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0.

초레이~하 그의 취미는 캘리그래피

초레이~하 그의 취미는 캘리그래피


지쳐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건강 충전 프로젝트! "운동은 밥이다."를 외치며 생활 스포츠로 신 나는 한판 대결을 통해 웃음으로 화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 무명 배우에서 단숨에 ‘초레이 하’로 거듭난 배우 조달환은 탁구 하나로 서커스를 보는듯한 묘기와 프로선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되었지요. 


또한, 조달환은 지난 8월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난독증이 있다고 고백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난독증이란, 소아 혹은 성인이 듣고 말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지만,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로서, 학습 장애의 일종이라고 하네요. 조달환은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요, 해투 야간매점에 멋진 캘리그래피 작품을 선물하기도 했지요.  


조달환의 캘리그래피 <출처: KBS2 해피투게더>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캘리그래피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0위 안에 올라와 있기도 했어요. 이러한 캘리그래피는 과연 무엇일지 아직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쉽고 간결하게 준비해 봤답니다. 지금부터 함께 보실래요? 


감성 사회 그리고 캘리그래피 


덴마크의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소장인 롤프 엔센이 저술한 <드림 소사이어티(the dream society)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이 책의 서두는 '정보화 사회 다음은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라는 화두로 시작하고 있는데요, 



코펜하겐은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크게 '수렵<농경<산업<정보' 사회로 발전해 왔으며, 현재는 정보 사회 그다음은 드림 소사이어티 사회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즉 소통하는 감성 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감성 사회는 몇십 년 후에 도래하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도래해 있고 지금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과거의 규격화된 공장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량생산된 물질적 상품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낭만주의가 풍기고 멋진 이야기가 담긴 감성적인 상품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출처:http://www.monami.co.kr>                           <출처:http://www.bookfriends.kr>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볼펜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위 좌측 그림은 우리의 국민 볼펜이라 불리는 모나미 볼펜인데요, 다들 한번쯤은 사용해보셨을 거로 생각해요.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별다른 감정을 못 느끼셨을 거예요. 반면, 우측은 새싹 볼펜인데요, 새싹이라는 자연에서 오는 순수함의 이야기를 볼펜에 담고 있어요. 이 볼펜을 사용하면서 '예쁘다, 귀엽다' 등 여러 감성적인 느낌을 받으셨을 텐데요, 이렇듯 상품 자체가 아니라 상품에 멋진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하여 팔아야 하는 감성 사회에 사는 우리. 이렇듯 상품은 사용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우리는 오늘도 멋진 이야기를 사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겠지요. 


사회 집단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문자! 이러한 문자에 멋진 이야기와 감성이 덧입혀진다면 어떨까요? 낭만적이지 않을까요? 문자에서 조금 더 진화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것이 바로 캘리그래피입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면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라는 뜻이지만, 조형상으로는 의미 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 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뜻하고 있어요. 서예(書藝)가, 영어로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 번역되기도 하는데, 원래 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해요. 이 중에서 캘리그래피의 Calli는 미(美)를 뜻하며, Graphy는 화풍, 서풍, 서법, 기록법의 의미가 있지요.  


즉, 개성적인 표현과 우연성이 중시되는 캘리그래피는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멋진 이야기를 담은 아름답고 개성 있는 아날로그적인 글자체이죠.


<출처: KBS2 우리동네 예체능>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의 구호인 "운동은 밥이다."라는 문장에서 보듯이 캘리그래피는 일반 문자와 다르게 문자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의 감성과 소통하고 있어요. 소통의 시대 캘리그래피는 문화적인 콘텐츠로서 우회적이면서도 세련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며, 현대 커뮤니케이션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캘리그래피는 감성 표현이 가능한 서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자 경쟁력인데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꼴이라는 점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예술로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감성이 부족해진 현대인들에게 싱그러운 여행 같은 시간을 줄 수 있어요. 또한 필(feel)이 올 때 그 순간의 느낌으로 쓰는 自由奔放[자유분방]함이 있고, 도구의 제한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붓 외에 빨대, 나뭇가지, 신문지 등등의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쓰기도 해요.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예쁜 글씨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으며, 제품 디자인과 드라마 제목, 책 표지, 간판, 광고 등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어요.


오른쪽부터 영화, 브랜드 로고, 광고, 제품, 도서에 쓰이고 있는 캘리그라피


윤디자인의 대표적인 캘리그래피 '봄날'



'봄날'은 2007년도에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폰트예요. 캘리그래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병인 작가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기존 서체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과 형식으로 봄날의 활력과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필력이 살아있는 서체이지요. 봄날은 크게 두 가지의 기획 의도를 가지고 제작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는 손글씨 폰트이면서 최대한 디지털의 느낌을 감추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서체를 개발하려 한 것. 또 하나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전문 캘리그래퍼의 손글씨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제작되었지요. 


봄날 원도 <출처: 온한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손으로 쓴 자연스러운 흘림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원도의 틀 안에서 벋어나지 않았으며, 자소들의 다양한 형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며 디자인하였지요.  


책표지에 쓰인 '봄날' <출처: 교보문고>


봄날체의 큰 특징으로는 획과 자소 모양 등의 변화가 다양하고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 차이를 통해 속도감과 힘 있는 필력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탈 네모의 구조로 글자의 형태별 높이차에 따른 리듬감 있는 자연스러운 글줄을 가지며, 국내 최초의 피쳐링기능의 적용으로 어미글자의 다양한 형태의 적용이 가능해 졌다는 점은 큰 특징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점이지요. 봄날체는 이러한 특징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디지털화된 폰트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감성을 불러일으켜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봄날2'는 이전에 개발된 봄날과 같이 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의 펜글씨를 바탕으로 제작된 두 번째 작품이에요. '봄날2'는 '광고의 카피로 쓰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손글씨', '자소의 느낌을 다양하게 하여 디지털이 가진 느낌을 최대한 없앤 폰트' 등 봄날이 가지고 있었던 콘셉트를 가지고 가며, 기존 봄날이 가는 펜글씨 느낌의 여성스럽고 따듯한 분위기의 3월에 처음 맞이하는 새봄이라면, '봄날2'는 남성적인 필력을 가미하고 질감을 살려 활기찬 5월의 봄을 표현하고자 했답니다. 


'봄날2' 원도 <출처: 정글 매거진>


'봄날2'의 큰 특징으로는 원도에서의 자연스러운 흘림과 손글씨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문장 속에서 같은 글자라도 여러 개를 비교 선택하고 집자 하는 방법으로 디자인 되었어요. 낱자 원도에서 각 자소의 모양새나 특징, 초성·중성·종성으로 이어지는 동세를 파악하고, 같은 초성 'ㅇ'이라 하더라도 같지 않게, 같은 중성 'ㅏ'라 하더라고 같지 않게, 같은 종성 'ㄹ'이라 하더라도 같지 않게 하여 최대한 손글씨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하였어요. 


각기 다른 형태의 종성 'ㄹ' <출처: 정글 매거진> 


책표지에 쓰인 '봄날' <출처: 교보문고> / '봄날2' 지면광고 <출처: 윤디자인>


'봄날', '봄날2'와 같은 여러 캘리그래피 서체들을 통해 규격화, 정형화된 서체에서 벋어나 감성의 낭만주의가 풍기는 멋진 이야기를 준비하며, 잠시나마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던 저의 감성 세계에 봄비를 내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본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