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3.

‘기업전용서체와 브랜딩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흥미로운 실험




전용서체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서체에 녹여 그 고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마케팅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브랜딩에는 어떻게 기여할까요? 서체를 근간으로 다양한 디자인 서비스를 하는 윤디자인그룹에 들어온지라, 업무 관련하여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한 논문을 보게 되었습니다.<국내기업의 전용서체 개발과 배포가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원종윤, 김영국)>(2011)입니다. 오늘은 이 논문에서 전용서체와 연관된 심리학 용어인 ‘선택적 주의’에 대한 실험 부분을 간략하게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선택적 주의: 환경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 중 특정한 정보에 주의하는 것으로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심리학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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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스트룹 명명과제’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 논문에 따르면,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코틀러(Phillip Kotler)는<전석매진>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은 둘러싸여 있는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어 이를 선택적으로 처리하여 인지한다.”라고 해요. 그러면서‘선택적 주의’에 대한 것 중 ‘스트룹 명명과제(stroop effect)’라는 실험을 소개했습니다. 이것은 피실험자에게 다음과 같이 자극판을 제시하고 처음 색부터 끝에 있는 색까지 그 이름을 말하는데 걸린 시간을 측정한 것입니다.




그 결과 위 그림 중 오른쪽에 있는 ‘실험자극판’이 왼쪽에 있는 ‘통제자극판’에 비해 정보처리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이는 컬러 외에는 무시되어야 하는 단어를 처리하면서 간섭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간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함이 기업전용서체 역할인 것 같습니다.지금 떠올려보니 삼성, SK, 한화 등 기업들의 이미지는 로고와 그 색이 함께 연상될 뿐 텍스트 단독으로는 기업 이미지 연상까지 처리 속도가 느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선택적 주의에 관한 실험 중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실험도 소개했네요.





이 실험은 관찰자들에게 특정 농구팀의 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어달라고 부탁한 것인데요, 사실은 이 실험 중간에 등장하는 고릴라를 보았느냐 보지 못했느냐를 보기 위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실험 대상자 절반은 고릴라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논문에서는 “선택적 주의에 대한 위의 실험들에서 보이듯이 서체는 도형이나 색과 같은 다른 디자인 요소에 비해 간섭현상이 심할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서체에는 디자인적 요소와 언어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관련지어말씀드리자면, 일반 서체로는 기업 특징을 살린 브랜딩을 기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고유 이미지를 그 자체로 떠올릴 수 있는 전용서체 개발을 통해 이러한 간섭현상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논문에서 코틀러는, “인지는 논리가 아닌 경험에 근거하여 전용서체를 통한 홍보는 서체를 이미지와 별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부각시켜 수용자들을 학습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수용자들은 서체를 인지할 확률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대표 성공사례가 윤디자인그룹에서 개발한 ‘KT올레체’인데요, 기업 전용서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서체로서 자음 빈도수가 비교적 높은 ‘ㅇ’에 특징을 두어 개발하여 서체만으로(브랜드명 없이)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효과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KT올레체로 쓴 문장, ‘ㅇ’ 꼴에 특징을 두어 그 자체로 브랜드를 연상케 한다.(출처: 참고 논문)



이처럼 전용서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습니다. 전용서체 보유한 기업들은 전용서체가 없는 기업들에 비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창의적이고 공익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으로 평가 받는 등 기업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 ‘전용서체’의 활용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 전용서체 담당자로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고객들에게 그 필요성을 전달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끊임없이 스터디를 하는 것이고요. 이런 스터디 하나하나가 제 속에 흡수되어 고객과의 접점을 이루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며, 관심 있는 분들께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자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