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6.

[TDC LiVE] 윤디자인그룹 2021년 인턴 디자이너들의 전용서체 제작 과제 스토리

지난해, 윤디자인그룹의 TDC(Type Design Center) 인턴사원들의 교육과 함께 한글 글꼴 디자인 과제를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참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재기발랄한 인턴사원들의 작업물은 각자의 개성과 감각을 엿볼 수 있었죠. 그래서 올해도 준비했습니다. TDC의 이가희 책임 디자이너가 2021년 인턴 디자이너들의 전용서체 제작 과제를 소개합니다.

 

 

 

2021년 윤디자인그룹 인턴 디자이너들의 전용서체 제작 과제

 

 

글·사진 _ TDC 이가희 & 인턴사원 4인

 

 

모두가 힘든 이 시기, 운이 좋게도 윤디자인그룹은 꾸준히 많은 프로젝트(클라이언트님, 감사합니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2021년에도 인턴사원을 모집해 지난 3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배우던 시절과 비교하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한글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고 하나, 실무에서 직접 체득하는 것은 그 배움의 질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인턴 교육은 한글과 라틴, 숫자 등 기초부터 시작해서 윤디자인그룹이 있기까지 윤고딕, 윤명조의 역사와 그밖에 다양한 폰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개발된 전용서체들의 히스토리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브랜드를 정해서 브랜드 분석과 함께 그 브랜드에 어울리는 전용서체를 제작하는 것을 핵심 주제로 교육했는데요, 그 결과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4명의 인턴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드리겠습니다.

 

 

부드럽고 현대적인 커피의 정원을 담다, 「쟈뎅체」 design by 한개

 

「쟈뎅체」

 

 

안녕하세요! 윤디자인그룹 TDC 인턴 한개입니다. 후다닥 지나가 버린 3개월간의 우당탕 인턴 생활. 이번 인턴 과제는 브랜드 로고를 한글화한 뒤, 영문, 숫자, 특수문자까지 발전시켜보는 것이었어요.

 

 

제가 선택한 브랜드는 '쟈뎅'입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쟈뎅에 대해 깊게 알아보게 되어서 함께 공유하고자 잠깐 소개 먼저 할게요. 쟈뎅은 1988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원두커피 카페를 만든 브랜드예요. 아마 X세대를 보내신 분들에게는 압구정의 고급스러운 카페로 기억하실 텐데요. 이후 IMF를 겪고 외국 브랜드의 유입으로 예전만큼의 명성은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커피를 연구하면서 이디야, 투썸, 이마트 등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에 원두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 편의점에서 쉽게 쟈뎅 커피를 만나볼 수 있고요. 너무 쟈뎅 직원 같았나요? ㅎㅎ

 

쟈뎅 로고 타입의 특징

 

 

사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쟈뎅을 선택한 이유는 아니고요. 쟈뎅의 로고 타입이 한글화하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로고는 닙으로 쓴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생긴 뚜렷한 획 대비와 세리프가 포인트입니다. 저는 이 부분들이 한글화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쟈뎅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부드럽고 우아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살린 서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인상을 먼저 결정하고, 글자를 기획해서 디자인하고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제 이번 과제의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쟈뎅체」 한글 특징

 

 

한글 글자의 구조는 탈 네모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로고가 대문자로 꽉 차는 형태다 보니 네모틀을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1988년의 쟈뎅스럽더라고요. 저는 2021년의 쟈뎅을 만들고 싶어서 좀 더 현대적으로 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탈 네모꼴을 선택해 시원한 공간감을 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ㄴ, ㄷ, ㄹ’ 그리고 섞임 모임의 보 등에 곡선을 넣어 고급스러운 우아함을 표현했어요.

 

「쟈뎅체」 영문 특징

 

 

영문은 한글이 가진 세리프를 따라가다 보니 슬랩이 추가된 빵빵한 획 대비가 있는 디자인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재미있던 것은 작업하다 보니 2020년에 인턴을 하신 빅복스님의 글자와 비슷한 거예요. 하지만 서로 처음에 시작한 영문과, 발전시킨 영문이 완전히 달라서 되게 신기했어요. 「쟈뎅체」(가칭)는 닙의 쓰임이 느껴지는 획 디자인과 슬랩 세리프가 특징이죠. 저는 이번에 영문 디자인이 처음이어서, 책을 정말 많이 참고했어요. 서체를 처음 만들지만 어색한 글자는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세심한 부분들을 정말 많이 신경 썼고, 그 부분에 TDC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꾸벅ପ(⑅ˊᵕˋ⑅)ଓ

