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2.

헐리우드 영화 속의 한글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월에 개봉해 9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에게 큰 인기 몰이를 한 ‘아이언맨3’, 대부분 보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저 또한 아이언맨3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앞선 시리즈를 모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지 못했어요. 왠지 전작들을 먼저 보고 나서 아이언맨3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래서 아이언맨 1편과 2편을 연달아 보게 되었는데요. ‘아이언맨2’를 보다 보니 눈에 익은 글자가 나오더라고요. 무심코 영화를 보다가 배경처럼 뒤에 보이는 글자를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죠. 그것은 바로 한글로 쓰여진 '전쟁한벌'이었어요. 해외 영화 속에서 한글을 발견한 건 처음이라 신기했답니다. 


<출처 : 영화 ‘아이언맨2’>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한국기업 상표나, ‘지아이조’에 출연한 우리나라 배우, 그 외 기타 등등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들이 해외영화에 등장하면 영화를 보는 순간마다 무척이나 반가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한글이 등장하는 것을 직접 본건 ‘아이언맨2’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반갑더라고요. 비록 영화 스토리상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한글이 해외영화 속에서 등장했다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요. ^^


갑자기 해외 영화 속에서 한글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해외영화 속 한글을 찾아보게 되었죠. 제가 영화를 즐겨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해외영화 속에 등장한 한글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어요. ^^;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 검색도 해보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찾아보았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네요. ㅠㅠ 그래도 아예 못 찾은 건 아니랍니다! 자, 이제 함께 해외영화 속 한글을 찾으러 출발해볼까요?  


해외영화 속 한글, 어디 어디에 숨어있니?


<출처 : 영화 ‘고질라’>


첫 번째로, 어쩌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를 영화 속 한글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이 영화 속에서는 한글에 중점을 두기보다, 한국 제품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네요. 생산이 중단됐던 참치 캔 제품이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 화제가 되었던 1998년 개봉작 ‘고질라’입니다. 영화 장면 중 파손된 일본 어선에서 쏟아진 참치 캔의 일부 중 ‘동원참치’ 캔이 클로즈업되었었는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별하지 못했던 제작진의 실수였다니, 웃지 못할 ‘웃픈’ 헤프닝이었어요.


<출처 : 영화 ‘빅피쉬’>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은 엉뚱하게 한글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어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빅 피쉬’에서 윌(이완 맥그리거)의 아버지가 한국 전쟁 때 적진에 침투하던 이야기를 보여줄 때 한글이 등장하는데요. 문제는 그가 목숨을 걸고 훔친 극비서류가 알고 보니 ‘상가등 은행 차압매물 전문’이라고 쓰여있는 법원 경매에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것이에요. 그래도 외국 관객들은 중요한 내용의 극비서류인줄 알고 봤겠지요? ^^;


<출처 : 영화 ‘더 문’>


2009년 영화 개봉 당시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국내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달 기지의 이름이 '사랑(Sarang)'이랍니다. 영화 홍보 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박찬욱 감독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를 좋아한다면서, 박찬욱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올드보이 오마쥬를 넣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글자로만 보일 수 있겠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회사의 심볼마크처럼 형태적인 미(美)로 보이며 한글에 관심을 가지게끔 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출처 : 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비밀정보원들이 펼치는 심리+액션 영화로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에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첩보영화 ‘미션 임파서블’. 또 하나의 시리즈로 2011년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에서도 한글이 등장하는데요. 감독의 의도 하에 한글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의도한 것처럼 뒷 배경에 크게 한글이 등장 하네요. 문제(?)의 한글은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무기상과 비밀 접선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나무 상자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유리’가 보이시나요?. ‘유리’라는 글자를 보면서 ‘어떤 유리일까?’하는 생각에 잠시 빠져보기도 합니다. ^^; 영화 스토리상 이 한글이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재미를 주고 있네요.


<출처 : 영화 ‘토탈리콜’>


한국계 배우인 존 조와 윌 윤 리의 출연과 영화 속 등장하는 한글로 감독의 남다른 한국 사랑을 보여준 영화가 있습니다. ‘기억 여행’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충격적인 기술력으로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토탈리콜’입니다. 영화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글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요. 토탈리콜에서는 리콜사의 한글 광고가 영화 속에서 빈번히 등장할 뿐만 아니라, 2012년 당시 역대 할리우드 영화 중 한글이 가장 크게 노출된 영화로 주목 받았답니다. 리콜사 광고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글들이 영화 속에 깨알같이 숨어있어 한국 영화 팬들에게 영화를 보는 내내 한글을 찾아내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지요. 


<출처 :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최근 한 해외영화에서 국내 배우의 출연과 미래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큰 화제가 됐던 영화가 있는데요.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그베어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입니다. 지금까지 개봉된 해외영화 중에서 서울이 영화 속 사건의 중심 배경으로 다뤄진 것은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최초라고 해요. 배우 배두나가 복제인간 손미-451로 등장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것은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과 한국어가 끊임없이 등장해 신선한 재미를 주었지요. 한글과 한국어가 전세계 공통언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워쇼스키 감독과 톰 티크베어 감독은 “영화에서 2144년 네오 서울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에 잠겨버린 아시아의 중심 도시가 된다. 모든 아시아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게 되고 언어와 문화가 온통 뒤섞인다. 그런 과정에서 다른 언어들은 점점 사어(死語)가 되는 반면, 한국어는 영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살아남은’ 언어가 되어 전세계 공통어로 사용되는 것이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히기도 했지요. 이처럼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전세계적으로 드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스크린으로 입증시키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어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해외영화에 등장한 한국 문화나 한글의 쓰임을 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어 국내 영화 관람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영화 속 한국의 이미지나 한글의 쓰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말이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한글을 사랑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미래의 한글은 좀 더 가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한글을 만나는 일도 자연스레 많아질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려지기도 하네요. 여러분들도 미래의 한글은 어떤 모습으로 상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날 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