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30.

[세미나 후기] 더티&강쇼 시즌2 ‘마이케이씨’ 편, 디자인 스튜디오의 한계와 가능성




소울 충만한 디자인 토크쇼 <더티&강쇼> 시즌2!! 지난 7월 24일(금) 오후 7시, 홍대 앞 공연장 ‘폼텍 웍스홀’에서 <더티&강쇼> 시즌2의 세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마이케이씨(MYKC)’의 듀오, 김기문과 김용찬이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7월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찾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에게 위트와 센스를 겸비한 진행력을 보여주는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의 인사로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MYKC의 김용찬, 김기문, 진행자 강구룡



▶ 더티&강쇼 시즌2 ‘마이케이씨’ 편 세미나 소개 (바로 가기)

▶ MYKC 인터뷰 (바로 가기)



세미나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이루어졌던 강의 형식이라기보다,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 생각하고 배웠던 것들에 대한 일명 ‘자기주도 학습’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습니다. 뒤돌아본 큰 갈래들과 지금까지의 작업들(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일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방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디자인 스튜디오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와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갖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이케이씨가 그래픽 스튜디오를 차린 이유는 상당히 간단명료합니다. 그들은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인 ‘사디(SADI)’ 출신입니다. 졸업이 다가오자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른 것을 할 ‘대안’은 없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열망’과 ‘에너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자 했을 때 자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인큐베이팅을 요청했습니다. 선례가 없었지만, 그것이 곧 기회였습니다. 그들은 학교 내에 작은 공간을 얻게 되었고, 가진 것이라곤 책상과 노트북뿐이었습니다. 물리적 공간이 실재하는 것. 즉, 스튜디오라는 조직의 실체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성공하고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원대한 목표보다는, ‘열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성향이 잘 맞지 않는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생각으로 듀오가 되었고, 다른 이들로부터 무언가로 불려야 했기에, ‘마이케이씨’가 됐습니다. 



스스로 이해하고 직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주도 학습’의 과정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스스로 냉정히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분명한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패션이나 산업,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까지 디자인의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마이케이씨는 ‘리움’의 도록 <미래의 기억들> 제작을 기점으로 방향성에 대해 골몰하게 되었고, 중요한 것들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사디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움이라는 명망이 있는 미술관이 무명에 가까웠던 그들을 찾아온 신기한 ‘운’도 작용했습니다. 실무경험이 없었다면 그 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특히 인쇄 쪽은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리움의 경우, 나름의 프로세스가 타이트하게 짜여 있습니다. 리움이라는 조직특성이 너무나 민주적이어서, 여러 의견이 나옵니다. 디자인의 중성화가 이루어지고, 속히 ‘디자인이 산으로 가는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결정이 내려지면, 작업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잡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프라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디자인 이전에 매니징 해야 할 것들. 이를테면 교정과 샘플, 인쇄 등의 실무적인 것들을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규모에서 거대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여의도의 비즈니스호텔, ‘글래드’의 내부 디자인입니다. 물론, 브랜딩이나 디렉팅 자체를 맡은 것은 아니지만, 호텔 객실 내부에 필요한 슬리퍼, 사인물, 레스토랑의 마카롱 박스 패키지 등 거의 모든 어플리케이션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큰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하게 되었는데 호텔 측에서 불안해했습니다. 인쇄 쪽에 가까운 디자인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호텔 전문 디자인 회사처럼 템플릿이 있어야 하지만 없었습니다. 어플리케이션 가지 수만 300개가 넘었고, 디자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 납품 마감 시간을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경험. 그들은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했습니다.




자체작업(하고 싶은 일 하기)


빡빡하고 지치는 때가 많지만, 어떤 프로젝트들은 자율과 제안들이 무난히 주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상호 간이 수용하고 그것의 한계는 무엇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자체작업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고 하고자 하는 게 있기에 그렇습니다. 마이케이씨의 경우,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 해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로 캘린더를 제작하자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자체작업의 목적은 결국에, 자기만족을 비롯해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체 작업들은 스튜디오가 그들의 역량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뮤지션 최고은의 음반 작업은 용찬이 다짜고짜 연락하고 찾아가서 하게 되었습니다. 글래스톤 베리의 다큐멘터리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이 좋았던 이유는 뮤지션이 가지고 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과정들이 나무가 자라고 나이테가 늘어나는 것처럼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나이테를 직접 음반에 노출했다고 합니다. 나이테의 물질적인 형태를 적용해 작업했고, 시간의 과정이나 흐름을 실크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뮤지션을 직접 컨택하고 비용에 구애받지 않으며 즐겁게 작업한 케이스라고 했습니다. 이런 자체작업이 바로, 스튜디오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이케이씨의 작업 발표가 끝난 후 진행자 강구룡의 발표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작업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비롯해 공간이나 임대료에 관한 솔직한 생각, 클라이언트에 대한 관점, 청와대 주변에 자리한 효자동 작업실과 음식점에 관한 단상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 오갔습니다. 주제가 ‘자기주도학습’이기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간과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제약과 스트레스에 대한 조언도 곁들이며 세미나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