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4.

쓸모 없어진 것들의 반란, 성도형 개인전 ‘새롭게 보다: 무의미’


시간이 지나 낡고 쓸모 없어진 물건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가차 없이 버리든 ‘언젠간 쓰겠지…’ 라며 어딘가 쌓아두든 둘 중의 하나겠지요. 만일 후자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쓰는’ 그런 일은 극히 드물어, 결국은 버리는 쪽으로 결론짓고 가차 없이 버려지는 것은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렇게 버려지는 것들도 처음엔 상당한 포부를 안고 태어났을 텐데, 한 순간 바뀌는 운명이라니... 그것들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는 지금, 의미 없는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성도형 작가의 개인전 ‘새롭게 보다: 무의미’가 열리고 있어요. 성도형 작가는 그동안 10원짜리 동전과 책, 잡지 등 버려진 것들을 가지고 새로운 조형물을 만들어 다양하게 보는 방법을 제시해 왔답니다. 일반적인 의미를 깨고 무의미 자체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예술 여행~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상대적이며 무한한 ‘의미’의 의미



그동안 성도형 작가는 묵묵히 철학과 개념 그리고 예술적 미감을 동시에 추구하며 자기 고민과 실험을 하는 예술가로 평가됐습니다. 종이 말기, 대팻밥 뭉치기, 선 긋기, 동전 쌓기 등의 작품은 이러한 것들을 근간으로 표출되는 작업인데요. 작가는 이렇게 무의미한 듯 보이는 작업을 통해 그것이 의미를 갖는지 지속해서 실험하는 것이랍니다. 종이는 말면 말수록 점점 부피가 생기고 입체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펜을 들고 선을 긋는 작업은 하나의 선을 따라 선을 그리고 또 긋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그린 선에서 선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의미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로써 의미는 관계 안에서 존재하며 의미는 상대적이면서 무한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볼게요. 전시된 작품을 보면 드로잉, 동전을 쌓아 만든 벽돌, 종이 기둥, 대팻밥 기둥,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작업으로 나뉘어 있어요. 우선 드로잉을 살펴보면 ‘오륜기 시리즈’, ‘흑 시리즈’가 있는데요. 이것들은 처음에 소개한 것처럼 곡선을 잇고 또 이어서 그린 작품이랍니다.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마치 하나의 나무에서 나온 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도의 등고선처럼 보이기도 해요. 성도형 작가의 드로잉은 이처럼 특정한 것을 재현하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닌 감성의 흐름을 추적하는 ‘마음 따라 그리기’에 가깝대요. 마치 손의 움직임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선들의 율동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다음으로 10원짜리 동전을 쌓고 이어 붙여 만든 벽돌인데요. 헤지고 흠집 난 동전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이 동전 벽돌은 그동안 1988년에 생산된 동전을 모아 88올림픽 기념 벽돌로, 2002년에 생산된 동전을 모아 2002 월드컵 기념 벽돌로, 동전 한쪽 면만 이용하여 국보 20호 기념 벽돌로 만들어졌었대요.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20호 기념 벽돌을 볼 수 있답니다. 작가는 이렇듯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동전들에 새로운 가치를 들춰내며 각각의 의미를 기념하는 기념물로서 재탄생 시킨 거래요. 



다음은 기둥 시리즈. 종이 기둥과 대팻밥 기둥이 공중에 매달려 있거나 또 다른 기둥에 고정되어 있네요. 종이와 대팻밥을 모아 둘둘 마는 과정에서 생긴 나이테 모양의 원과 나무껍질 같은 문양은 자연의 재생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문명 일부에서 본래 모습이었던 나무의 모습으로의 재탄생. 의미 없던 폐지와 대팻밥이 자연으로 회귀하며 ‘아름답다’는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 거지요. 어찌 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나무 가공품보다 더 나무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반전의 매력이 살아 있답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했던 작품들입니다.


의미와 무의미, 존재와 비존재, 예술과 비예술 등의 대조적인 개념을 통해 상반되지만 결국은 새로운 관계성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 예술가로서 성도형 작가의 이번 작업들은 그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새롭게 보기, 다시 보기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연장 선상이었다고 해요. 화려한 이미지의 전달이기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개념의 전달이기보다는 전환을 추구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던 의미가 있답니다. 


성도형 개인전 ‘새롭게 보다: 무의미’  

전시 기간 : 2013년 6월 10일(월) ~ 2013년 6월 20일(목)

전시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윤디자인연구소 ‘윤디자인 갤러리뚱’ (찾아오는 방법)

전시 시간 : 평일 10:00~18:00, 주말 11:00~17:00


갤러리뚱의 전시 작품들을 보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수많은 것들에게서 더 특별함을 느끼게 되요. 그렇게 뒤집어 보고, 다르게 보고, 집요하게 탐구하는 예술가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한데요. 이렇게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면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좋은 것, 새로운 것은 함께 보고 공유해요! 그 시작을 윤디자인 갤러리뚱에서 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