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4.

한복을 입고 체코 거리를 돌아다녀봤습니다




“이번 역은 경복궁, 경복궁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주말 약속이 있던 어느 주말, 지하철 안내양(?)의 음성에 따라 경복궁 역에서 내렸습니다. 앞서 가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라고요. 요즘 SNS에서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그 때문인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여름 휴가로 체코에 다녀왔는데요, 한복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저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저만의 한복을 지어 입고 유럽 한복판을 돌아다녔답니다.




그녀, 한복에 눈뜨다



공개된 곳에서 제 이야기를 하기가 조금은 쑥스럽습니다만, 저는 결혼을 코앞에 둔 새신부입니다. 한복에 대한 로망이 있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입을 시도도 하지 않던 제가 ‘이번에는 한복을 꼭 맞추리라’ 다짐했던 이유는 이 때문이지요. 스튜디오 사진 대신 좀 더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싶던 저는 미리 계획된 체코 여행에서 한복을 입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한복도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디자인도 색상도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와중에 어느 생활한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활한복’이라고 하면 학교 도덕선생님들이 입는 옷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는 제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출처: 차이킴 블로그



출처: 리슬 홈페이지


출처: 아영한복 블로그



몇 군데 알아 보니, 이미 ‘차이킴’이나 ‘리슬’, ‘아영한복’ 등 몇몇 브랜드에서 전통 한복의 디자인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과 실용성을 더해 생활한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넋을 놓고 스크랩을 하고 있더라고요.



추천할 만한 예쁜 생활한복 사이트


차이킴

전통 맞춤 한복을 짓던 ‘차이 김영진’이 론칭한 기성복 브랜드로, 전통 한복을 기본으로 과감한 디자인과 자유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울 한남동과 삼청동에 쇼룸을 두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합니다.


리슬

20대 대표가 론칭한 브랜드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발랄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일반적 한복 소재에서 벗어나 레이스, 면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데요, 한복을 스트리트 패션의 한 요소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영한복

전통한복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생활한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녀다운 패턴과 레이스 소재는 아영한복만의 큰 특징이 아닐까 하는데요, ‘전통이 깃든 기성복’이라는 모토답게, 원피스와 한복을 넘나들며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제가 고른 한복입니다.ㅎㅎ 택배를 받자 마자 인증샷부터 찍어댔는데, 사진솜씨가 없어 실물보다 훨~씬 못나게 나온 점이 안타까워요. 이건 정말 실제로 보셔야 돼요. 그리고 직접 입어 보셔아 합니다.




그녀, 사진을 찍다



들고 간 한복을 찍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배경이 예쁘니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더라고요. (얼굴만 빼고요).




하루 종일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서양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바라보더라고요. 일단 찍고 보기도 하고, 옆에 서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꼭 연예인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길을 가던 한국인 관광객들도 ‘한복이다, 한복!’ 이라고 외치며 신기해 하고, 현지인들도 옷이 예쁘다며 한 마디씩 던지기도 하고요.




한복, 일상이 되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제가 느낀 것은 한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일상 생활에서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래전, 이웃 나라들을 여행했을 때 일상 생활 속에서 전통 의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웠었거든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관광지에서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베트남에서는 졸업사진을 찍거나 졸업식을 할 때도 전통 의상 아오자이(aodai)를 입는다고 하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의 한복의 위상은 ‘결혼식 때나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정도’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었어요.


출처: 한복놀이단 페이스북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복이 일상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와, 한복을 입는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한복 클럽파티나 플래시몹 등 문화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한복에 관심 있는 당신, 이런 모임 어때요?


ㆍ한복놀이단(페이스북)

‘한복 입고 놀자!’ 라는 슬로건 아래 거리 캠페인과 이벤트 기획, 한복 관련 정보 공유 등을 하는 모 비영리 민간 단체입니다. 페이스북 팬만 5천여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단체인데, 최근에는 ‘한복 입고 연날리기’, ‘한복 입고 화성 한 바퀴’ 등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답니다.


ㆍ모던한(Modern han)

한국 문화를 국내외에 소개하는 전통 예술 에이전시로, 우리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공연 및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복 입고 국악 공연을 보며, 전통 음식을 먹는 ‘모던한 파티’는 모던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한복 입기 좋은 날

2만 명 이상의 한복 마니아들이 모인 카페로, 한복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한복의 대중화에 이바지 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서로의 한복을 자랑하고, 한복에 대한 정보를 나눔으로써 소통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복진흥센터에서 발표한 ‘2016년 한복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①한복의 캐주얼화가 가속화되고 ②한복의 DI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③한복을 입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지고 ④특별한 일상복으로서의 한복이 부각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여행을 계획중이시라면 한복 입고 ‘인증샷’ 한 방 어떠세요? 여러분도 한복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