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1.

당신의 꿈을 위한 발돋움, 폰트 공모전!




저는 어릴 적에 글씨를 못 썼어요. 그게 저의 콤플렉스가 될 정도로요. 그래서 주변에 글씨를 잘 쓰는 친구를 보면 부러워서 몰래 따라 쓰기도 했답니다. 글씨는 한 사람이 쓰더라도 매번 꼴이 달라지지만, 폰트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더라도 동일한 꼴이 나오게 되지요. 



[좌] 생각 정리를 위해 급히 날려쓴 글씨, [우] 중요한 내용을 차분히 써내려간 글씨. 

둘 다 제 글씨이지만 때에 따라 다른 꼴들이 나옵니다



폰트의 이런 특징이 제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폰트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답니다. 그 꿈을 꾸기 시작한 지 8년 뒤 저는 폰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폰트를 만들고 있답니다. 저처럼 폰트 디자인에 꿈과 포부를 가진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유력한 폰트 관련 공모전! 폰트 혹은 글씨에 대한 공모전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열리거나 국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을 실제 상용화할 기회가 주어지는 공모전이 있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한글 글꼴디자인 공모전’


먼저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한글 글꼴디자인 공모전’이 있어요. 이 공모전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에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글학회 등에서 후원하고 있어요. 


한글글꼴 개발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대중적, 전문적 기술 양성 및 활성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한글 사랑과 올바른 한글문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이 참여하면 좋겠네요. 


인쇄 출판환경에 어울리는 본문용 글꼴 부문, 제목용 부문, 글꼴의 범위를 확장해 문화상품에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글꼴 부문, 이렇게 세 부문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 공모전은 매해 7~8월에 공모가 시작돼 9월 중으로 접수를 받으며 9월 말 심사 발표해 한글날 전후로 수상작을 전시하고 있어요. 


이 공모전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올해로 벌써 22회를 맞이했네요. 특별한 참가자격 요건이 없으므로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이나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답니다. 지금까지 수상자를 보면 학생도 있고 타 분야 종사자도 있어요. 그러니 한글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글꼴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도전해보세요!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가 보유합니다.)


아직 시기가 일러 올해 열릴 22회 공모전의 정확한 날짜와 방법 등이 나오지 않았으니, 7~8월 중으로 세종대왕기념사업회(http://www.sejongkorea.org/index.php)사이트 알림란에서 확인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공모전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으니 작년 요강을 보며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좌]19회 세종대왕상, 제목용 글꼴/ 우형원作, 출처: 온한글 19회 한글글꼴디자인공모전 관련 기사 

[우]18회 세종대왕상, 제목용 글꼴/ 박정현作, 출처: 폰트클럽 18회 한글글꼴디자인공모전 관련 기사



한글 본문용 폰트를 개발하라, ‘제5회 방일영 문화재단 한글글꼴창작지원제도’


현재 4월부터 공모를 받고 있는 따끈따끈한 한글 글꼴 공모전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와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방일영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공모전으로, 정보화 사회의 한글 글꼴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 시각 문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글꼴 연구 개발자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앞서 소개한 공모전은 공모부문이 다양하지만 이 공모전은 본문용 글꼴에 한합니다. 이 공모전은 이름 그대로 ‘지원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보통 공모전이 좋은 작품을 가려내 시상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 이 공모전은 좋은 작품이 될만한 싹을 찾아내 실제 작품으로 만들도록 지원하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참가)대상도 지원(참가)방식도 다릅니다. 



제5회 방일영 문화재단 한글글꼴창작지원금 수혜자 공모, 출처: VIDAK



지원 대상이 “창의적이고 우수한 내용의 본문용 글꼴 개발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지원자들은 실제로 본문용 글꼴을 제작하고 완성할 수 있어야 하겠죠? (참고로 글꼴을 디자인할 수는 있는데 이를 ‘폰트’라는 포맷으로 만들 기술이 없어도 주최측과 상의해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답니다.)


지원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콘셉트의 글자꼴을 만들겠다.'라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심사를 받으면 됩니다. 그 제안서에는 글자꼴의 기획의도와 글꼴 예문, 구체적인 특징 등을 서술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심사위원들의 심사 하에 ‘아름답고 독창적인 본문용 글꼴’이라고 판단되는 제안서가 채택돼 지원을 받는 것이죠. 약 3년간 한글 2,350자 이상의 글자꼴을 실제로 만들어야 한답니다. 이 때 제안자가 글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개발되는 글꼴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04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1회 이용제(꽃길체), 2회 임진욱(정조체), 3회 류양희(고운한글), 4회 이새봄(새봄체) 이상 4명이 지금까지 이 제도의 지원을 받아 글꼴을 개발했으며, 이들 중 몇 개의 글꼴은 현재 여러 폰트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현시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본문용 글꼴을 개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좋은 본문용 글꼴의 필요성은 나날이 대두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글꼴이 아닌, 오직 본문용 글꼴을 개발하는 연구자를 발굴해내 지원하기 위해 이런 공모전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평소 본문용 글꼴을 개발하는 혹은 개발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이 공모전에 지원해보면 좋겠습니다.