 

「쟈뎅체」 숫자와 특수문자 특징

 

 

숫자와 특수문자는 영문의 느낌을 많이 따라갔어요. 그래서 빵빵하고, 곡선이 특징인 슬랩의 획 대비를 가졌어요. 숫자와 특수문자도 처음이다 보니 다양하게 많이 찾아보고 또 이런 서체에 포함되는 글자 결을 같게 하려고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글자가 가진 역사나 의미에 좀 더 집중했다면 나중에는 형태 자체가 같이 놓였을 때 ‘하나의 서체로 보이는가?’ 이 부분을 파악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쟈뎅체」

 

 

사실 영문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제 글자는 TDC의 심폐소생술 덕분에 완성된 글자예요. 3개월 동안 제 질문에 같이 고민하고 도와주신 TDC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서체 디자이너가 될게요!

 

 

「쟈뎅체」 적용 예시

 

 

 

맛동산의 달콤한 유혹, 「맛동산체」 design by 알싸한 완두콩

 

안녕하세요. 윤디자인그룹 TDC 인턴 알싸한 완두콩입니다. 제가 선택한 브랜드는 해태제과의 ‘맛동산’입니다. 1945년에 설립된 해태제과는 끊임없이 히트 상품을 출시하며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왔죠. 저도 해태제과 과자들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맛동산을 이번 전용서체 제작 과제의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고, 맛동산의 캐릭터와 특징을 재해석하여 글자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내내 맛동산을 먹는 기분으로 달달한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아요. 맛동산처럼 전용서체 역시 끝맺음이 동글동글하고 곡선으로 이루어져서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인상은 귀엽고 동글동글하며 맛동산의 형태를 떠오르게 하는 서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맛동산체」 한글 특징

 

 

맛동산 과자의 모양이 바로 떠오르는 「맛동산체」는 과자에 붙어있는 땅콩의 특징을 자소의 꼭지와 곁줄기의 형태에 담아 강조했습니다. ‘ㅇ’의 경우 곡선과 곡선이 만나면서 교차하는 형태로 과자 모양에 가까운 먹음직스러운 느낌이 특징입니다.

 

「맛동산체」 글자 폭과 글줄, 영문 특징

 

 

이런 특징들로 한글을 디자인했고, 영문과 숫자 또한 한글과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영문 ‘o’와 숫자 ’0’은 한글의 ‘ㅇ’의 스타일로 통일감 있게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답답해 보이는 문제점들로 인해 겹치는 부분을 띄어주면서 속공간을 시원하게 조정하면서 많은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맛동산체」

 

 

처음엔 3개월이라는 인턴 기간이 길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이번 과제는 많은 선배님들의 조언과 도움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글자를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처음이다 보니 어설프고 어색한 부분들이 점점 보이는 것 같아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이다 보면 그만큼 더 발전해 나아갈 수 있겠죠? 이번 과제를 계기로 한 단계 성장했을 테니까요. 앞으로의 가능성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큼하게 터지는 탄산의 짜릿함, 「페리에체」 design by 고독한 2샷

 

「페리에체」

 

 

안녕하세요! 윤디자인그룹 TDC 인턴 고독한 2샷입니다. 이번 인턴 과제를 하다 보니 벌써 3개월의 시간이 흘렀네요.

 

저는 평소 굵고 인상이 강한 워드 타입의 로고를 좋아하는데요. 제 취향에 들어온 로고가 있었으니 바로 ‘페리에(Perrier)’입니다. 두꺼운 서체와 화려한 P의 장식을 이용해서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한글로 옮기면 독특한 한글 형태가 나올 거 같아 선택하고 그 역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페리에 로고 타입

 

 

페리에는 기원전 218년 프랑스의 한니발(Hannibal Barca) 장군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유명한 온천에서 갈증을 해소했다는 기록에서 시작됩니다. 루이 유진 페리에(Louis Eugène Perrier)는 이 온천을 상품화시키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고, 1903년 존 함스워스 경(Sir John Harmsworth)이 이어받아 페리에 광천수 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영국과 스페인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공급이 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는 것입니다. 저는 자연 온천에서 시작됐다는 점과 오랜 역사로 왕실에도 공급되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아 이를 한글 콘셉트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페리에체」

 

 

