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4.

‘표정에세이’, 사물의 희로애락을 사진에 담다


사물, 에세이, 윤디자인, 사물사진, 희로애락, 윤디자인, 윤디자인연구소, 정근오, 표정, 표정에세이, 사진,



모든 생물 그리고 사물에는 감정과 표정이 있다는 것, 알고 있나요?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의 추상적 주제를 얼굴 위 표정으로 그려내는데 탁월한 인간의 능력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능력입니다. 명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연기가 허구의 감정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의 감정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죠. 반면에 발연기는 극의 상황에 몰입하고자 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짜증과 악플을 유도하죠. 이런 인간의 다양한 표정만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물과 조형물들도 표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사물의 표정


사물, 에세이, 윤디자인, 사물사진, 희로애락, 윤디자인, 윤디자인연구소, 정근오, 표정, 표정에세이, 사진,

[위] 키다리 아저씨 / [아래] 물 품 곰



물론 의도치 않은 우연성에 기여해 사람의 얼굴을 닮게끔 보여지는 것이겠지만, 단순한 눈 코 입의 형태에 따른 얼굴이라고 보기엔 제각각 표정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물들의 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감정을 전달하고 그 감정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가 희극일지 비극일지 아니면, 멜로일지 호러일지 그건 지극히 주관적이겠죠.




의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

 

사물, 에세이, 윤디자인, 사물사진, 희로애락, 윤디자인, 윤디자인연구소, 정근오, 표정, 표정에세이, 사진,

[위] 빈센트 반 고흐 / [아래] 트렌스포머



여기 소개된 사진들은 제가 2007년도에 필름카메라로 찍은 인화물들을 스캔한 사진들입니다. 나름대로 어울리는 이름도 붙여봤습니다. 사실 표정에세이는 창조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수 없이 옆을 지나치고 시선을 스쳐왔던 것들이기에 의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죠. 누군가 찾아내고 카메라에 담지 않으면 죽은 표정과 감정일 뿐입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 저마다의 표정과 감정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걸로 치자면 어쩌면 우리들보다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죠


 

사물, 에세이, 윤디자인, 사물사진, 희로애락, 윤디자인, 윤디자인연구소, 정근오, 표정, 표정에세이, 사진,

[위] 꼴초 / [아래] 이별한 뇨자



타이틀에서 언급된 ‘표정에세이’라는 표현은 2000년도 육공일비상에서 발간한 <표정에세이>라는 책에서 따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사물들이지만 차갑기만 하던 전봇대가 어쩌면 더 인간적이고 정감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익살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도로 위 무법자로만 보이던 오토바이가 안쓰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표정으로 전하는 감정과 에세이(이야기)들이 현시대 철저히 감정과 표정을 숨기고 계산된 표정과 손짓과 언어를 강요 받고 교육 받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