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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 ⑩ 엉뚱상상 최치영 디렉터가 말하는 시각꼴, 그리고 타이포브랜딩

Yoondesign 2021. 9. 17. 09:00

연재를 시작하며―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 제14호 ‘엉뚱상상’ 특집호(2021년 7월 출간)의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브랜딩이 아니다, 타이포브랜딩이다」라는 제목으로 10부작 온라인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자를 글자로만 바라보지 않기.’ 글자(서체)에 대한 윤디자인그룹의 관점입니다. 과거의 ‘30년 서체 디자인 회사’를 넘어 지금의 ‘브랜딩 기업’으로서, 윤디자인그룹은 또 하나의 지속 가능한 모멘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멘텀을 우리는 ‘타이포브랜딩’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글자가 중심이 된 브랜딩입니다. 윤디자인그룹의 타이포브랜딩 비전을 현실화는 크리에이터 집단, 바로 엉뚱상상입니다.

 

“엉뚱상상은 글자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 이때 만들기의 전제는 ‘갖고 놀 수 있을 것’이다. 갖고 놀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엉뚱상상. 글자를 갖고 논다는 건 어던 의미인가. 글자를 글자로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 글자를 이미지(그래픽)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글자 디자인이 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은 확장된다. (···) 글자를 놀이 도구, 그래픽 이미지, 브랜딩 요소로 바라보고 다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새로운 대중 문화(pop culture)가 형성되리라고 전망한다.”

―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 저서 『한글 디자인 품과 격』(2020) 중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을 표방하는 《the T》 제14호는, 윤디자인그룹의 엉뚱상상을 전면적으로 다뤘습니다. 엉뚱상상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실제 작업을 통해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디자인 장르를 소개한 ‘특집호’인 셈이죠. 디자인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 디자이너로서 참신한 영감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재 순서

― ① 「글꼴 이후의 ‘시각꼴’ 만들기

― ② 「서체가 브랜딩의 주인공이 된다면?(ft. 곰표체)

― ③ 「바이럴 마케팅 폰트의 탄생(ft. 창원단감아삭체)

― ④ 「디자이너만 폰트를 쓴다는 착각

― ⑤ 「갖고 노는 글자 ‘WCG 플레이 폰트’

― ⑥ 「글자티콘의 시대가 온다

― ⑦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최지윤 of ‘빅빅 넘버스’

― ⑧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이재상 of ‘위트 아이콘’

― ⑨ 「시각꼴 메이커 인터뷰: 김정진·이병헌 of ‘엉뚱상상체’

― ⑩ 「연재를 마치며: 엉뚱상상 최치영 디렉터가 말하는 시각꼴, 그리고 타이포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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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상상 2.0

서체 회사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집단

― 엉뚱상상 최치영 대표

 

엉뚱상상은 윤디자인그룹의 자회사로 ‘엉뚱상상 2.0’은 2019년 윤디자인 30주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윤디자인은 30여 년간 대한민국에서 정말 많은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저희끼리는 “대한민국 땅에서 보이는 한글 절반은 윤디자인이 만들지 않았을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1시간 동안 출근하면서 윤디자인이 만든 기업 서체들을 세어보곤 했습니다. 1시간의 출근 시간 동안에만 7개 기업 서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탄탄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기업, 브랜드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엉뚱상상은 윤디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윤디자인과 엉뚱상상이 완전히 다른 활동과 이미지로 보여지기를 바랍니다. 많은 기업과 브랜드는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윤디자인은 ‘윤고딕’이라는 대표 서체를 통해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유의 정체성은 반대로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데 한계가 되곤 했습니다. 글자를 기반으로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서체 회사’라는 정체성을 한계로 보는 시선을 느끼곤 했습니다. 엉뚱상상 2.0은 ‘서체 회사’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집단입니다. ‘서체 회사’라는 한계를 벗어난다고 하면 서체가 아닌 다른 장르의 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는 ‘서체’라는 매체를 바라보는 보통의 시선을 바꾸면서 서체에 대한 생각들을 다르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서체 회사’라는 단어에서 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서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 브랜드에서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목적은 대부분 ‘기업의 통일된 이미지 관리’를 위한 것이며, 이미지 디자인 가이드가 완료된 시점에서 워드마크, 로고타이프를 서체 파일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수행해야 하는 과업은 결정된 워드마크, 로고타이프에서 글로 잘 읽히는 서체 파일을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즉 서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없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CI, BI 프로젝트에 도전함으로써, 브랜딩부터 서체개발까지를 디자인하는 타이포브랜딩이라는 맥락으로 많은 클라이언트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 전문 회사에, 서체는 서체 전문 회사에’라는 생각 때문에 저희가 프로젝트 전체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많은 설득의 작업이 있었으나, ‘서체는 디자인의 도구’라는 고정된 관념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세대 폰트(3rd Generation Font)’ ― 서체에 대한 엉뚱상상의 태도를 함축한 용어

 

윤디자인그룹 30주년 기념 모션 그래픽 포스터 ― 엉뚱상상 제작, 2019

 

 

 

지면 타이포그래피를 위한 서체를 벗어나기 시작하다

 