제가 제작한 「페리에체」는 페리에 로고의 화려함과 오랜 역사를 콘셉트로 한글 43자, 라틴 알파벳 소문자와 숫자, 문장부호로 완성했습니다. 「페리에체」는 화려하지만 굵은 굵기로 가볍지 않은 진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레터링 문구는 페리에의 청량함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페리에체」 한글 특징

 

 

한글에는 독특한 형태와 특징들을 넣었는데 로고에서 보이는 ‘P’의 화려하고 눈에 띄는 장식과 세리프를 한글의 ‘ㅊ, ㅎ’ 꼭지의 형태로 나타냈고, ‘r’의 굵고 강한 티어드롭을 한글 ‘ㅅ, ㅈ, ㅊ’ 내리점으로 변형하여 표현했습니다. 두꺼운 굵기로 서체가 무거워지면서 답답한 부분은 ‘ㅁ, ㅂ, ㅌ, ㅍ’ 초성 일부에 얇은 선을 넣어 시원하게 빠지는 형태로 청량함을 더했습니다. 이 특징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요, 세로모임꼴 초성으로 쓰일 경우에는 이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로모임꼴 초성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형태가 일그러질 수 있거든요.

 

「페리에체」 영문 특징

 

 

라틴 알파벳과 숫자, 문장부호에서는 한글의 직선적인 특징을 살리면서도 전통성을 살리기 위해 블랙레터의 쓰기법과 인상을 연구하고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라틴 알파벳과 숫자는 텍스츄라(Textura Quadrata)를 참고했는데, 작업하다 보니 기존 페리에 로고와 인상이 많이 달라져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문장부호의 크기감과 위치는 한글의 직선적인 형태와 어울리게 제작했습니다.

 

「페리에체」 숫자, 문장부호 특징

 

 

‘청량한 탄산수!’ 문구를 넣은 가상의 페리에 광고입니다. 제품에 합성해본 것인데, 페리에의 청량함이 글자에서도 느껴지시나요?

 

 

「페리에체」 적용 예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시작했던 인턴 과제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 어설프고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완성된 서체를 보니 성장한 제 모습에 대한 뿌듯함과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동시에 드네요. 제가 그만큼 서체를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증거겠죠?

 

서체에 관해 얕게만 알고 있었던 지식이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깊고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윤디자인그룹 TDC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40자였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온전한 서체를 만들 수 있는 폰트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배워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프로야구 시즌은 내 서체와 함께, 「KBO체」 design by 떡볶이와 마들렌

 

 

「KBO체」

 

 

안녕하세요. 윤디자인그룹 TDC 인턴 떡볶이와 마들렌입니다. 저는 한국야구위원회 ‘KBO’를 선택해 서체를 제작해봤습니다.

 

KBO는 ‘Korea Baseball Organization’의 약자로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총괄하는 단체입니다. KBO는 기존에 사용 중인 전용서체가 있는데요, 영문만 있기 때문에 한글을 표기할 때는 비슷한 느낌의 폰트를 매치해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KBO의 영문 서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KBO 전용 한글 서체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스타일의 「KBO체」

 

 

KBO에서 사용하는 영문 서체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탤릭의 형태입니다. 역동성이 가득 느껴지는 글꼴의 기울어진 형태는 KBO 영문의 특징이지만, 실제로 적용해서 사용할 때는 디자인의 제약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여 기본 형태, 기울어진(Oblique) 형태와 거기에 장식을 더한 형태를 포함하여 총 3가지 스타일의 서체를 제작했습니다.

 

두 가지 스타일의 「KBO체」 영문

 

 

영문의 경우 KBO의 대문자를 바탕으로 소문자를 디자인했는데요, 대문자의 속공간이 큰 것을 그대로 적용해 속공간이 크며 스퍼(Spur)를 생략한 소문자 영문을 만들었습니다. 영문은 세워서 쓰는 기본적인 형태의 글꼴, 기울어진 형태의 글꼴 2가지 스타일로 제작해봤습니다.

 

 

「KBO체」 적용 전과 후의 KBO 캐치프레이즈

 

 

야구의 역동성과 세련미, 야구 협회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프로야구 스포츠 폰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고딕과 이탤릭의 형태를 듬뿍 배우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글꼴 디자인에 대해서는 윤디자인그룹에서 처음 접하고 배웠는데요, 이곳에서의 3개월은 새로운 도전과 배움이 가득한 여정이었습니다.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고, 익숙하지 않았기에 어려워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인턴 3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격려해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저 혼자 글꼴을 ‘짠’하고 제작해낸 것이 아니라 TDC 분들의 애정 가득한 도움이 있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관심 갖고 도와주셨던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