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 눈만 돌리면 마주할 수 있는 글, 우리는 글을 ‘읽는다’라고 표현하죠? 하지만 마음을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말과 글이 힐링 시대를 대표하고 있는 요즘, ‘글을 읽는다’라는 표현이 어쩐지 부족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는 순차적인 반응이 아닌, 마음이 먼저 반응할 때 흔히 ‘감동받았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그럴 때 우리는 글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듯한 인상을 받기 때문일 텐데요. 저는 이것을 ‘감동의 역습’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감동을 주는 글들은 대부분 예기치 못한 순간에 ‘짠!’하고 나타날 때가 많으니까요. ^^
읽고 이해하던 ‘글’이 주는 감동의 역습!
<출처 : 경인뉴스>
이를 테면 찌든 직장생활로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단골 식당을 간만에 찾아가보는 것을 상상해볼까요? 마음 맞는 친구와 모처럼 길게 수다를 떨고 나니 입이 조금씩 궁금해지는 것 같을 때, 주인 이모가 계란말이 접시를 슬쩍 건넨다면? 상황으로 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동이 크겠지만, 계란말이 위에 ‘서비스’라는 세 글자가 센스 있게 씌어져 있기까지 하다면 정감 넘치는 이모의 선의가 이 세 글자의 센스로 인해 두 세배로 감동이 부풀어지지 않을까요? (최근 뜨는 이야기로 어느 식당 알바의 센스 넘치는 계란말이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감동의 역습이다라고 생각했답니다~)
“밥은 먹었어?” / “무슨 고민 있니?” / “같이 걸어요.”
이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이기도 하면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에 말을 걸어오는 글은 마포대교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어요.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마포대교는 자살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경고문구나 안전장치를 선택하지 않고 따뜻한 글귀로 이미지 쇄신을 시작했죠. 다리 위를 걸을 때마다 불이 켜지면서 다정다감한 말들로 위로를 건네는 마포대교는 이제 ‘죽음의 다리’가 아닌 ‘생명의 다리’로 거듭나고 있답니다.
그런데 글이 감동의 역습을 주기까지 글도 옷 매무새를 꾸준히 단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폰트 회사의 브랜드마케팅을 담당하다 보니 ‘서체’를 자꾸 의인화해서 보게 되는 직업병을 이해해주시길^^;;) 글이 감동의 펀치를 날릴 수 있으려면,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표현되는 스타일도 매우 큰 역할을 갖게 되는데요. 그 특징적인 것으로 ‘캘리그래피’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요즘 광고에서도 흔히 보게 되는 ‘캘리그래피’를 보고 있으면, 더 이상 카피문구는 가독성 높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로 카피에 표정을 입힌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마음과 표정이 담겨있는 따듯한 글씨, 캘리그래피!
<출처 : MBC 홈페이지>
이상현 캘리그래피 전문작가는 ‘캘리그래피는 마음’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습니다. 캘리그래피는 마음을 담은 표정이 있는 글씨이고, 마음이 가는 대로 손으로 써 내려간 글씨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한다는 멋진 철학을 가진 작가이기도 한데요. 이상현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테니 잠깐 소개하고 넘어갈까요? ^^ 많은 여인들을 수현앓이로 마음 고생을 시켰던 ‘해를 품은 달’을 기억하고 계시죠? 그 드라마의 타이틀 서체가 바로 이상현 작가가 작업한 작품이랍니다~
<출처 :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홈페이지>
그리고 광화문과 강남대로에서 한번쯤 눈 여겨 봤을 ‘교보생명 글판’에서도 이상현 작가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시구와 어우러지는 감성적인 필체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 건물로 꽉 들어찬 도심한복판에서 소박한 여유를 느껴 볼 수가 있는데요. 지난 겨울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의 글판도 알고 보니 이상현 작가가 작업한 것이라고 하네요. 오고 가다 눈 여겨 보면서 서체가 왠지 청년답게 힘있고 뚝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는데, 여러분도 서체에서 표정들을 읽어보셨나요? ^^
윤디자인연구소와 이상현 작가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신 이상현 작가와 윤디자인연구소가 이번에는 메가박스 상영관에 작품을 올렸습니다. 눈과 귀가 즐거워지려고 작정하고 찾아가는 영화 상영관에서 여러분은 현란한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에 너무도 익숙해 있지 않나요? 그런 자극적인 감각 속에서 여러분이 15초의 여운을 느끼게 된다면 어떨까요?
윤디자인연구소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 영상은 한국시인협회가 선정한 아름다운 시를 캘리그래피로 표현하여 바쁜 현대인의 삶에 여운을 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겨우내 움츠러든 마음에 봄을 안겨 줄 김종해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있어요.
캘리그래피 작업에 흔쾌히 참여해주신 이상현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꽃이 만발하는 봄’을 표현해주셨어요. 서체를 보면 추운 겨울을 이겨낸 것 같은 메마른 나뭇가지가 연상이 되시나요?
딱딱해 보이는 서체인 것 같지만 그 딱딱함이 품고 있는 새싹과 봄눈이 곧 틔어올라 꽃이 만발하게 되는 봄을 기대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시와 캘리그래피의 만남은 이렇듯 시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시각 예술로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고 느끼는 시’가 아닌 ‘보고 느끼는 시’의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윤디자인연구소와 이상현 작가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영상 함께 감상해보시죠!>
지난 해 유난히 추웠던 겨울, 상실과 상처로 인해 마음과 표정이 굳은 채로 스크린을 응시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이 조용히 말을 걸어줄 거예요. 그래도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라고요. 예기치 않은 공간에서 만나보는 윤디자인연구소의 캘리그래피의 여운, 여러분들에게 많은 감동의 역습을 주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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