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

‘시간 없다’는 건 핑계! 회사 다니면서 창의적 시간 보낸 직장인 3인방!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말했습니다. “현재의 일만이 자신이 가진 전부라면 결국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또 이런 말도 했죠. “좀 더 젊었을 때 경쟁 없는 삶과 커뮤니티, 진지한 취미 생활, 제2의 경력 등을 찾아봐야 한다”라고.

 

예일대 로스쿨의 스티븐 건 교수는 2003년 졸업식 연사에서 이렇게 충언했습니다. “여러분의 직업은 결코 여러분이 누구인지 정의하지 못합니다. 열심히 일하되, 일에 휘둘리지 마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직업이 아닙니다”라고.

 

이 두 석학의 이야기는 일개 샐러리맨인 제게 강력한 주문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그러나 그 일에 함몰되지는 마라.’ 요하자면, 이런 결론이겠죠. 진정한 창의력이란 바로 이런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과도하게 기합이 들어간 자세로는 아무래도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기가 힘들 테니까 말이죠. 그래서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습니다’, ‘See the Unseen’ 등의 카피로 유명한 광고인 박웅현은 “아이디어는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야 하는 것”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당신은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죠. (You can do a lot in a day.)” / 출처 : 영화 ‘인 타임’>

 

서두부터 벌써 세 명의 말을 인용했네요. 그런 김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회사 생활하며 창의적인 내 시간 갖기에 성공한 인물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아마 이들 앞에서는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꺼내기가 멋쩍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평생 170권의 저서 남긴 직장인, 류비셰프

 

첫 번째로 만나보실 인물은 러시아의 생물학자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입니다. (이름 참 길다..) 그는 1890년에 태어나 1972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학술서적 70권과 연구논문 1만 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을 남겼다고 합니다. 65세에 은퇴하기 전까지 연구소와 대학교 등에 소속되어 꾸준히 일을 한 직장인이었죠.

  

<직장의 신, 시간을 정복한 남자, 그 이름 류비셰프! / 출처: @дневники>

 

류비셰프의 생애를 다룬 평전(‘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데요. 이 책에 묘사된 내용에 따르면 류비셰프는 ‘매일 8시간 이상을 자고 운동과 산책을 한가로이 즐겼으며 한 해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던 사람. 보통 남자들이 그렇듯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직장에 다녔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편지를 즐겨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는 일기장에는 자신의 일 평균 업무량이 7~8시간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에 비해 1~2시간 정도 덜 일한 셈이긴 한데요. 그렇다 해도, 고작 그 한두 시간의 여유만으로 평생 170권의 저서를 남겼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죠.

 

※ 한국 직장인 일 평균 근로시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0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을 설문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하루에 9시간 26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평전의 제목처럼 류비셰프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였습니다. 자신의 일과를 분 단위로까지 세분화하여 매일 같이 기록했다고 하니, 시간에 대한 그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이 되시죠? 이런 철저한 시간 관리야말로, 류비셰프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방대한 저서를 남길 수 있었던 엔진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적을 둔 분야는 자신의 업인 생물학을 비롯하여 문학, 철학, 역사, 윤리학 등 다종다양했다고 해요.

 

류비셰프의 삶은 언제 되짚어보아도 회사원인 제게 큰 자극이 됩니다. ‘스타워즈’에는 오비완 케노비, ‘슈퍼스타K’에는 이승철이 있다면, 직장인들의 월드에는 류비셰프 마스터가 계십니다.

 

 

현직 기자 출신으로 문학상 수상, 장강명

 

두 번째 인물은 현재 동아일보 산업부 소속으로 재직 중인 장강명 기자입니다. 그는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에서 장편소설 ‘표백’으로 당선된 현직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 역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기는 하나, 문학의 글쓰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장강명 기자는 정식 문학 수업을 받은 적 없이 자력으로 소설 창작을 공부했다고 해요. 도시공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시절 PC통신의 SF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게시판에 SF소설을 연재하고 동호회원들로부터 이런저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 유일한 문학 수업이었다는 것이죠. 대학교 졸업 후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그의 소설 창작은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활용해 소설을 완성해나갔다고 하는데요. 그런 지속적인 ‘글 내공’이 날마다 쌓이고 쌓여 문학상 수상, 소위 말해 등단까지 이어진 것이죠.

 

<장강명 기자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 / 출처: 네이버 책>

 

장강명 기자는 전업작가로 전향할 계획은 없다고 말합니다. 2011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업작가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생활인으로서 밥벌이를 하고, 동시대의 구체적인 현실을 호흡하면서 쓰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글쓰기”라고 밝혔습니다. 기자로서,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스스로를 균형감 있게 끌고 가고 싶다는 말로 들렸는데요. 실제로 그는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기 1년 전인 2010년에, 한국씨티은행에서 주최하는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장강명 기자를 보며 회사원인 저는 ‘균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회사 안과 회사 밖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그 둘을 조화롭게 끌어나가는 힘이랄까요.

 
 

기업 경영하며 미술가로 활동, 강석진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만났던 인물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전(前) GE코리아 최고경영자(CEO) 강석진 씨입니다. 2010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G20 월드 아티스트 페스티벌’ 전시회가 충무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는데요. ‘세계 각국의 화가들이 참여하여 국제 화합을 이루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강석진 씨였는데요. 당시 저의 사수가 그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저는 사진 촬영을 겸하여 동행해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월간 ‘예술세계’ 2010년 11월호에 실린 강석진 씨의 인터뷰 기사>

 

강석진 씨는 기업인으로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1981년 GE코리아 CEO로 부임한 뒤, 21년 만인 2002년에 정년퇴임 했는데요. 부임 당시 종업원 10명, 매출 260억 원 규모였던 회사는, 2002년 퇴임 당시 종업원 1,100명, 매출 4조 원, 계열사 17개를 거느린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회사 성장에 CEO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물론이었죠. 그는 국내 외국기업 경영자 중 최장 재직 기간을 기록한 CEO로 남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강석진 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곳은 그의 화실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나갈 때도 반드시 화구를 챙길 정도로 그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그였는데요. 인터뷰에서 말했던 한마디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출근을 두 번 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선 경영에 완전히 올인하고, 일단 사무실을 나와 화실에 두 번째로 출근을 하면, 오직 그림에만 집중한다는 뜻이었죠. 그런 두 번의 출근을 지속해온 결과가 바로, 그의 화실에 빼곡히 쌓여 있던 화폭들이었겠죠. 한국미술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정식 화가인 그가 밝힌 회사를 떠나는 이유 역시 ‘미술에 전념하고 싶어서’ 였으니, 그가 미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더 말해 무엇 할까 싶네요.


  

<“시간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리하지. (Time is always against us.)” / 출처: 영화 ‘매트릭스’>

 

비록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는 이렇게 겁을 주었으나, 본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린 류비셰프, 장강명 기자, 강석진 전 GE코리아 CEO를 만나보니 꼭 시간이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죠? 이들 세 인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레슨은 역시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철저한 시간관리
② 회사 안과 회사 밖의 조화로운 구분
③ 지속 가능한 꾸준함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갖춘다면, 소설가 김중혁의 에세이 제목처럼 ‘뭐라도 되겠지’ 싶은 것이죠. 혹시나 회사 생활이 무료하게 느껴지는 직장인 여러분. 부디 뭐라도 되기를 바라며(응?), 본 포스트의 세 가지 요소를 꼭 실천해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