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

5천원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 <빅이슈코리아>




지금 만약 당신의 주머니에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이 5,000원으로 무엇인가를 한다고 하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렴한 밥 한끼? 아니면 커피 한잔? 


5,000원은 우리 주머니에서 너무나도 쉽사리 빠져나가 버리는 돈인데요, 이런 5,000원을 보다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자신의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소비’로 이왕 쓰는 돈이라면 나만 즐겁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함께 좋아지기 위하여 쓰는 것이 돈을 보다 더 가치 있게 쓰는 방법 중에 하나에요. 그래서 오늘은 당신에게 가치 있게 돈을 쓸 수 있는 <빅이슈코리아>(이하 빅이슈) 잡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빅이슈코리아>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로, 사회구조로 인한 빈곤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홈리스(Homeless,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자활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폴 매카트니,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이비드 베컴, 조앤 K. 롤링 등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며 현재 10개국에서 14종이 발행되고 있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의 활동 사진 / 출처: http://www.st1004.net/



현재 우리나라에도 ‘빅이슈코리아’라는 이름의 잡지가 격주로 발행(매월 1, 15일 발행)하고 있어요. 빅이슈코리아는 영국의 빅이슈와는 독립적인 회사로서, 17년 동안 홈리스 자활을 지원해온 비영리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에요.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창간했답니다. 



사회적 기업 빅이슈코리아 / 출처: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자선’의 개념이 아닌, ‘자활’의 개념으로


빅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약자인 홈리스의 자립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홈리스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실패로 인해 가족을 떠나 홀로 정해진 주거 장소 없이 길거리 혹은 지하철 역사 등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이들은 이러한 고독한 절망 속에서 헤어나오고 싶어도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혹은 일어섰다가도 용기나 의지가 강하지 않아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요.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홈리스를 실패자 혹은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기도 하지요. 이렇게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홈리스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점점 소외 당하게 됩니다. 더 슬픈 사실은, ‘가진 자들은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자들은 더 없게 되는’ 이 자본주의의 사회 속에서 이들이 끊기 힘든 경제적 빈곤이 도덕적 해이 때문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을 바로잡기 위하여, 빅이슈는 홈리스의 실패를 그들 개인의 ‘본질’이 아닌, 그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으로 간주하고, 이런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풀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대상을 극단적으로 의식주의 불안정함을 겪고 있는 홈리스로 택하였고, 이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삶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삼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내용 참고: 빅이슈 판매국 이야기)



The Big Issue - A Hand Up, Not a Hand Out / 출처: The Big Issue 유투브



빅이슈는 홈리스를 일방적인 ‘자선’의 개념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자활’의 개념으로 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택했지요. 그래서 홈리스를 빅이슈 잡지의 판매원으로 고용하여 잡지를 판매한 수익의 반을 본인이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판매가 중 절반은 빅이슈판매원(이하 빅판)의 직접수입이 되고, 나머지 반은 이들의 자립을 위한 주거, 의료, 신용, 법률, 구직 등의 서비스로 지원한다고 해요. 잡지 외에 별다른 수익이 있지 않은 이상 잡지 판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빅이슈와 빅판 모두 자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작년 상반기에 3,000원이었던 잡지 가격이 5,000원으로 올랐습니다. 가격이 인상된 만큼 잡지 내용의 질과 양도 함께 좋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가격 인상을 접했을 때, 구매자로서 약간의 부담감이 들어서 구매회수가 줄어들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읽다 보니 그전에 비해 디자인적으로도 많이 좋아졌고, 기사 내용도 점점 흥미 있는 코너가 많이 생기면서 5,000원이라는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게 되었답니다.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빅이슈코리아’

 

그 동안의 빅이슈코리아 잡지 표지: 

빅이슈 최초 완판을 기록한 아이유를 담은 표지는 개편 전의 디자인이고, 

클라라와 무한도전를 담은 표지들은 현재 개편되어 깔끔해진 모습.

/ 출처: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이제 어느 정도 빅이슈에 대해 설명을 했으니 이제 빅이슈 잡지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빅이슈는 재능기부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잡지를 읽다 보면 ‘사진: OOO(재능기부)’ 혹은 ‘글: OOO(재능기부)’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어요. 빅이슈의 사이트(바로가기)에 가면 재능기부 메뉴가 따로 있답니다. 이것이 빅이슈만의 매력이랍니다. 재능기부는 ‘잡지 컨텐츠 관련’, ‘잡지 외 재능기부’로 받고 있으며, 아래와 같이 많은 분야를 통해 참여할 수 있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이런 재능을 가졌다! 싶으면 바로 지원해 주세요. :) 본인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바로 기부해주세요. / 출처: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빅이슈의 기사 꼭지는 대략 30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콘텐츠는 보통 재능기부로 채워지지만(매회 20여명의 재능기부자들이 기고함), 빅이슈 내에도 편집국이 따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편집장을 포함한 5명의 기자가 있음) 이들 자체적으로 기사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잡지 페이지 수가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의 (그것도) 격주간지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늘 기사거리를 찾느라 엄청 바쁘다고 하네요. (내용 참고: 빅이슈 편집국 이야기)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활을 위한 잡지이지만, 홈리스를 위한 내용의 잡지는 아니에요. 콘텐츠는 보통의 2~30대 여성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콘텐츠 면에서는 일반 잡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고정된 꼭지를 살펴보면 여행, 음식, 패션, 영화, 책 신간 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답니다. 이에 대해 빅이슈만의 색을 갖기 위해서는 홈리스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지 않겠냐는 애정 어린 충고가 있기도 합니다. 저 또한 빅이슈를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꼭지들이 주로 빅판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빅이슈는 홈리스를 위한 잡지를 넘어서서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Social Entertainment Magazine)’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어요. 빅이슈만의 소셜 엔터테인먼트를 알리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기사 꼭지 구성이 일반 잡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여도, 기사를 쓰는 기자 혹은 필진들의 글 색이 다르다면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잡지가 많이 팔리는 것만을 목표로 선정적인 사진을 쓰고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으로 일시적인 수익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해요. 지금처럼 잔잔하게, 뾰족하게 혹은 유쾌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나는 여기에 서있습니다.” 


