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30.

CUSTOM FONT, 해외 기업의 전용서체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런던의 New Johnstone, 영국 브리스톨의 Bristol Transit, 프랑스 파리의 Parisine, 일본 요코하마의 고나/신고/나우, 홍콩의 Monotype Hei Family… 한숨에 읽기에도 벅찬 이 많은 단어들은 무엇일까요? 바로 외국에서 도시전용서체로 개발된 서체들이랍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여 해외 전용서체를 검색해 보면 전용서체의 많은 예와 함께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고, 도시 경관을 재정비하였다는 등의 전용서체 효과가 여럿 나올 텐데요. 그보다는 오늘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해외의 기업 전용서체(CUSTOM FONT)는 누가 만들었고, 어떤 프로세스로 개발이 되고 있을까요?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서체, Johnston 개발사례


많은 전용서체 개발 사례를 모조리 설명하기에는 인생도 짧고 근무 시간도 짧아(^^;) 간단히 한 예로 영국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서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서체는 ‘Johnston(or Johnston Sans)’이라고도 불립니다. 언더그라운드 폰트는 에드워드 존스턴(Edward Johnston)이라는 디자이너에 의해 디자인된 산세리프체(Sans-Serif Typeface)로 서체의 대문자는 로만 스퀘어 캐티털 서체(Roman square capitals)를 베이스로 디자인되었고, 소문자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사용된 필기체인 휴머니스트 소문자(humanistic minuscule)를 베이스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출처 : typegoodness.com>


이 서체는 1913년 영국의 지하철 운영 회사인 ‘The Underground Group’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약 150년 전인 1863년 1월 10일, 세계 최초로 영국 런던의 패딩턴과 페링던 사이 6Km 구간을 달리면서 시작한 런던지하철은 런던을 세계적인 창조도시로 각광받게 할 바탕이 되었고, 현재까지 런던지하철은 우수한 기능성과 심미성으로 공공디자인의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런던지하철이 세련되면서도 명료한 디자인으로 전체적인 통일성과 유니크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금부터 100년여 전인 1907년 프랭크 픽(Frank Pick)이 지하철의 전체 디자인을 재정비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서체 디자이너 애드워드 존스턴에게 Underground Group의 포스터가 광고로 오인되지 않게 해줄 우수한 서체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의 지휘하에 존스턴은 런던 언더그라운드 로고(1925년)와 언더그라운드 서체를 디자인하게 되었는데요. 언더그라운드 서체는 심플하고 명료하게 디자인되어 런던지하철을 영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죠.


이 서체는 본래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고 불리고 있으나, ‘Johnston’s Railway Type’으로 알려졌다가 추후 간단히 ‘Johnston’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서체는 Heavy와 Ordinary 2가지 굵기로 나뉘며, Heavy는 소문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답니다.


<출처 : typegoodness.com>


언더그라운드 서체는 1979년 이치 코노(Eiichi Kono)에 의해 새롭게 디자인 되었는데요. 기존 굵기에서 파생하여 좀 더 두꺼운 서체를 추가해, Light, Medium, Bold 총 3가지가 되었답니다. 그 이후로도 1999년 리디자인과 2002년 이탤릭 서체(Italic Font) 개발로 패밀리 확장 및 변화를 모색하며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사랑 받는 디자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용 서체는 어떤 과정으로 개발될까?


언더그라운드 폰트와 같은 해외 전용서체도 국내 전용서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이 될까요? 전용서체는 조직 안팎에서 조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유니크하고 일관된 역할을 합니다. 개발 방식으로 나누면 기성 서체를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기도 하는데요. 국내 전용서체는 신규 개발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의 경우 기성 서체를 리디자인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개발 과정은 해외에서도 폰트 회사에 따라 프로세스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도 서체를 개발하는 과정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외국에서 전용서체가 개발되는 방식을 네덜란드의 폰트 회사 Typotheque와 미국의 폰트 회사 T26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까요?




/// Customized font design


<Dwell 매거진의 전용서체 / 출처 : Typotheque>


Dwell이라는 미국 건축 전문잡지의 완성도 높은 리디자인을 위해, 어메리칸 매거진은 작은 사이즈의 포토캡션을 위해, Greta Text 서체를 고객에게 맞춰 고정폭 버전으로 개발하여 적용하였고, 모던한 디자인을 부각시켰습니다.


/// Type Family 확장


<스페인 신문사 El Correo의 Brioni 서체 / 출처 : Typotheque>


스페인의 신문사인 ‘El Correo’는 2009년 리뉴얼을 위해 Brioni 서체의 얇은 굵기를 새로 개발했습니다. 5가지 시안 테스트를 통해 Extra Light 굵기를 개발하여 메인 텍스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언어 스펙 확장


<산스크리트어까지 확장한 폰트 /출처 : Typotheque>


프랑스 국립 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은 진보적인 타이포그래픽 특징과 확장성 때문에 Fedra Typeface 패밀리 서체를 선택했습니다. 특별 에디션을 위해 모든 Fedra 폰트를 산스크리트어까지 지원되도록 확장하였습니다.


/// 폰트 수정


<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된 Fedra Sans 폰트 / 출처 : Typotheque>


체코(Czech) 철도청의 새로운 비쥬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고객에게 맞춰진 Fedra Sans 폰트를 고객에게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여 개발하였습니다. 이 폰트는 기차와 기차역의 시스템에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왼쪽) Jasper 폰트, (가운데) Lynchburg script 폰트, (오른쪽) MotLow 폰트 / 출처 : T26>


T26(http://www.t26.com)에서는 잭 다니엘 디스틸러리(Jack Daniel Distillery)의 의뢰로 Arnold라는 에이전시를 통해 JACK DANIELS 서체를 개발하였습니다. 모두 알고 있는 Black Label의 3가지 문자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전용서체를 개발한 사례로, 위쪽이나 가운데 부분에 사용되는 타입은 Jack Daniel의 유명한 로고타입을 기반으로 하여 재스퍼 폰트(Jasper font, Jack Daniel’s의 초기 이름을 따서)로 개발되었고, 주목도 있는 부분은 Tennessee 문자를 기반으로 한 Lynchburg script 서체로, 라운드를 따라 쓰여진 부분은 회사를 승계한 Jack Daniel의 조카 렘 모틀로우(Lem Motlow)를 위해 이름 지어진 단단하고 스탠다드한 느낌의 Motlow 서체입니다.


위 개발 사례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영문 디자인이 기업의 이미지와 만나 특별하고 새로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용용도에 따라 기성서체가 수정 적용되든, 새로운 디자인이 개발되든 기업만의 느낌을 살린다는 점에서 국내 전용서체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의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 또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시/기업의 전용서체를 개발해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도시 또는 기업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도시와 기업에서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린 전용 서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윤디자인연구소에서는 전용 서체 개발을 원하는 이들과 함께 작업해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전용 서체를 만들고 있어요. (윤디자인연구소가 만든 전용 서체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서체의 다양한 개발은 물론, 폰트만 봐도 ‘아! 이 회사!, 이 도시!’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덴티티가 잘 녹아든 도시/기업의 전용 서체가 더 다양하게 개발 되어 많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