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천재’들이 많습니다.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나타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매일 전파를 타고 우리에게 전해지지요. 물론 그들 중에는 타고난 천재도 있지만, 남모를 노력을 하는 천재들도 많다는 점!! 오늘은 에릭 슈피커만과 서태웅, 조금은 생소한 조합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천재들의 비밀’을 살짝 엿보겠습니다.





타이포그래피 거장이 말하는 기본기의 중요성




오늘 이야기의 발단은 사실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에릭 슈피커만(Erik Speikermann)의 책 속 한 구절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에릭 슈피커만이 누구냐구요? 뭐, 이미 윤톡톡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으니 상세한 설명은 아래의 링크로 ‘마디점프’하겠습니다. 폰트와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거장이라는 점만 명시해두고 말이죠.


▶ 세기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폰트 디자이너 – 에릭 슈피커만 (바로가기)

▶ 매거진 <The T>, 에릭 슈피커만에서 지금 우리의 디자인 교육까지 (바로가기)



이 분이 에릭 슈피커만입니다. / 출처: http://www.unostiposduros.com/




여튼, 지난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오가는 길, 무심코 집어 들었던 그의 책 <타이포그래피 에세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때로는 법칙을 따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법칙을 깨뜨려야 할 필요도 있다. 좋은 디자이너는 법칙을 깨뜨리기 이전에 먼저 모든 법칙을 익힌다.”

- 에릭 슈피커만,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중





세기의 폰트 거장이라고 불리는 그가 타이포그래피 지침서와 같은 이 책에서 말하는 비법은 마치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이 “과외는 한 적이 없어요, 학교 교과과정만 충실이 따르고, 예습, 복습을 주로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특별한 재능은 탄탄한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다져진 기본기 안에서 새로운 재창조가 일어날 수 있음을 에릭 슈피커만은 말하고 있는 것이죠. 



▶ ‘양을 훔친’ 당신에게, 에릭 슈피커만의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책 소개 (바로가기)




재수없는 농구천재가 쏘아 올린 수만 번의 슛


슬램덩크 주인공들인 북산고 멤버들, 맨 오른쪽이 서태웅

/ 출처: 슬램덩크 만화책 갈무리



위의 문구에서 슬램덩크(Slam Dunk,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서태웅과 좌충우돌 북산고는 우여곡절 끝에 전국대회 1회전에 오릅니다. 상대는 전국대회 단골 출장 팀인 ‘풍전고’. 풍전고 농구부 주장은 상대팀 에이스에게 팔꿈치를 휘둘러 부상을 입혀 ‘에이스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남훈이었습니다. ‘에이스 킬러’의 본색은 이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서태웅을 앞에 두고 레이업 슛을 시도하던 남훈의 무릎이 서태웅의 눈을 가격한 것이죠.



‘에이스 킬러’의 니킥 / 출처: 슬램덩크 만화책 갈무리



서태웅은 부상을 수습하기 위해 교체되어 나갔지만, 가격당한 눈은 이미 퉁퉁 부어 앞을 잘 볼 수 없는 상태였어요. 에이스를 빠진 북산은 흐름을 잃고 위기에 놓이는데요, 한쪽 눈을 볼 수 없는 상태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의 에이스 서태웅은 다시 코트에 나섭니다. 그리곤 보란 듯이 슛을 성공시키죠.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나는 에이스 서태웅 / 출처: 슬램덩크 만화책 갈무리



“몇 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고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슬램덩크를 보았으니 대략 15년도 넘었지만, 경기 중 한쪽 눈을 다친 상황에서 멋진 슛을 성공시킨 서태웅의 모습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위기의 순간, 남모르게 쏘아 올린 수백만 번의 슛을 몸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재수없는 농구천재이지만, 사실상 서태웅은 누구보다 꾸준히 기본기를 닦은 노력파였습니다. 이후 서태웅은 자신의 감을 믿으며 두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곡예(?)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놀라운 활약을 펼친 끝에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너무 멋지니 리플레이 / 출처: 슬램덩크 만화책 갈무리



오랜 시간 인정을 받은 한 중견의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길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그들은 다시 한번 ‘기본’을 강조합니다. 


“전문가로 먹고 살려면 기술적인 측면을 철저하게 익혀야 해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배우고 익혀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는 건 정말 위험해요.”


▶ 쾌快하였느냐, 스트라이크 커뮤니케이션즈 인터뷰 (바로가기)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또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을 좀 거창하게 달아서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이 이룬 업적만을 동경하며 요행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저부터 스스로 돌아봐야겠습니다.


※ 본문 최상단 타이틀 이미지 출처: 슬램덩크 만화책 갈무리http://www.unostiposduros.com/





 

Posted by 윤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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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 2015.02.13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릭슈피커만과 서태웅이라니요 하하 참 재미있는조합이네요. 잘 읽고갑니다^^

  2. 우아아아아아앙 2015.02.13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램덩크에서 다들 서태웅이 천재라고 하지만 타고난 천재는 윤대협이라고 생각했어요 ^^ 기본기는 중요하죠 저두 열심히 기본기를 다듬다듬ㅋㅋㅋ

  3. BlogIcon singenv 2015.02.15 2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는 말씀이네요~ '기본기'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죠.

  4. BlogIcon 병호 2015.02.17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잘읽고갑니다~/

  5. 안경선배 2015.02.23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손은 거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