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7.

맛집 멋집 가득한, ‘성수동’ 한 바퀴만 걷다 오실래요?



한동안 퇴근 시간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했던 나날이었는데, 오랜만에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주말이 생겼습니다.(야호!) 평범한 직장인인 필자는 이런저런 일로 심적 여유가 없었던 터라, 이 행복을 고스란히 만끽해도 되는지, 이렇게 갑자기 여유가 찾아오니 뭐부터 해야 할지 망설였지요. 평소에도 방랑벽이 있는 게 확실할 만큼, 약속 없는 주말에도 무조건 나가던 제가 이때를 놓칠쏘냐, ‘일단 나가자’ 하며 오늘의 출타 장소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기준은 딱 세 개. 내가 가보지 않은 곳, 혼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동네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평소 지인들과 만날 때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 1순위였는데, 이러다 보니 ‘원래 주말엔 어딜 가든 복잡하고 시끄럽지….’ 하며 자기 합리화가 당연해진 ‘흔한’ 장소에 가기 마련이었어요. 그러던 중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성수동. 사실 성수동을 안 와본 것은 아니에요.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회사 동료 결혼식 때문에도 와봤었는데, 정작 개인적으로 즐기기 위해서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성수동을 잘 몰랐던 저로서는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성수동 = 서울숲역 근처’인 줄 알았답니다. 점심부터 늦은 오후까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그동안 ‘즐겨 찾기’에 꾹꾹 눌러 담았던 맛집, 카페, 가게 몇 군데를 유유자적하게 들르려 표시해놓았는데… 이게 웬걸? 제가 알았던 성수동 카페 거리와 서울숲역은 거리상으로 꽤 멀었지 뭐예요. ‘이걸 어쩐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하나? 버스를 타야 하나?’라고 고민했지만, 이 고민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냥 걸어가기로 한 거죠. 시간도 많고 마음의 여유는 더 많으니 음악이나 들으며 천천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청정 재료 한식 밥상, 소녀방앗간


이날 서울숲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낮 12시! ‘금강산도 식후경, 성수 구경도 식후경’이라 외치며 오늘의 점심을 해결해 줄 ‘소녀방앗간’에 갔습니다. 이름부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흔한 영문 이름도 아니고 순수함이 증폭될 것만 같은 이름이지요. 좋은 음식을 좋은 마음으로 준비하는 모두를 ‘소녀’라고 표현하는 소녀방앗간은 청정 식재료를 판매하는 시골 어르신들의 정당한 수익구조를 고민하다가 직접 팔기 위해 운영하게 된 밥집이라고 해요. 





성수동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건대 커먼그라운드, 서울스퀘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종로구청, 이화여대 등에 체인점을 운영할 만큼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널찍한 공간, 우드톤 인테리어, 그리고 통유리에 비치는 햇살의 3박자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즈넉해서 ‘청정 재료’ 느낌을 잘 살려 주는 것 같아요.





소녀방앗간의 메뉴는 총 3가지! 특이한 것은, 요일별 메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산나물밥, 봄을 담은 산나물죽은 요일과 관계없이 항상 같은데요, 일요일에는 참명란 비빔밥, 다른 요일에는 장아찌 불고기밥, 고춧가루 제육볶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메뉴가 너무 단출하다고 느끼겠지만, 오히려 이것저것 잡다한 메뉴를 서비스하는 곳이 아니라 음식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아구찜 전문점에 갔는데, 메인 메뉴가 감자탕인지, 해물탕인지, 아귀찜인지 헷갈리는 것과 다르게 말이지요. 





