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6.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전면부 디자인, 요즘은 브랜드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요?!




7년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땀 흘려 번 돈으로 저의 첫 차를 장만했습니다. 자그마한 차였지만 내 차를 가진다는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저는 자동차 디자인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입니다. 수도 없이 많은 자동차를 손으로 직접 그려본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바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각이 아닌, 제 개인적인 시각을 공유하려는 것이니 이점 감안하여 보아주세요.




가지각색 개성이 담긴 자동차의 인상들!


모든 사람이 눈, 코, 입을 가지고 있듯이 자동차의 전면부도 사람의 눈, 코, 입과 상응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얼굴처럼 개성 있는 표정을 지닌 차량을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죠. 개성이 있다 못해 이상한 얼굴을 한 자동차도 많습니다. 여기 재미난 예시 그림이 있습니다.



▶ 어떤 표정을 지은 차가 예뻐 보이나요?  출처(바로 가기)



최근 들어서 자동차의 인상이 강해지고 매우 난해한 디자인도 많이 보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인문학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게 되는데요, 대중의 욕구와 관련해서 잘 드러나는 부분 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러분이 즐겨보는 영화 콘텐츠입니다. 요즘 출시되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용이나 시각적 묘사 부분이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그리고 첨단 SF영화들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의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지요. 날이 갈수록 ‘좀 더’, ‘좀 더’라는 해소 욕구가 만연해 있습니다.




자동차 전면부 디자인, 새롭게 하는 게 더 어렵다고요? 


자동차 디자인에서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디자인할 수 있는 부분 중에는 자동차의 전면부 즉, 얼굴 부분이 될 수 있는데요, 이미 이에 관한 연구는 수 차례 이루어지고 있지요. 심지어는 사람의 얼굴 요소와 자동차의 전면부 조형 요소를 연계하여 연구한 논문도 있습니다. 앞으로 전해드릴 이야기는 자동차의 전면부 디자인이 최근 들어서 ‘왜?’ 비슷하게 디자인되어 나오는지에 대한 디자인적 관점의 이야기입니다. “뭐, 완전히 표절이구만!!” 가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A 브랜드의 ㅇㅇ차는 B 브랜드 ㅇㅇ차와 많이 비슷하네!” 물론, 직접 디자인을 해본 입장에서 봐도 정말 비슷한 차량이 있긴 합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가 일상 속에서 쓰는 제품을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실 텐데요,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 폰, 집에서 매일 보는 벽걸이형 TV,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탠드 형 에어컨 등 거의 모든 제품군이 브랜드 로고를 없애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기본적인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라는 사용 목적이 뚜렷한 제품의 하나이죠.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제품의 예처럼 해외의 자동차 브랜드나 국내의 브랜드가 자동차 디자인 콘셉트를 설정할 때 제작하는 기초 자료에도 국내/국외 구분 없이 뚜렷한 차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IT 기술의 발달도 전 세계 사람들의 문화 국경을 없애는 데에 일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디자인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우스갯소리이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하는 것이 어쩔 땐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우리 닮았나요?  출처[좌](바로 가기) [우](바로가기)



예컨대 위의 두 차량은 출시된 연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출시가 되면 둘 중 하나의 모델은 디자인 표절 의혹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디자이너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표절 의혹을 빚으면서 비슷해 보이는 차량을 디자인할까?’라는 의구심을 품습니다. 그런데 그 해답은 우리에게 질문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은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와 더불어 차별성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디자인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 전면부 인상을 고민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자동차를 파트별로 설명하기 위한 참고 그림입니다.



▶ 자동차 파츠별 참고그림

 


처음 보여드린 자동차 이미지의 전면부를 보시면 상단의 라디에이터 그릴(엔진 냉각장치) 부분과 하단의 인테이크홀 (공기를 받아들여 엔진에서 폭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공기 흡입구) 부분이 하나의 큰 홀로 묶여 보이게 만든 디자인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인테이크 홀을 통해 흡수되는 공기의 양이 많아 보이도록 디자인하였고 고성능 자동차처럼 느끼게 하여 결과적으로 자동차의 인상이 강하게 보이도록 하는 2차원적 의미가 부여된 디자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좀 더 나아가서 두 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우리도 닮았나요?  출처[좌](바로 가기) [우](바로 가기)



제일 처음 보여드린 이미지가 수직적인 통합 형태로 인상을 강조한 스타일링이라면 지금 보시는 이미지는 수평적인 통합 형태로 또 다른 전면부 디자인 형태입니다. 인상을 강조하는 부분을 포함하여 이 차의 성격까지도 알 수 있는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왼쪽 디자인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로 길게 묶어 줌으로써 좀 더 와이드하게 보이게 하고 점잖으면서 스마트해 보이는 인상을 줍니다. 오른쪽의 차량은 헤드램프와 그릴을 묶어주되, 로고쉐입의 주변까지 크게 감싸서 해당 브랜드만의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똑같이 자동차의 인상을 강조하는 방법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자동차 전면부의 레이아웃을 잡느냐가 전체 자동차의 콘셉트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아가서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지금 출시되는 국내 브랜드 자동차가 다른 어떤 브랜드와 비슷해지는 이유는 “강하면서 자극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호 때문에”라는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고 자동차 생산 경쟁업체 중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개선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자동차 디자이너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여기에 자동차 규제 및 법규를 충족하며 이전에 보지 못한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어쩌면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