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8.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타이포그래피 서적 6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무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폰트'와 '타이포그래피'라는 용어는 공기처럼 익숙합니다. 또한, 작업물의 완성도와 생명력을 위해 반드시 호흡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공기는 도처에 있습니다. 책상 한 구석에 잔뜩 쌓여 있는 캔디의 포장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나친 수많은 간판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용기의 홀더, 어제 저녁 서점에 들러 구입한 패션 잡지, ···. 의식하든 안 하든 우리는 디자인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지요. 다만, 그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어떤 이에게는 간과될 따름입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폰트와 타이포그래피란 베이스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가 스팅은 "베이스야말로 화음의 기본이요, 오선지의 근간을 이루는 악기"라고 말했지요. 디자인이라는 오선지에서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의 기능 역시 베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면서, 때때로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기본 중의 기본.


폰트와 타이포그래피를 친근한 태도로 설명한 책 여섯 권을 모아봤습니다. 딱딱하지 않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에세이를 읽듯 한 줄 한 줄 따라가는 사이, '폰트'라든가 '타이포그래피'라든가 하는 디자인 용어들이 친숙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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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의 비밀 2

• 저자: 고바야시 아키라 

• 옮김: 이후린

• 출판사: 예경

• 출간일: 2014. 9. 19 초판 1쇄



2013년도에 출간되었던 <폰트의 비밀> 후속작입니다. 전작의 부제가 ‘브랜드의 로고는 왜 고급스러워 보일까’였는데, 이번 2편은 ‘폰트 디자이너가 세계의 거리에서 발견한 글자와 서체 디자인’이네요. 모노타입(Monotype) 소속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가 독일, 영국, 아일랜드, 방콕, 일본, 한국 등지를 여행하며 사진으로 기록한 각종 간판과 싸이니지(signage) 등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나라별, 도시별 거리 글자의 차이점과 그 이유, 활용된 서체에 대한 이야기, 그 밖에 소소한 에피소드 들을 담았습니다. 각 장마다 큼직하게 실린 사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부담 없이 술술 넘겨가며 읽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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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에세이 개정판

• 저자: 에릭 슈피커만

• 옮김: 김주성·이용신

• 출판사: 안그라픽스

• 출간일: 2003. 10. 27 초판 1쇄 / 2014. 10. 20 개정판



2003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꾸준히 디자인 분야 스테디셀러로 읽혀온 '타이포그래피 에세이'가 개정판으로 새 옷을 입었습니다. 초판과 개정판 모두 한 출판사(안그라픽스)에서 나왔습니다. 개정판 표지에는 원제인 'Stop Stealing Sheep & Find out How Type Works'를 염두에 둔 듯 일러스트 양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양을 훔친 당신에게 필요한 타이포그래피 지침서’라는 부제도 눈에 띄네요. 초판에 비해 본문 레이아웃이 훨씬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사진과 텍스트를 번갈아가며 보는 데 시각적으로 무리가 없군요. 


※ "양을 훔치다"라는 표현은 서체 디자이너 프레데릭 가우디의 말입니다. 자간을 지나치게 늘려 벙벙하게 만드는 것을 마치 한 무리의 양떼 가운데 몇 마리를 듬성듬성 훔치는 일에 비유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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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읽는 동안

• 저자: 헤라르트 윙어르 

• 옮김: 최문경

• 출판사: 워크룸

• 출간일: 2013. 3. 15 초판 1쇄 / 2014. 3. 3 초판 2쇄



네덜란드의 저명한 타입 디자이너인 저자는 첫 장에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 "(···) 과연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읽기의 본질은 적힌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을까, 혹은 온갖 정보 가운데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데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고민을 서서히 확장해나가는 저자의 차분한 지적 시선과 친절한 설명으로 <당신이 읽는 동안>은 채워져 있습니다. 읽기라는 행위를 "눈이 본 것을 뇌가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그 과정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기술했지요. 번역자 최문경은 스위스 바젤 디자인학교 출신의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역자 후기를 통해 헤라르트 윙어르에 대한 간략한 인물 소개를 덧붙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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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 저자: 원유홍·서승연

• 출판사: 안그라픽스

• 출간일: 2004. 3. 31 초판 1쇄 / 2012. 10. 8 개정판



타이포그래피의 역사, 구조, 시스템, 구문법, 실습 등을 다룬 이론서입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교과서는 아니니 안심해도 됩니다. '천일야화'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본문을 구성하는 기본 틀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셰헤라자데로부터 밤새 이야기를 듣는 술탄처럼 편안하게 저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시기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공간은 형태(form)로 말미암아 탄생하는 반형태(counterform)다", "여백은 형태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형태다", "결핍과 보상의 개념은 밀물과 썰물, 보름달과 그믐달, 낮과 밤 등과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등 근사한 문장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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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의 숲

• 저자: 이재민, 이기섭, 김장우, 조현, 문장현, 박우혁, 슬기와 민, 김형진, 조현열, 김경선, 정진열, 김두섭, 오진경, 이재원, 성재혁, 유지원, 민병걸, 이충호, 이장섭, 크리스 로

• 출판사: 홍디자인

• 출간일: 20013. 10. 25 초판 1쇄



저자들의 이름이 숲 속 나무들처럼 빼곡합니다. 디자이너 스물두 명이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저마다의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작품론, 디자인 철학, 요즘 디자인에 대한 생각, 유학 시절 이야기 등 디자이너 개인의 색채가 느껴지는 에세이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605쪽 분량의 두꺼운 책이지만 각 장이 저자별로 구분되어 있어, 읽는 데 긴 호흡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첫 장부터 성실히 차례대로 읽어야 하는 부담도 없습니다. 흥미로워 보이는 글부터 취향대로 읽어나가면 됩니다. 특히 스위스 바젤 디자인학교 유학 시절을 회상한 최문경의 글에는 볼프강 바인가르트 교수의 '빡센' 지도 스타일이 언급돼 있어 흥미롭네요. 





6. 더 타이포그래피

• 저자: 정병규, 홍동원, 장성환, 송성재, 편석훈, 한재준, 김민, 강병인, 정은숙, 김경래, 이지원, 유지원 외

• 출판사: 윤디자인연구소 

• 출간일: 2014. 12. 05 초판 1쇄 



방송, 신문, 교육, 출판, 폰트 디자인 등 국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타이포그래피에 관하여 친절히 풀이하는 책입니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이 어떻게 쓰였고 발전해왔는지를 현장감 있는 사례와 자료를 통해 해설해주고 있지요. 특히 저는 정은숙 MBC 영상미술국 국장이 술회하는 30년간의 방송 폰트 역사, 장성환 디자인스튜디오203 대표가 정리한 국내 잡지의 제목용 서체 변천사가 흥미로웠습니다. 방송 프로그램과 잡지라는 친숙한 미디어 채널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