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5.

‘애니팡’, ‘다함께 차차차’ 카카오톡 게임에 쓰인 서체는 무엇일까요?


때는 바야흐로 뜨거운 태양빛이 강렬했던 2012년 여름의 어느 오후,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습니다. 스팸 문자가 왔겠거니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카카오톡 메시지였더라고요. ‘누구지?’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 제 눈에 들어온 정체 모를 단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단어의 이름은 바로… 애.니.팡.



친한 친구의 이름과 함께 있던 낯선 단어, 그리고 사랑이 전혀 담긴 것 같지 않았던(?) 하트가 담긴 메시지였는데요. 이 메시지를 처음 접했던 그 때 이후부터 출퇴근길 지하철 속 사람들의 풍경이 크게 달라졌던 것 같네요. 하나같이 작은 스마트폰 액정만 바라보던 사람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손가락놀림,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동물 얼굴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이란!


그때로부터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카카오톡 게임은 거듭된 진화로 150개 이상의 다양한 게임을 보유하며, 새로운 모바일 게임의 판도를 개척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우리가 매일 한번쯤은 심심풀이용으로 실행하게 되는 이 카카오톡 게임들에 쓰인 서체들은 과연 무엇일까요? 글씨를 디자인하는 폰트 디자이너가 일상에서 쓰인 폰트들을 그냥 보고 지나칠 리 없겠죠?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카카오톡 게임 속에 쓰인 서체들, 하나하나 알려드릴게요~!


이융~ 이융~ 게임오버! ‘애니팡’ 속 서체는?


출시되자마자 인기 어플 순위 1위 등극, 그 이후 몇 달간 왕좌를 굳건히 지키던 카카오톡 게임의 전설 ‘애니팡’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애니팡은 선데이토즈에서 만든 모바일 게임으로 카카오톡 사용자끼리 점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요. 국내 사용자만으로 2천만 다운로드 수를 넘긴 게임은 애니팡이 처음이었다고 해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를 감안하면, 스마트폰 이용자 세 명 중 두 명이 다운받았다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그럼 지금 바로 게임을 실행해볼게요~



귀엽게 생긴 토끼가 나와서 파일이 로딩하고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이때 ‘파일 로딩중 입니다’ 라고 쓰인 서체는 바로 ‘나눔고딕’이랍니다. 네이버에서 무료로 배포되어 있는 서체이고, 동글동글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에 호감도가 높답니다. 인쇄매체나 웹,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는 서체입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먼저 말씀 드리자면, 저는 게임에 재능이 없습니다. 잘하는 게임이라곤 윷놀이가 전부에요. 점수가 낮다고 무시하거나 웃으시면 저 상처받습니다. ^^;



저… 진짜 못하죠? ㅋㅋㅋ ‘LAST PANG’과 75,453 등 숫자에 쓰인 글씨는 ‘Vagron’이라는 서체인데요. 문구회사 ‘mmmg’에서 쓰고 있는 서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는 폰트랍니다. 동글동글해서 귀여운 동물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고, 다정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애니팡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하늘을 나는 용, 드래곤플라이트 속 서체는?


‘드래곤플라이트’는 조금은 귀엽게 생긴 용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임으로 ‘애니팡’ 이후 크게 히트 친 게임이에요. 서정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세련된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죠. 원래는 아이폰용으로 제작 되었으나, 카카오톡 게임으로 리메이크 한 후 500만 건의 다운로드 수와 하루 매출 5억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세운 게임이랍니다.


게다가 이 게임을 한 사람이 다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1인 개발자로 활동해 오던 김민규 대표가 카카오톡 게임 출시에 맞춰 법인을 설립한 것이랍니다. 하루 매출 5억이라니… 대표님, 저를 친구로 받아주세요! 굽신굽신~



게임보다는 글씨가 많이 나타나는 페이지로 보여드릴게요. (저는 게임을 잘 못하니까요. ^^;) 이 글씨를 처음 보았을 때 직지소프트의 sm서체가 아닐까 고민했었는데요. ‘ㅇ’꼴이 비교적 크고, 종성 ‘ㅆ’과 초성과 중성이 만나는 부분으로 짐작해보았을 때, 이것은 sm서체가 아니고 판단! 서체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 서체는 ‘바른돋움’이라는 것을 알아냈죠. (유레카!!)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테지만, 이 서체는 대한인쇄문화협회에서 만든 서체로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폰트랍니다. (대한인쇄문화협회(바로가기) 사이트에서 받아보실 수 있답니다.)


여기서 잠깐~ 이 뛰어난 무료서체를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작업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름돋움체는 바른돋움 1(가는), 2(중간), 3(굵은) 등 굵기에 따라 모두 준비되어있으니 다운받아서 많이 많이 사용하세요. ^^


촤아~ 촤촤~! 다함께 차차차 속 서체는?


‘다함께 차차차’는 CJ E&M에서 만든 게임으로, 메이저 게임회사 출신의 게임이라서 그런지 TV나 지하철 개찰구 등의 광고를 이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준현, 박성호 등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을 게임캐릭터로 직접 등장시켜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면서 흥미를 유발 시킵니다. 그럼 다함께 차차차에 들어가는 서체를 알아볼까요?



아마 서울에 살고 계시다면 한번쯤은 봤을 익숙한 서체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서울서체’입니다. 서울서체는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 2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위에 쓰인 서체는 고딕형태의 ‘서울남산체’입니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이 확보되어 시인성이 좋고, ‘ㅊ’ 과 ‘ㅎ’ 꼴에 한국적인 곡성을 사용하여 글자의 아이텐티티를 높여준 서체이지요. 서울서체이지만 꼭 서울에서만 사용하지 않아요. 방송용 자막이나 간판, 화장품 DM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인기 있는 서체랍니다.


이 서체 역시 ‘윤디자인연구소’에서 만들었다는 놀라운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제작한 서체는 생각보다 많은 여러분의 일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 게임 속에 쓰인 다양한 서체들을 알아봤는데요. 그동안 게임을 즐기시면서 ‘이 폰트는 무슨 폰트지?’하는 궁금증이 생겼던 분들께 깨알 같은 정보가 되었기를 바라요.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작업한 서체들까지 설명해드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화자찬~) 게임 오래 하시는 분들! 게임 순위를 높이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눈 건강을 위해 중간중간 먼 산 한번씩 바라보시면서 눈을 쉬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