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마른 장마가 계속되더니, 이번 주는 내내 비가 내렸어요. 무더위를 생각하면 비 오는 것이 다행인데, 비에 젖어 눅눅해진 일상을 마주하자니 해가 그리워져요. 장맛비처럼 오락가락한 날들의 연속이네요.
참, 이번 달 중순이면 본격적으로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죠. 아찔하도록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으로, 휴가 기분 내기 딱 좋은 바다로, 초록의 기운이 가득 담긴 휴양림으로, 이도 저도 아니면 집에서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수박 먹으며 독서를 해도 좋겠네요. 여러분의 7월 휴가 계획은 어떠한가요?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의 7월은 활자 디자이너 이새봄의 ‘새봄체’ 글꼴 발표 전시회로 채워져 있답니다. ‘새봄의 흐름’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수요일 문을 연 전시.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함께 알아보러 갈게요~
새봄체와 한글글꼴창작지원제도
이새봄 작가가 만든 ‘새봄체’는 제4회 방일영 문화재단의 한글글꼴창작지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글자랍니다. 7월 3일(수)~7월 17일(수)까지 윤디자인 갤러리뚱에서 열리는 ‘새봄의 흐름’ 전시는 바로 이 글자를 발표하는 자리이자, 새봄체를 만들어왔던 2년간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전시입니다.
글자를 만든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새봄’은 ‘새로운 봄(spring)’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새로 보다’라는 말로 풀어 쓸 수도 있대요. 새로 보다, 새롭게 보다… 무엇을 새롭게 봐야 할까요? 활자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활자를 대할 때 이전의 눈으로 보지 말고, 새롭게 바라보자는 디자이너의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중의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글자의 이름을 ‘새봄체’로 지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글자가 태어난 고향 같은 곳~ 방일영 문화재단의 한글글꼴창작지원 제도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2003년 방일영 문화재단이 기금 2억 원을 문화예술위원회에 출연(出捐)해 기금 출연자가 지정하는 사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해요. 당시 조선일보 아트디렉터였던 조의환(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은 기금을 본문용 창작 한글글꼴을 개발하는데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기로 발의하고 여러 전문가와 협의하여 그 사업의 주관은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비닥)가 맡도록 하였답니다. 이로써 비닥에 한글글꼴특별위윈회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 위원회가 지원 대상자를 선발하고 기금을 제공하는 등 일체의 운영을 담당하게 되었던 거지요.
그렇다면 왜 한글글꼴 지원이었을까요? 디지털 폰트 시대를 맞아 수많은 한글 폰트가 개발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디스플레이 타입의 폰트이고 정작 새로운 본문용(인쇄 매체) 폰트는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현실적으로 따르지 않기 때문에 폰트 전문 기업들도 쉽게 손을 대기 어렵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이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경험과 축적된 기술 없이는 아무나 개발할 수도 없는 것도 걸림돌이죠. 또, 개인이 아무런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년간 작업에 매달린다는 것은 더욱 어렵고요.
이런 배경으로 탄생한 한글글꼴창작지원금 제도는 한글 글꼴의 발전을 위하여 본문용 활자를 연구하며 개발할 작가를 선정하고, 그가 글꼴을 만들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 없이 2천만 원을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는 문화예술계 초유의 거대한 창작 지원금으로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일조를 하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랍니다. 수혜자에게는 오로지 2년 기간 동안 글꼴을 완성하여야 한다는 것 외에 어떠한 제한도 하지 않고, 모든 권한(저작권)도 개발자가 가지도록 하는 순수한 창작 지원 제도입니다.
이 제도로 2013년까지 총 4종의 창작 한글 글꼴이 디지털 폰트로 탄생했는데, 2006년 이용제의 세로쓰기 전용 한글 폰트 ‘꽃길체’, 2008년 임진욱의 ‘정조체’, 2010년 류양희의 ‘고운한글’이 발표되었답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네 번째로 궁체의 현대적 해석, 가로쓰기 본문용 붓글씨체인 이새봄의 ‘새봄체’가 발표를 앞두고 있어요. 그 발표를 이번 ‘새봄의 흐름’ 전을 통해 하는 것이랍니다.
새봄체 발표 전시회 ‘새봄의 흐름’ 전
‘새봄의 흐름’ 전시에서는 새봄체의 시작(제작의도, 콘셉트에 대한 설명), 새봄체의 제작 과정(원형에 대한 공부, 자형 설계 모습), 앞으로의 새봄체(언제 출시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시간의 순서대로 볼 수 있어요. 평면적 특성의 활자를 입체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설치하여 디자인 도구로서의 활자가 아닌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활자로 분하여 직접 만져보며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답니다.
이와 함께 윤디자인연구소가 발행하는 디자인&타이포그래피 웹진 ‘타이포그래피 서울’에 이새봄 디자이너가 직접 새봄체 탄생기를 3편에 걸쳐 연재하고 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타이포그래피 서울’로 들어와 보세요!
또 한가지~ 전시장에 오시면, 오는 한글날 출시 예정인 새봄체를 직접 써볼 기회가 마련된다고 해요. 물론 사용을 원하는 모든 분께 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새봄체 출시를 앞두고 ‘사용성 평가’를 해주실 분들께만 드리는 거랍니다. 전시장에 마련된 컴퓨터에 신청 사이트를 열어 두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성실하고도 정성스럽게 써 주신 분 중 100명에 한해 ‘새봄체 미리 써봄’ 버전을 보내드린답니다. 이새봄 작가가 직접 선정한다고 해요. ‘새봄체 미리 써봄’ 버전에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글자 500자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한 달 동안 써 보시고 8월 15일까지 새봄체 사용기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의 마음으로 곧 출시될 새봄체 ‘도움 주신 분들’로 이름을 넣어 드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제4회 방일영 문화재단 한글글꼴창작지원작 '새봄체' 발표 전시회 <새봄의 흐름> 전
전시 기간 : 2013년 7월 3일(수)~7월 17일(수)
전시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윤디자인연구소 ‘윤디자인 갤러리뚱’
전시 시간 : 평일 10:00~18:00, 주말 11:00~17:00
오프닝 세미나 : 2013년 7월 3일(수) 오후 6시, 윤디자인연구소 1층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후원 : (재)방일영문화재단,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그래피 서울
공동 기획 : 소셜크리에이티브
총 2,350자. 개인이 글자를 만든다는 것, 그 깊은 정성과 과정의 인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소중한 과정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참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쪼록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새봄체’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름처럼 그 모습도 참 고운 새봄체,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 처음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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