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속 ‘시대를 앞서간 서체들’

 

 

여러분도 드라마 좋아하시나요? 저 또한 보통 남자들처럼 로맨스보다는 추리, 수사물이나 SF를 좋아하는 1人입니다만, 주변의 열화 같은 ‘응사앓이’ 덕분에 <응답하라 1994>를 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제 직업이 서체 디자이너다 보니 드라마에서 서체가 나오는 장면만 눈에 띄는 게 아니겠어요? 고증(?)이 잘 된 드라마 같았지만 그 시절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서체들이 등장하는 게 종종 보이더군요. 옥에 티를 찾는 희열(?)이라고나 할까요? 나중엔 드라마 내용보다 서체에 더 집중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재미있는 드라마도 보고 서체의 역사도 살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지요.

 

 

이미지 출처:  tvN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바로 가기)

1. 2002 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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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공중전화를 거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한국통신 시내전화’에 사용된 서체는 2002년에 제작된 ‘2002 월드컵 전용서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가 진행된 후 삼천포시의 위 현장의 플랜카드 하단에서 이 서체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습니다.

2. 윤고딕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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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가 시청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며 헤매는 장면입니다. 언뜻 나온 ‘조금만 조심하고, 양보하면 계단에서도 웃을 수 있습니다.’에 사용된 서체는 ‘조금만’이라는 단어에서 ‘조’의 높이가 짧은 것으로 보아 탈구조의 ‘윤고딕 200번대’라고 생각되더군요. 윤고딕 200은 2000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작아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시청역에서 갈아타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3. 캐논 전용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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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에서 성동일이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장면입니다. 문 앞에 붙어있는 이 서체는 캐논에서 첫 번째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며 제작한 캐논 전용서체입니다. 타이포그래퍼 김기조씨가 2012년에 디자인한 서체랍니다.

4. 유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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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등장하는 또 다른 화장실 옆 포스터에서는 2000년에 개발된 ‘유려체’를 볼 수 있습니다.

5. 연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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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에서 삼천포라는 이름을 지키려는 마을 주민들의 머리띠에서 발견한 서체는 연세대학교 전용서체인 ‘연세체’로 2004년에 제작된 서체랍니다.

6. 윤명조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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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등장하는 포스터에서도 윤명조 200번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폰트 파일을 확인해보니 역시 2004년도 폰트입니다.

7. 쿨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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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은 서체는 ‘쿨재즈’ 입니다. 버스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라 흐릿하지만 비교이미지를 보시면 쿨재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쿨재즈는 2006년에 발표된 서체랍니다.

이상으로 제가 찾은 ‘응답하라 1994 속 등장하는 2000년대 이후의 서체’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윤디자인연구소도 1989년에 설립돼 어느덧 26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서체가 개발됐는데요, 윤디자인연구소의 서체디자인 개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봅니다. 

 

이미지 출처: FONT.CO.KR http://www.font.co.kr/fontsearch/default.asp

저처럼 옥에 티를 찾으며 드라마를 보는 분이 또 있을까 했는데 더한 분들이 있었네요. 아예 위키 형식으로 ‘고증 오류’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드라마를 다 보신 분들은 재미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 링크를 남겨봅니다.

 

응답하라 1994 고증 오류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