이날 먹었던 메뉴는 산나물 비빔밥! 취나물 차로 입안에 향을 돋우고 나면 이내 원목 트레이에 밥과 반찬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나옵니다. 뽕잎, 취나물과 참기름이 어우러져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별도로 담아낸 양념장과 함께 먹으면 담백 그 자체~ 직접 만든 반찬과 된장국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아 그동안 MSG에 길든 제 혀가 자연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과 소박함이 느껴지는 소녀방앗간. 서웊숲에 놀러 갔는데 저렴한 가격, 정성이 깃든 따뜻한 한 끼가 간절하다면 강력 추천하는 집입니다. 참, 평일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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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사가 절로 나는 물건, 펜두카 & 스마테리아(Penduka & Smarteria)


점심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걸어볼까? 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펜두카 & 스미테리아’. 이곳은 공정무역 브랜드 ‘더페어스토리’에서 운영하는 2개의 매장입니다. 더페어스토리는 저개발 국가에서 공정무역 가치를 실현하는 생산자를 발굴하여 그들의 스토리와 제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공정무역 회사라고 해요. 예전에 잠깐 교육차 이 근방에 방문했을 때 잠깐 눈여겨 봤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은근 반갑더라고요.





우선 ‘펜두카’는 남아프리카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제품을 판매하는 패브릭 브랜드로 매장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자수가 박혀 있는 쿠션, 앞치마, 테이블보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옆에 있는 ‘스마테리아’는 낡은 오토바이 시트나 플라스틱 폐품 등을 활용해 만든 파우치, 지갑, 패션 잡화 등의 업사이클 제품을 판매하지요. 버려진 소재를 상품성 높은 다양한 제품으로 재창조한 것이 특징인데, 사실 처음 매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재활용 소재’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퀄리티에 대한 큰 기대는 안 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제품을 보니 ‘예쁘다’란 감탄사만 열 번 넘게 말한 듯해요. 결국, 매장 밖을 나설 때 저의 두 손에는 클러치와 카드 홀더가 들려있었습니다. ‘기왕 원하는 아이템을 살 거라면 의미 있는 제품, 착한 소비를 해야지’라고 덧붙이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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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아지트 삼고 싶은, 카페 자그마치(ZAGMACHI)


기존에 자주 가던 카페와는 또 다른 새로움을 안겨주었던 ‘자그마치’라는 카페입니다. 외관만 보고선 ‘뭐하는 공간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성수동에 오픈한 지 꽤 오래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카페라고 하네요. 빈티지한 느낌의 외관에 칠해진 붉은 알파켓 ‘Z’가 눈을 사로잡고 유리 너머로 비치는 베이스먼트 같은 어둡고 은밀한 느낌에 발길이 사로잡혀 들어갔지요. 





‘자그마치’는 원래 낡은 인쇄공장을 활용해 꾸민 공간이래요.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강연, 공연, 마켓, 사진전 등을 진행하는 카페 겸 문화 공간이지요. 그래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곳에서 매거진 <B>를 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거진 <B>는 구글, 레고, 하겐다즈, Rolex 등 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브랜드 월간지예요.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매거진에는 광고가 전혀 없습니다. 마케팅, 브랜드 관련 전공자가 아니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고,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림책을 보는 듯 사진이 매우 많아요. 





또한, 이곳은 공간기획 회사인 'studio zgmc'가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공간 분위기가 왠지 모를 특별함으로 가득했어요. 특히 평소 볼 수 없던 특이한 모양의 조명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감각적인 무드를 한껏 느낄 수 있고, 이곳에 배치된 조명은 구매도 가능하답니다. 전체 공간은 아마 총 70평쯤 되는 것 같은데 카페치고 상당히 넓은 공간이지요.


저의 페이버릿 메뉴인 아이스 라테 한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둘러보니 분위기가 ‘넘나 좋은 것!’ 이날 사람이 많지 않았는지, 아니면 원래 조용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심신을 달래기에 정말 딱 맞았답니다.





벽면에는 빔프로젝터에서 나온 무성 영화가 계속 상영 중이고, 바 뒤쪽에는 조명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작업 테이블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앉았던 철제 의자, 원목 테이블, 녹슨 페인트칠 등 빈티지한 감성을 세포 가득 느낄 수 있는 소품, 장식장 등이 가득한 공간. 브루클린 부럽지 않은 운치를 느끼고 싶다면 두말할 것 없이 추천하지만, 그냥 이유를 불문하고 꼬옥 들러봐야 할 장소라 말하고 싶습니다. ‘자그마치’를 아지트로 삼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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