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강제 여행을 떠날 것. 제 올해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올해가 벌써 석 달째, 주말을 열한 번이나 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니. 안 간 건지 못 간 건지는 더 따져봐야 알겠지만 사정 반 게으름 반이지 싶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곳은 정말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요, 원고 마감일에 쫓겨 눈물을 머금고 공개합니다. 딱 이맘때 꽃피는 봄에 가면 지나가는 바람이 몸과 마음에 담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떠남

우연히 여행


외암리라는 곳을 목적지로 정해두고 출발한 건 아닙니다. 그냥 온양온천역에 가고 싶었습니다. '역 근처에 시장이 있지 않을까. 지하철역에 있는 관광지도를 펼치면 볼거리가 나와 있지 않을까. 정말 갈 곳이 없으면 온천이라도 있겠지.'란 생각만 가방에 챙겼습니다. 



오후 3시 온양온천역에서 탄 버스는 한갓집니다.



외암은 솔직히 여행지라고 느껴지지 않는 곳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여행이라고 정의하는 분이라면 그런 건 전혀 못 보실 거예요. 할머니가 계신 시골집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여행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하나 더 나열하자면, 전철과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지하철 1호선을 타면 2시간 반, 기차를 이용하면 2시간.(천안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야 합니다.) 다시 온양온천역에서 100번 또는 101번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외암 3리 버스 정류장. 여기서 다시 10분 정도 걸으면 외암 민속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만남

나무다리, 돌담, 그리고 초가


외암 민속마을은 동성(同姓) 마을입니다. 씨족마을이라고도 합니다. 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마을이란 뜻입니다. 초기에는 강 씨와 목 씨 등이 정착해 마을을 이루었다가, 조선 명종(明宗) 때 장사랑(將仕郞)을 지낸 예안이씨(禮安李氏) 이정(李挺)이 이주해 오면서 동성마을이 되었습니다. '외암(外岩)'이라는 이름은 이정의 6대손인 이간(李柬)의 호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마을 초입엔 제법 큰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개울이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만듭니다.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외암 1리, 외암골입니다. 저 멀리 나무다리도 보입니다. 물레방아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도 있습니다.





전통마을이 그렇듯, 외암마을도 입구에서 마을 중심으로 곧장 가는 안길과 굵은 나뭇가지에 작은 가지가 뻗은 듯 샛길이 나 있습니다. 안길을 따라가면 마을의 중간쯤에서 참판 댁이나 종가의 멋진 기와집을 볼 수 있습니다. 


외암마을의 매력은 돌담에 있습니다. 가옥의 경계를 모두 돌담으로 쌓아 올렸습니다. 돌담 사이로 봄이 보이기도 합니다. 높지 않은 돌담은 덕수궁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설렁설렁 쌓아올린 것처럼 허술해 보이지만 이래 봬도 500년을 꿈쩍 않고 견뎌온 돌담입니다. 





식혜 파는 집이 있길래 한번 사 마실 겸 들렀습니다. 식혜 샀다는 핑계로 집 구경도 좀 했습니다. 외암마을의 가옥을 규모로 구분하자면 제가 구경한 초가는 소규모입니다. 사랑채와 안채의 구분 없이 안채 단독으로 이루어진 집입니다. 작은 가옥이지만 우리가 사는 아파트보다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장독대를 줄지어 놓을 장소와 텃밭이라면 제가 사는 공간의 반을 줄이더라도 살 만하단 생각입니다. 



 

 


#돌아옴

민속마을 말고 전통마을


마을을 모두 보는 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이 걸립니다. 철마다 장승제, 짚풀문화제 등 마을 행사도 열리고 체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민박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엔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면서 뒤늦게 아쉬웠던 점이 떠올랐습니다. 외암마을에 대한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에서, 그리고 외암마을의 홈페이지에서 ‘민속마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속마을과 전통마을은 어감이 상당히 차이 납니다. 민속마을이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는 느낌을 준다면, 전통마을은 그때 그 생활양식 그대로 보존하여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통에는 옛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자취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본 외암마을은 ‘전통마을’이었습니다. 민속마을이 아니라 전통마을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외암민속마을

주소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전화번호 : 041-544-8290

이용시간 : 평일 09:00 ~ 17:30

길찾기 : 지하철 1호선 온양온천역 하차 → 100번 버스를 타고 30분 → 외암3리 정류장역에서 하차 → 도보 10분이면 도착









Posted by 윤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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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zunny 2016.03.29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말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혼자 생각하면서 걷기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