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4.

‘부활’ 노랫말의 생김생김! 캘리그라피콘서트 <Never Ending Story>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록그룹 ‘부활’. 이들의 주옥같은 노랫말이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재해석된답니다. 오민준글씨문화연구실이 주최하여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캘리그라피 콘서트’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전시는 부활의 대표곡인 <Never Ending Story: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타이틀로 오민준, 이상현, 윤경희, 이광택 등 17명의 캘리그라피 작가가 참여한다고 해요. 이들은 부활의 노랫말을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캘리그라피, 비주얼 디자인, 영상, 새김글씨 등 다양한 장르와 작품으로 표현해냈다고 하네요.




왜 부활의 노랫말인가요?


1986년 데뷔한 부활은 1집부터 대 히트를 거두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멤버들의 갈등과 탈퇴, 리더 김태원의 구속과 암 투병 등으로 그룹의 존폐위기까지 몰리게 돼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그 이면에는 숱한 고통과 좌절이 있었지만, ‘음악’이라는 하나의 꿈을 꾸고 있었기에 28년간 한길만을 고수하며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 냈던 부활이지요. <Never Ending Story>, <사랑할수록>, <희야> 등 수많은 히트곡과 김종서, 이승철, 박완규 등 전설 같은 보컬을 배출하기도 했답니다.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을 기반으로 한 그들만의 끝나지 않을 이야기. 이번 전시는 한때 마음에 새겼던 노랫말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그때의 추억들을 다시 떠올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부활 공식 사이트(www.bornagainent.co.kr/)


애절함이 그대로 담긴 글씨로, 다시


작품 몇몇을 살펴보면, 우선 김향림의 <날 좀 바라봐>. 한때 소녀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던 외침, 바로 <희야>의 노랫말을 쓴 작품입니다. 순간의 애절함을 한자씩, 한자씩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 재미있어요. 다음 윤경희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쓴 작품인데요, 작가는 '사랑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고 인색하던 시절, 절규하듯 쏟아지는 '사랑해'라는 가사가 아주 격한 표현으로 다가와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홀로 되뇌다가, 쏟아내다가 절규하고, 되뇌고 또다시 절규하는 느낌을 각각의 글씨마다 다른 느낌으로 담았습니다. 


김향림 - 날 좀 바라봐


윤경희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다음은 오민준의 <난다인생>, <나비>의 노랫말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지요. '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나비가 되어 어느 곳이든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우리네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이광택의 <김재기… 그의 노래>는 고 김재기가 부른 <소나기>를 주제로 쓴 작품입니다. 빗길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그의 노래, 가사에서처럼 시작하는 듯 끝나버린, 그리고 짧지만 강렬하게 남겨진 그를 선으로 녹여냈지요. 이상현의 <추억이면(追憶異面)>은 부활의 10집 음반이자 20주년 기념음반인 <서정>에 수록된 <추억이면>을 한자로 쓴 작품이에요. '추억이라면'과 '추억의 다른 면'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포함된 제목으로 이번 전시와 작품들 또한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민준 - 난다인생


이광택 - 김재기.. 그의노래


이상현 - 추억이면(追憶異面)


김재현의 <부활, 그들의 역사>는 부활의 전곡 제목을 쓴 작품이에요. 오랜 시간 화석처럼 귀하게 굳어진 그들의 노래, 그들의 역사처럼 휘청거리는 듯 강인한 필력이 매력적이네요. 이우진의 <지금이 일어나야>는 곡명 <a side effect(부작용)>라는 의미와 달리 그동안의 쉼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함이라는 긍정의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처럼 작가 스스로 타이르듯이 지금 일어나야 함을 글자 모두에 담았다고 합니다. 최석영의 <청춘>은 전시의 타이틀인 <네버엔딩 스토리>를 모티브로 쓴 작품인데요, 작가는 청춘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생각했대요. 폭발할 것 같은 청춘이지만 지나보니 가장 기억 남는 시간인 것. 애틋한 모습까지도 퍼져 사라지는 먹선과 화려한 한지에 청춘을 담았다고 합니다.


김재현 - 부활, 그들의 역사 / 이우진 - 지금이 일어나 / 최석영 - 청춘


캘리그라피콘서트 <Never Ending Story>

  기간: 2013년 11월 1일(금)~11월 15일(금)

  장소: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찾아가는 길)

  초대: 2013년 11월 2일(토) 오후 5시

  주최/주관: 오민준글씨문화연구실

  후원: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그래피서울, 캘리그라피그룹 ‘어울림’

  관람 요금: 무료


지난 가을 <김광석 다시 쓰기> 전을 시작으로 두 번째를 맞는 캘리그라피 콘서트. 사랑과 이별, 슬픔과 외로움으로 범벅된 노랫말이 각 사람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네요. 8090세대, 소싯적 ‘희야’ 한번 외쳐보지 않은 사람 어디 있나요? 그 애절함이 그대로 담긴 캘리그라피가 마음을, 발길을 붙잡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