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6.

‘기안서’라는 장르의 글쓰기



글이라는 것을 시·소설·수필이나 각종 후기(리뷰)처럼 ‘편’으로서의 구색을 갖출 수 있는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회사원들은 제법 많은 글을 (그것도 매우 꾸준히) 쓰는 셈입니다. 업무 일지, 회의록, 주간보고, 월간보고, 연간보고, 제안서, 기획서, ··· 어쨌든 ‘글’로 이루어지는 것들이지요. 


직장인들이 자주 쓰는 글의 한 장르(?)로서, ‘기안서’라는 걸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언제, 왜 써야 하는지는 직장생활 경험으로 실감하겠는데, 누군가 만약 “회사에선 기안서란 걸 쓴다며? 그게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 좀 해줘봐”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곧장 유려한 답변이 가능한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음, 뭔지는 알겠는데 설명하긴 어려운걸’ 하고 곤란해 하실 분들만 계속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 난 결재판이라고 해. 기안서는 제대로 쓰고 날 찾는 거니?




‘기안서’라는 장르 이해하기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안건, 접수된 문서의 처리, 지시 사항 등에 대해 검토 및 분석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최종 결재권자에게 그 추진 여부에 관한 의사 결정을 요구하는 문서입니다. 




대략적인 패턴


① 왜 써야 하지?

    기안서의 작성 목적, 해당 안건에 대한 상사의 지시 사항과 의도 등을 확실히 알아야겠죠? 


② 무얼 써야 하지?

    해당 안건에 관한 제반 규정, 참고 자료 등 정보 수집을 통해 ‘쓸 거리’를 만들어봅시다~


③ 자, 이제는 써보자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안 목적에 부합하도록 작성해봅니다. 


④ 잘 썼나?

    작성한 내용을 리뷰하며 주요 핵심 사항이 누락됐다거나, 틀린 부분이 없는지 점검해봅니다.


⑤ ‘그분’이 제대로 읽어주시려나?

    말하자면, 기안서도 어엿한 ‘글’입니다. 독자를 고려하는 건 글쓴이의 기본 마인드! 

    결재권자가 기안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지, 본문에 타당성은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기안서 틀 짜보기


① 제목 짓기

    모든 글의 제목이 그러하듯, ‘기안서’라는 장르 역시 전체 내용이 한눈에 파악되도록

    핵심 사항(소설로 말하자면 ‘주제’)을 넣어주는 게 좋겠죠?


② 내용 채우기

    ‘전주말(전문∙주문∙말문)’을 기억하세요! ^^ 

      ∙ 전문: 기안서의 결재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문구. 일종의 ‘여는 글’입니다. 

      ∙ 주문: 즉, 본문입니다. 기안의 목적, 시행 방안(소요 예산), 기대 효과 등의 순으로 작성!

      ∙ 말문: ‘닫는 글’입니다. 기안서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끝’이라고 표시하면 무난합니다. 


③ 참고 자료 첨부하기

    해당 안건과 관계된 참고 자료, 보충 자료 등이 있는 경우 기안서에 첨부해줍니다. 




기안서 작성의 룰


① 육하원칙 

    5W1H에 따라 간단명료하게 작성합시다. 

    (세부 내용은 글로 풀어내기보다는 첨부 서류로 대신하는 게 보기 편합니다.)


② 읽기 쉽게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 장문이 아닌 단문으로, 읽기 쉽게 작성합시다. 


③ 번호를 붙이자

    구구절절 상세한 기술보다는, 항목을 나눠 번호를 붙여 표현하면 더욱 잘 읽히겠죠?


Tip

① 더 쉬운 이해를 돕도록 도표를 활용해보세요.

② 어떤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적어도 3개 이상의 안을 마련하는 게 좋아요. 

③ 결재권자의 의사 결정에 보탬이 되도록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세요.


④ 할 것 같다 → 할 것이다

    애매하거나 불확실하거나 확정적이지 않은 표현은 지양할 것! 

    - ‘이러이러한 기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x)

    - ‘이러이러한 기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o)


⑤ 단순 명확한 단어 사용

    한자 또는 전문용어는 가급적 피합시다.(최종 결재권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야..)

    부득이하게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꼭 용어 해석을 덧붙여주세요.


⑥ ‘페북’ → ‘페이스북’ / ‘카톡 → 카카오톡’

    약칭 말고, 엄연한 공식 명칭을 사용합시다.


⑦ 됐고, 결론부터 던지기

    가급적이면 결론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유 또는 진행 과정 등을 설명합니다.




전결? 합의?


전결

전결이란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그 소관 업무의 결재 권한을 하위 직위에 있는 자에게 위임하고, 

그 위임을 받은 자로 하여금 결재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업무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하고,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목적인 것이죠. 

전결 문서의 경우, 전결하는 사람의 결재란에 ‘전결’이라고 표기해주시면 됩니다. 





합의

내가 쓴 기안의 안건이 타 부서와 관련이 있는 경우, 그 부서에게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여, 

최종 결재권자가 이를 참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행사 진행 혹은 기자재 구입 시, 이에 따른 소요 비용에 대해 

예산 부서의 심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경우가 ‘합의’에 해당합니다. 



 

잘 쓴 기안서 하나가 회사 생활의 ‘좋아요’를 부릅니다

이미지 출처: Pexels.com



[보너스] 업무 보고, 이렇게 해봅시다


직장 생활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보고’입니다. 

단순하게는 ‘상사에게 나의 업무 상황을 알리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만, 

좀 더 명확한 기본 이론(이라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을 알아두면 좋겠지요? 일단 아래 네 가지를 기억해둡시다. 


① 일반적으로 보고는 부하 직원이 직속 상사에게, 

   그 직속 상사가 상위 직속 상사에게 하는 것이 원칙.


② 직속 상사를 거치지 않고 타 부서 상급자, 또는 임원 및 대표로부터 직접 지시 받은 

   업무일지라도, 직속 상사를 경유하여 업무 지시자에게 보고하는 것이 원칙.


③ 보고 순서는 ‘결론 → 이유 → 진행 경과’

   - 대부분의 상사(결재권자)는 결론을 가장 궁금해 합니다. ^^; 

     결론부터 간략히 요약 보고한 뒤, 그 결론이 도출된 이유와 진행 과정을 부연해주세요. 

   - 긴급하게 진행해야 할 사안일 경우, 먼저 구두로 보고한 뒤 추후에 서면으로 보고해주세요. 


④ 중간 보고의 ‘중간’은 어느 때? 

   ※ 중간 보고는 간략한 서면 보고, 혹은 구두 보고를 하더라도 무관합니다. 

   ✔ 업무 완료 전까지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될 때

   ✔ 업무 진행 중 제반 상황이 변경되었을 때 

   ✔ 업무 진행 중 예기치 못한 사항이나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 지시된 방법 또는 제시된 방법으로 업무 진행이 불가능할 때

   ✔ 결과의 전망이 보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