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머리정체2 Basic’ 제작후기

 

안녕하세요. 윤디자인연구소의 서체 디자이너 김재의입니다.^^ 앞으로 윤톡톡을 통해 다양한 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설렙니다. 서체 디자이너로서 서체를 주제로 여러분과 기분 좋은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디자인연구소는 2013년부터 서체 시장의 사용성과 트렌드를 고려한 신서체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서체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또한 중요하므로 기존의 서체에 대한 개선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머리정체2’ 시리즈!! ‘머리정체2’는 제목용 서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머리정체’의 개선을 목표로 제작에 돌입하였습니다! ‘머리정체2’ 시리즈 구성은 Basic(베이직)과 Special(스페셜) 두 가지 군으로 나누어지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머리정체2 Basic’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대되시죠?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머리정체2’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머리정체2’의 시안작업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제한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스테디셀러인 ‘머리정체’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기존의 서체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걱정과 고민이 앞섰답니다. 

머리정체2 Basic 특징 분석

타이포디자인팀에서 ‘연후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태룡 주임과 ‘재씨’로 불리는 제가 ‘머리정체’ 개선 프로젝트의 초창기 멤버인데요, ‘머리정체’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하여 시안작업과 수정작업을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골머리를 썩히며 고군분투하였습니다. 시안이 확정되고, 또 다른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작업에 추가로 참여하면서 머리정체의 최종적인 가족군이 형성이 되었어요. 이렇게 ‘머리정체2’ 작업에는 총 네 명의 서체 디자이너가 참여했습니다. 한 패밀리군 서체에 여러 디자이너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여 통일감은 유지하면서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다는 점,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머리정체2 Basic’ 살펴보기

그럼 이제 ‘머리정체2 Basic’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머리정체2 Basic’의 최종적인 모습을 보실까요?

머리정체2 Basic

‘머리정체2 베이직’과 ‘윤고딕700’의 굵기와 회색도 비교

‘머리정체2 Basic’과 ‘윤고딕700’과 비교하여 굵기 포지션을 설정해 본 이미지 입니다. 어느 정도 감이 오시나요? 그럼 지금부터 기존 ‘머리정체’에서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고 또 유지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간분배 최적화를 통한 가독성 향상

 [좌] 머리정체 [우] 머리정체2

기존의 ‘머리정체’의 ‘몸’과 ‘점’의 글자에서는 좁은 속공간을 보실 수 있는데요, ‘머리정체2 Basic’은 이러한 요소를 시원하게 넓혀 주고 공간분배를 최적화함으로써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개선하여 가독성을 높여주었어요. 기존의 ‘머리정체’에 비해 개선된 모습에서 보다 읽기 시원해진 느낌이 느껴지시죠?

2. 기존 ‘머리정체’와 차별화한 아이덴티티

 

[좌] 머리정체 [우] 머리정체2 Basic

기존에 대칭으로 되어있던 ‘ㅅ’의 형태를 손으로 쓴 듯 방향성을 넣어 주어 머리정체2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했어요.  

3. ExtraBold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의 변화

 

‘머리정체2 Basic’ 패밀리군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다른 굵기와 비교했을 때, ExtraBold에서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하실 수 있어요. ExtraBold에서 한쪽 획을 깎아 줌으로 패밀리군 안에서도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어요. 이는 굵고 무거움에서 오는 지루함과 둔탁함을 탈피하고, 같은 패밀리군에서도 사용성의 폭을 넓히고자 조금 다른 성격을 부여한 것입니다.

‘머리정체2 Basic’ 영문, 숫자의 특징

 

‘머리정체2 Basic’의 영문, 숫자, 기호

‘머리정체2 Basic’의 영문은 전통적인 산세리프의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였는데요, 위의 이미지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소문자의 X-높이(X-height)를 높게 설정하여 공간의 분배를 시원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작은 포인트로 조판할 때도 글자가 잘 읽히도록 개선했어요. 

숫자의 경우 2, 3, 5, 6, 9에서 획의 시작점을 닫힌 스타일로 디자인하여 안정감과 단단함을 보여주어 한글과의 조화를 고려하였고, 주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작업했습니다.

‘머리정체2 Basic’ 작업과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머리정체2’!! 하지만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멋진 ‘머리정체2’가 탄생하게 되었겠지요~? ^^ 머리정체2가 현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모던한 디자인으로서 제목용 서체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봅니다. 

사내 ‘머리정체2’ 리뷰 중 – ‘머리정체2 Basic’ 제작자 김태룡 주임

아 참!! 여러분이 생활 곳곳에 늘 접하고 있는 서체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신가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으로 만들어진 서체를 보며 디자이너의 노고를 한번쯤 생각해 주시길 소심하게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머리정체2 Basic’의 제작 후기였습니다. 바이 짜이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