[좌상] 제1회 이용제의 꽃길체 [좌하] 제2회 임진욱의 정조체 

[우상] 제3회 류양희의 고운한글바탕 [우하] 제4회 이새봄의 새봄체

 


국제적인 문자를 디자인하라, ‘2014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이 공모전은 일본의 대표 서체 회사인 모리사와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1984년부터 3년마다 개최돼 지금까지 총 7번이 열렸으며, 올해로 8번째를 맞았습니다.


응모(접수)기간은 2014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이며 국제적 성격을 띤 공모전이기에 국적 상관없이 개인 혹은 그룹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공모전에서는 세계 29개국에서 총 615점이 출품됐다고 하네요.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공모 부문은 일문(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 등), 라틴(알파벳, 숫자, 기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두 부문 다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응모 방법은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사이트(http://competition.morisawa.co.jp/en/guidelines/)에 들어가면 지원서식(디자인 포맷)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할 부문의 파일을 다운받아 그곳에 제공돼있는 포맷에 맞춰 본인의 디자인 글자를 보여주면 됩니다. 완성된 파일을 PDF 형식으로 만들고 응모기간에 맞춰 제출하면 끝!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지원서식 중 일부, [좌] 일문, [우] 라틴, 출처: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사이트



공모전이라면 빠질 수 없는 상금에 대해 알아볼까요? 시상은 3개 부분(모리사와 상, 아카시 상, 팬 투표)에서 각각 일문, 로마자 부문으로 증정합니다. 모리사와상은 독창성과 심미성을 추구한 작품을 뽑아서 금상(1점, 100만엔), 은상(1점, 50만엔), 동상(1점, 30만엔), 가작(3점, 5만엔)을 주고, 아카시 상은 모리사와 제품화에 어울리는 작품을 부문별 1점씩(100만엔) 선정하게 됩니다. 팬 투표(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에서 1, 2위를 한 참가자에게는 증명서와 트로피, 상품이 준비돼있다고 하네요.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은 일문 부문에서는 토리노우미 오사무(Osamu Torinoumi 자유공방, 타입 디자이너), 나가하라 야스히토(Yasuhito Nagahara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Kenya Hara 디자이너), 야마모토 타로(Taro Yamamoto Adobe Systems의 일본 Typography Senior Manager)가 참여하고, 라틴 부문에는 매튜 카터(Matthew Carter, Georgia, Verdana, Sitka를 만든 타입 디자이너), 사이러스 하리스미스(Cyrus Highsmith, Font Bureau사의 타입 디자이너), 프레드 스메이어스(Fred Smeijers, Arnhem, FF Quadraat를 만든 타입 디자이너), 사라 소스콜른(Sara Soskolne, Gotham을 만든 타입 디자이너)입니다. 심사위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지원해도 좋겠죠? 그리고 그 공모전 사이트(http://competition.morisawa.co.jp/en/history/)에서 이제까지의 수상작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좌] 2012년 모리사와 상 일문 부분 [우] 라틴 부분 금상 수상작, 출처: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사이트



이 외에도 2009년 네이버에서 한 차례 진행했던 손글씨 공모전이 있었어요. 이 공모전을 통해 뽑힌 손글씨(정재경 作)가 나눔손글씨 폰트로 개발됐지요. 이뿐만 아니라 윤디자인연구소에서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한글서체 혹은 손글씨 공모전이 여러 차례 진행됐습니다. 2000년 제1회 예쁜 손글씨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손글씨들이 폰트로 제작돼 무료배포되고 있답니다. 



[좌] 네이버 손글씨 공모전 대상작 [우] 폰트화된 나눔손글씨, 출처: 네이버 손글씨 공모전 


제1회 예쁜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들, 출처: 윤디자인연구소



자, 어떤가요? 구미가 당기나요? 올해에만 확정된 공모전이 2개 이상이랍니다. 이런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글자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응모기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미리 준비해서 지원해봅시다! 


새로운 문자도 만들고 저명한 심사위원에게 내 작품도 보여주고, 거기에 상도 타면 금상첨화겠죠? 매년 오는 기회가 아니니 한번 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