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전용서체 「던파 연단된 칼날」, 「던파 비트비트체 v2」를 개발한 서체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최근 윤디자인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 콘텐츠 플랫폼 ‘폰코(font.co.kr)’에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전용서체가 한글나눔폰트에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는 타이포커뮤니케이션이라는 윤디자인그룹만의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던전앤파이터는 유저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생겼습니다.
하나의 서체가 완성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글자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표현해야 하는 전용서체는 특히 더 그렇죠. 「던파 연단된 칼날」, 「던파 비트비트체 v2」를 개발한 이예형 서체 디자이너는 두 가지 서체를 연단하는 동시에 서체 디자이너로서 스스로를 연단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전용서체를 개발한 이예형 서체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Q. 네오플에서는 어떤 전용서체를 만들기 원했나요?
던전앤파이터의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는 도트 그리고 액션인데요, 도트는 비트비트체로 이미 풀어내서 액션의 느낌을 가져가길 원했어요. 그런데 액션은 액션이지만, 어떤 비주얼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랜 게임이다 보니 여러 상징물이 있었고, 대표가 될 수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클라이언트와 의견을 주고받았죠. 그러면서 떠올린 것이 바로 톱니바퀴였어요. 가장 오래 그리고 많이 사용한 조형물이었고, 네오플 내부에서도 톱니바퀴가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죠.
Q. 톱니바퀴와 칼날, 이미지가 좀 다른데…
저도 처음엔 날렵한 디자인을 생각했는데, 클라이언트는 좀 둔탁하고 투박하면서 힘 있는 느낌을 지닌 서체를 원했어요. 던전앤파이터는 십여 년간 우리 회사의 「가시나무」 서체를 써왔는데, 여기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형태이길 바라더라고요. 서체가 갑자기 너무 바뀌면 유저들이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끼니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대한 비슷한 방향성으로 가려고 했죠. 그리고 연단된 칼날은 사실 칼날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게임의 유저, 유저의 의지를 상징하는 네이밍이에요.
Q. 그러면 톱니바퀴를 어떻게 서체 디자인에 적용한 건가요?
가시나무체는 세리프가 있지만,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고 좀 심플한 느낌이에요. 근데 톱니바퀴의 돌기를 작은 폰트에 넣는다는 게 어려웠어요. 돌기가 뾰족한 형태도 아니고 마름모꼴에 가까운데, 이걸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톱니바퀴가 상징하는 운명의 굴레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보는 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액션성을 가미해서 회전하는 잔상을 표현하기로 한 거예요.
Q. 대부분의 서체가 그렇겠지만, 연단된 칼날의 경우 특히 심미성을 강조하려는 방향과 실용성을 지키려는 방향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엔 톱니바퀴의 이미지를 담아내려고 했으니까요. 톱니바퀴의 돌기를 다 담는 게 맞는 건지, 그렇다고 빼버리면 톱니의 느낌이 하나도 안 나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회전이라는 답을 찾았고, 자소마다 그런 이미지를 주기보다 되도록 전체적인 글자의 느낌에 톱니바퀴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했어요.
Q. 이렇게 많은 고민 끝에 완성한 연단된 칼날, 어떤 특징을 지닌 서체인가요?
연단된 칼날은 기존 게임에서 많이 보던 서체들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지녔어요. 특유의 진중함, 무게감이 매력적이죠. 직선 획에도 약간의 라운드, 곡선을 줘서 둔탁한 느낌을 강조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톱니바퀴의 회전 잔상을 표현한 디자인, 운명의 소용돌이인 ‘차원’을 나타내는 역동적인 ‘ㅇ’의 모양에서 던전앤파이터만의 액션, 타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이번엔 비트비트체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원래 네오플에서 개발한 비트비트체를 이번에 수정해서 비트비트체 v2로 출시한 거잖아요. 어떤 부분을 수정한 건가요?
비트비트체는 워낙 기획이 귀엽고 탄탄하게 잘 나와 있어서, 형태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겠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했어요. 다만, 전문 서체 디자이너가 아니라 놓칠 수 있는 시각 삭제나 두께에 대한 부분을 많이 손봤습니다. 시각적으로 균형 있게 보이도록 완성도를 높인 것이죠. 가독성과 판독성을 위해 속공간을 수정하고 ‘ㅅ, ㅈ, ㅊ’의 형태 변화를 살짝 줬어요. 또 세로모임과 가로모임, 복합모임 꼴별로 디자인 형태가 달랐던 부분을 통일했고요.
Q. 던전앤파이터 프로젝트는 서체 디자이너로서만이 아니라 PM의 역할을 담당했잖아요, 어땠어요?
이전에도 다양한 전용서체 작업을 했었지만, PM으로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끌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일단 진짜 힘들었어요. 굵기 3종으로 구성된 연단된 칼날과 비트비트체 v2까지 총 4종인 데다 만자 스펙이거든요. 이걸 내가 어떻게 하지 막막했었는데, 다행히 상사분들과 동료분들이 시안 잡을 때도 많이 알려주시고 도움 주시고 또 응원해주셔서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서체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일정을 계획하고 서류 처리, 행정 업무 등 전체 프로젝트 관리를 차장님, 과장님들이 다 해오신 거구나 깨달았죠. 저도 이번 던전앤파이터 프로젝트로 많이 레벨업된 것 같아요.
Q. 만자 스펙에 4종이라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서체가 배포되면서 프로젝트가 끝났는데, 지금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또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는지.
현재 던전앤파이터 데스크톱 게임 내에는 적용이 됐고, 이벤트 상세 페이지 등에서도 연단된 칼날 서체를 많이 활용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많이 써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고요. 또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폰코에서도 한글나눔폰트로 제공하잖아요. 연단된 칼날은 판타지 느낌이 강한 서체라, 요즘 유행하는 로판(로맨틱 판타지) 웹소설, 웹툰에서 많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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