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3.

男男커플의 케미스트리, 이렇게 잘 어울려도 되는 건가요?


 


chem•is•try [|kemɪstri]

명사 1. 화학

        2. (특정 물질의) 화학적 성질

        3.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 (보통 성적으로 강하게 끌리는 것을 가리킴)



요즘 ‘케미 돋는다’는 말, 자주 쓰죠? 케미라는 단어는 케미스트리라는 영단어의 줄임말로, 사전에서 풀어놓은 3번째 뜻과 비슷하게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보통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케미를 찬양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남자와 남자, 남남커플의 경우를 찬양해볼까 해요. 같은 성별에 사랑이라는 매개체가 없어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남남커플이 꽤 많잖아요. 보통은 여자들이 이런 남남커플들을 전폭 지지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본인이네요. 하하하.. 사심을 200% 장전하고, 사진을 찾아보는 두 눈과 그 흐뭇함을 글자로 옮기는 손 끝 모두 하트가 팡팡 튀는 듯한 느낌으로 케미 터지는 남남커플 3쌍을 소개해드릴게요. 



마녀들 가슴에 그린라이트 반짝, 성시경&허지웅


지난 여름쯤부터 급 주목 받기 시작한 토크쇼가 하나 있죠. Jtbc의 <마녀사냥>인데요. 은밀하지만 화끈하게 남녀 사이 애정만사를 거침없이 다루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애정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저 역시 얼마 전 마녀사냥을 접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일주일 만에 30회에 달하는 분량을 정주행했답니다. 매회마다 서로 아옹다옹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며 거침없는 입담으로 여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커플이 있었으니, 성발라 성시경과 마녀사냥 공식 무성욕자(;) 허지웅입니다. 말 잘 하는 발라드 가수와 글 잘 쓰는 영화평론가가 본인들의 최대 관심사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말빨이 얼마나 화려할지는 굳이 설명 없이도 아시겠죠?



출처Jtbc 마녀사냥 공식 홈페이지(바로 가기

 

올해 35살 동갑내기인 이 두 남자는 늘 주거니 받거니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죠. 성시경은 발라드 가수의 지조를 지키고 싶어하지만, 특유의 직설화법을 숨기지 못하고 터진 봇물처럼 연애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어요. ‘더 이상 풀어낼 이야기가 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쯤 허지웅이 치고 들어오는데,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자유분방한 이야기로 성시경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해요. 이 둘의 묘한 케미는 마녀사냥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역할을 하는데요. 생각보다 보수적인 성시경과 생각보다 개방적인 허지웅은 서로의 생각을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하고, 의견이 조율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들 특유의 쿨함으로 그 논란을 끝내곤 해요. 시청자의 사연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마녀사냥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먹고 자라는데, MC들이 얼마나 솔직하냐에 따라 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가 결정될 거예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도 서로가 옳다고 우기지 않는 점이 정답 없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MC들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공감이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이끄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늘 투닥거리지만 중고등학생들처럼 여자들 이야기에 야릇한 상상을 더해 낄낄 웃으며 행복해하는 이 커플의 케미를 보고 있자면 어찌나 귀여운지요. 신동엽이 프로그램 말미에 늘 얘기하는 것처럼 별일 없으면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쭈욱~ 계속 보고 싶은 남남커플입니다. 



우리의 케미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이선균&이성민


함께 출연한 모든 여자 주인공과 끝내주는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는 남자 배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여배우 이연희와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이선균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상대 여배우의 연기를 잘 받쳐주기는 물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말 그대로 그 어떤 여주인공과도 ‘케미 돋는’ 배우 중 하나죠. 능청스럽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바탕으로 상대 여배우를 매력적이게 만드는데요. 그는 여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만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연기자는 아니에요. 



출처: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바로 가기)

 

 


이선균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물론, 그 전작인 <골든타임>과 <파스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늘 함께했던 배우 이성민과도 굉장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답니다. 이성민이 버럭 쉐프 이선균과 늘 아웅다웅 다투던 찌질한 월급사장 역을 맡았던 <파스타> 때부터 슬슬 둘의 케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기 시작했는데요. 그가 위중한 응급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중외상외과의사로 분한 <골든타임>에서는 철없는 의사 후배를 개과천선(?)시킨 존경 받는 선배로 이선균과 또 다른 케미를 터트렸죠. 이 드라마에서는 이선균이 이성민의 덕을 봤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오히려 이선균의 상대 여배우인 황정음과의 케미보다 더 멋진 케미를 선보이며 남남커플의 멋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물론 이성민과 그 상대역인 송선미와의 케미도 무시 못합니다.) 


실제로 이성민이 연극무대에서 활약했을 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두 사람은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로, 이성민에게 자주 전화를 하는 이선균의 모습을 보고 이성민의 아내가 질투를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현재 같은 소속사에서 멋진 연기활동을 펼치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어느 남녀커플을 뛰어넘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함께한 작품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어요. 



초딩 입맛 소유자와 왠지 진짜 초딩 같은 박준우&광희


지금까지 소개한 케미 폭발하는 남남커플 중 가장 쌩뚱 맞은 조합이 아닐까 싶은 커플이 있어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 준우승자인 푸드 칼럼니스트 박준우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광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 둘이 어떻게 만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으신가요?



출처: 올리브TV <마트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공식 홈페이지(바로 가기



한 케이블채널의 요리가이드 프로그램 <마트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 마트당>이 이 두 사람을 연결해준 계기가 되었어요. 해당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 남남커플의 케미스트리는 참 쌩뚱 맞으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려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빠져들게 만들었죠. 광희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입한 제품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어 먹는 것을 즐겨 ‘가공식품 아이돌’로 정평이 나있다고 해요. 그와 함께하는 박준우는 재미있는 말솜씨와 확고한 요리 철학을 갖춰 광희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가공식품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자칫 너무 가볍게 흘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여주었죠. 


사실 박준우씨는 매운 음식을 아예 먹지 못하는 대표 초딩 입맛(?!)의 소유자이고, 마트나 편의점의 가공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그에 반해 광희는 가공식품을 좋아하는 입맛은 물론 말투 자체가 왠지 진짜 초딩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데, 프로그램 속 이 둘의 활약이 꽤나 재미있단 말입니다. 소개된 가공식품들을 맛보면서 생각보다 맛있다며 놀라는 박준우를 놀리는 광희, 거기에 지지 않고 끊임없이 투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층 더해 꽤 많은 애청자를 확보했답니다. <마트당>에서의 케미를 인정받아 같은 케이블채널의 메인급 프로그램 MC로 함께 낙점되기도 했는데요.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재치 넘치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기대해보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남녀커플의 케미스트리보다 남남커플의 케미스트리를 격하게 찬양하는 무리(?)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하트가 남발되는 연애모드 외의 다른 모든 면들을 가득 채워주고, 이야기나 작품들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남남커플의 케미 터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