우리는 서체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서체가 지류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저는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을 했었고, 가독성이 좋으며, 많은 양의 텍스트를 균일해 보이게 디자인하기 위해서 무색무취의 기능적으로 균일한 회색도를 가진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균일해 보이지 않게 만든 서체는 잘못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고, ‘왜 저런 서체를 만들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간혹 같이 일하던 클라이언트가 “저희 전용 서체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저에게 질문하면, “한 브랜드에는 대체로 지정된 서체를 사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든다고 하면, 정말 가독성이 좋은 서체로 디자인 기획을 하고 제작해주세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편집 디자인물을 작업할 때 항상 조율하던 부분은 “제발.. 전용 서체 안 써도 될까요?”였습니다. 자기 회사의 전용 서체를 개발한 클라이언트의 경우 제가 작업해야 하는 매체와 상관없이 무조건 전용 서체를 사용해야 했고, 로고타이프에서 확장된 서체의 경우 많은 정보와 텍스트를 정리해야 하는 편집 디자이너로서는 디자인 작업물을 망치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클라이언트 입장도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큰 예산을 들여서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서체를 제작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고유의 정체성을 형태로 설득해야 하는 과정으로 인해 편집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가독성 좋은 폰트를 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방송 예능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원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지 알록달록하고 정신없게 사용하는 자막은 서체를 왜곡한 잘못된 타이포그래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예능에서 생각하는 타이포그래피의 원리는 다음과 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능에서 자막이 없으면 사람들은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처럼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된다’, ‘촬영한 영상물에는 영상물을 뚫는 짧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짧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글자에 목소리를 입히는 효과를 디자인해야 한다’라는 세 가지 원리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없는 상태의 편집본을 우연한 계기로 시청하게 되는 순간 예능 프로그램이 어찌나 지루하던지, 앞서 이야기한 게 어떠한 뜻인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서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던 것이고, 각 환경에 맞는 타이포그래피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서체를 기획할 때, 기존에 내가 쓰던 환경(지면, 본문)을 제외한 상황에서는 필요한 다른 글자를 고민하게 되었고, 서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폰트를 글꼴로만 바라보지 않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래픽을 넣고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릴 수 있는 
도구로서 바라보게 되면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치영엉뚱상상이 제작한 폰트 ‘글자와브랜딩 이탤릭’ 론칭 인터뷰, 2020

 

 

 

많은 이들이 서체의 가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서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드는 일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체를 기획할 때, 모두들 ‘가독성’을 중요하게 말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서, 신문, 책자에서는 서체의 중요한 역할을 ‘가독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서체를 사용하던 미디어 역시 ‘가독성’이 중요한 인쇄 매체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독성이 서체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이야기되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서체를 사용하는 미디어가 바뀌고 있습니다. 영상물에서 필요한 서체는 과연 ‘가독성’일까요? 우리는 가독성이 좋은 폰트가 아닌, 짧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서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독성과 임팩트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두 가지를 다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생각을 환기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다시 한 번 서체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설문조사를 해봤고, 아이러니한 데이터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서체를 말할 때 누구나 가독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어떤 서체를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개성 있는’ 서체였습니다.

 

모두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서체는 가독성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개성 있는 서체를 사용하는 이율배반적 부분입니다. 그때부터 “어차피 글자는 읽혀”라는 슬로건을 우리가 서체를 디자인하는 하나의 자세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체는 가독성’이라는 일반적인 관점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도 작업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삐 풀린 상상: 글자, 타이포그래피, 폰트를 대중문화로 만들기

 

가독성이냐, 표현이냐에 대해 진실 공방 같은 것들이 왔다 갔다 했고, 서로의 논리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것을 실행해보고자 했습니다. 서체를 기능성을 논의하는 제품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가 되도록 가져가보는 방식입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포장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장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브랜딩’이라는 것으로 개념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 서체를 논할 때, ‘서체 디자인’이라는 기능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체 디자인’이 ‘브랜드’가 되는 것을 우리의 목표로 바꾸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일하는 철학이 필요했으며, 저희의 철학은 “얻어걸리면 된다!”입니다. 얻어걸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은 양의 결과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동강령은 ‘작심삼일’입니다. 일 년 동안 작심삼일로 결과물을 만든다고 하면, 120가지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 그중에 하나만 걸리면 된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봤어요. 성공한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성격은 남들보다 훨씬 많은 다작을 한다고요. 성공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태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해봐!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언제나 빠르고 즉흥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합니다. 저희는 ‘생각하고, 맥락을 만들어 기획하고, 좀 더 좋은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고, 집중해서 결과물을 만든다’라는 학교에서 배운 프로세스대로 일하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액션’을 통해 사고를 치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이런 사고를 쳤을까···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해서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포장하자!’ 그리고 왜 그런 사고를 쳤는지 생각하면서 사고를 수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맥락이 만들어지고, 맥락이 만들어진 게 바로 브랜드가 되는 순간이 된다고 봅니다. 과정을 거꾸로 하면 어때요? 저희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죠? 괜찮아요... 저희 이름이 엉뚱상상이에요. 저희 이름에 맞게 정체성은 확실하게 하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라 하면, 남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사고하고,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저희는 저희만의 고유의 철학을 가지고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디자인 업계의 모범생 집단입니다.

 

타입 &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the T》 14호: 엉뚱상상 특집호, 2021

 

매거진 《the T》 14호에 수록한 저희 프로젝트들은 기획 의도와 직접 제작을 한 디자이너, 그리고 결과물을 바라보는 주변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아주 자유분방한 상태라 다른 디자인 소개처럼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좋게 포장해서 말하자면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입체적인 시각을 반영한 결과물이라서 다각화되었다고 바라봐주세요. 사실은 저의 기획 의도는 A였는데, 체계적인 기획서 없이 제가 일을 실무자에게 던지다 보니 의사소통에 에러가 나서 C로 나온 게 많습니다. 우리 실무자들이 제가 개떡같이 말한 것을 찰떡같이 만들어주었고, 지금 이 잡지를 총괄 편집해주는 편집자 분이 충분히 의미를 부여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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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자인그룹 ‘엉뚱상상’의 또 다른 책

Letters.Branding Italic Art Book』  &  『BIGBIG NUMBERS Font Specimen

 

매거진 《the T》 과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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