빅이슈는 빅판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홈리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답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홈리스 축구단을 만들어 매년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참여하는 것과 홈리스의 꿈을 이루기 위한 홈리스 발레단, 옷을 기부 받아 판매하는 더빅드림, 봄날을 기다리며 기쁨으로 연주하는 봄날밴드, 민들레예술문학상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뿐만 아니라 잡지 내에서도 ‘우리동네 빅판’을 비롯해 최근 3월부터 시작한 ‘빅판가변의 법칙’ 등으로 홈리스이자 빅판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마음 따뜻한 울림을 느끼기도 하고, 이들을 바라보았던 편향된 시선이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한답니다.

 


79호 잡지에 실린 <빅판가변의 법칙> 제 1호 최정복 빅판님 / 출처: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온라인 편집숍인 ‘KNOCKING ON(구 크래커)’과 빅이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빅판가변의 법칙’은 79호부터 시작하여 현재 86호(6월 15일자 발행)까지 총 6명의 빅판을 변신시켜 주었습니다. 재능기부의 뜻을 밝힌 디렉터,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상 기획자, 패션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하여, 변신에 필요한 모든 것을 무상으로 지원했는데요, 홈리스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자립심을 세워주는 프로젝트입니다. (내용 참고: 빅판가변의 법칙 기사)

 

한동안 유행했던 ‘메이크오버’를 홈리스에게 적용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빅판가변의 법칙’은 그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하여 외모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홈리스로서 겪게 되는 자존감과 자신감의 부재, 그리고 모든 관계의 단절로부터 오는 고독감, 정체성 혼란 등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프로젝트라 생각해요. 홈리스인 빅판은 환경 상 외모에 전혀 신경 쓸 수 없기에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요, 6명 모두가 놀라운 변신을 했고, 화보 촬영에는 마치 배우처럼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답니다. 벌써 다음 변신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기대되네요.



‘빅판가변의 법칙’으로 당당하게 변화된 최정복 빅판님의 모습 / 출처: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



지금까지 변신한 빅판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제일 처음 변신한 최정복 빅판이 아닐까 싶어요. 최정복 빅판은 어찌보면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것이 더 큰 감동을 주었어요. 변화된 모습이 정말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처럼 보였거든요. 맞습니다! 홈리스는 원래부터 홈리스였던 게 아니라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현재 홈리스가 된 것뿐이지요. 현재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홈리스로 살아가지만,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이 ‘빅판가변(可變)의 법칙’인 것이지요. 


빅판이 변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젝트, 참 착하지요? 외모의 변화로 심경도 변화된 최정복 빅판의 판매 현장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홈리스로서 최소한으로라도 살아가기 위해 그냥 ‘여기에 서있었다면’, 변화되어 당당한 모습으로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느낌이 팍팍 느껴집니다. (정말 응원합니다! 빅판님!)




당신의 오천원, 가치 있게 써보세요


여러분 바로 가까이에서도 빅이슈를 통해 착한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 대전의 도처에서 빅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판매는 각 지하철 역의 출구 앞에서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됩니다. 


윤디자인이 있는 서교동에도 빅판이 4분이나 계십니다! 어디에 계실까요? 합정역 2번 출구, 홍대입구역 2번, 9번 출구, 홍대정문 앞. 이렇게 네 군데에서 계시네요. 마음이 착한 홍대 피플이라면, 이 네 곳 중 한 곳이라도 꼭 한번 들려서 빅이슈를 사보길 바랄께요. ;-) (다른 동네 판매처는 http://www.bigissue.kr/160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거의 매일같이 퇴근길에 합정역 2번 출구 앞에서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라며 수줍게 계속 인사하시는 빅판님을 뵙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를 바로 그곳에서 줄 서서 타는지라 빅판님이 일하시는 것을 엿볼 수가 있는데, 그냥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나쳐가는 사람들에게도 매번 인사를 하십니다. (T_T)b


어제도 늦은 퇴근길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때까지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한 권 사려고 말을 걸었더니, 조금은 피곤한 얼굴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며 오늘 다 팔려서 갖고 있는 게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원래 10시쯤 마무리하고 들어가시는데 어제는 사람이 많아서 늦게까지 판매하셨다고 하네요. 





잡지를 구매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수척해지신 합정역 2번출구 빅판님(아, 그러고보니 성함도 여쭙지 못했네요.;;;)의 사진만 담아왔습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라는 문구가 꼭 보여야 한다며 우산을 들고 찍어주셨어요. 알고보면 이 빅판님, 봄날밴드의 기타리스트시랍니다. ㅎㅎ 합정역 2번출구를 지나갈 때 잡지를 사지 않더라도 반갑게 인사하시면 빅판님도 힘이 나실 거예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