 아직도 진행 중인 ‘7Seeds’. 이미 나온 만화책이 굳이 애장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은 만화책들입니다. 누가 사? 제가 사게 생겼어요. 정말 영화나 드라마처럼 만화책도 퀄리티와 스토리의 수준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며 느끼는 짜릿함을 만화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니!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네요. 추천 X 100000개!

  


[좌] 타무라 유미 <바사라> [우] 타무라 유미 <세븐시즈>



하야카와 토모코 <엽기인걸 스나코>


드디어 이 괴장쩍은 로맨스의 끝을 볼 수 있나 봅니다. 작년 말에 완결이 났네요. 처음 이 만화책을 알게 된 게 가만 있어 보자…. 중학교 1학년 때니깐, 벌써 13년만 이것만 쓴 작가…. 정말 대단합니다. 중간에 25권인가? 까지 보고 그 흔한 키스신 한번 없이, 진전 한 번 없는 이 로맨스를 보면서… 답답해하던 수많은 세월! 당장 가서 끝을 내야겠습니다. 



하야카와 토모코 <엽기인걸 스나코>



이상으로 90년생이 추억하는 ‘학창시절,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을 모아봤습니다. 아마 여성동지분들은 대다수 알고 있지 않나요? 삶에 대한 지혜와 간접경험이 공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렇게 만화책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자라났습니다. 공부만 빼고 뭐든지 잘했던 Y양의 응답 하라! 시리즈는 잊을 만하면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채널 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