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30.

도심 출사 여행기, “나는 서촌에 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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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사람들이 서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옛 정취가 살아있는 곳이라고. 하도 좋은 곳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가보지 않아도 꼭 서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처럼 생생하고 정겨운 느낌마저 듭니다. 그 정겨움을 이번엔 피부로 느껴보고 싶어서 일요일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이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5분이면 흔히 이야기하는 서촌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30분, 천천히 걸어 4~50분 정도면 말로만 듣던 수성 계곡에 도착하는데요, 전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천천히 눈과 마음에 담고 싶었지만 두 시간만에 담을 수 있는 곳은 아닌가 봅니다. 


최근에 TV에서 소개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동네라 사람이 많은 것이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당황스러웠습니다. 통인시장에서 서촌재를 거쳐 수성동 계곡까지 가는 길에서 만난 것의 반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사진을 찍다 보니 이 사진만큼 서촌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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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주 친절하게도 되는대로 종이 박스를 죽 찢어 선을 그리고 점을 찍었습니다. 아마도 서촌 재라고 적어놓은 언덕배기 집에 사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남의 집 담벼락에 못질을 해서 이런 종이 조각을 붙여 놓을 리 없으니까요. 날려 쓴 듯 멋진 필체로 적어놓은 약도는 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하여튼 무심한 듯 붙어있는 저 약도처럼 서촌은 고급스럽지 않아 감사한 곳입니다. 경복궁 서쪽 마을이 아니었다면 1910년 이후 지어진 개량한옥도 다 밀려 사라졌겠죠. 인왕산 자락 아래에 있던 옥인 아파트 철거를 결정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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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인연립



미안하지만 가장 좋았던 곳은 1970년 즈음 지어졌을 법한 3층짜리 옥인 연립입니다. 지금이야 같은 아파트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이지만 옥인 연립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후가 되면 모두 옥인 정자에 모여 앉아 사는 이야기에 해지는 줄도 모르고,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았겠죠? 이런 상상을 끊임없이 만들어주더군요. 


물론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수많은 가게와 공방들을 거쳐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욕먹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 흔하디 흔한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서촌이 가지고 있는 옛 건축양식과 분위기에 끌려 건물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겠지만 말이에요. 



이상(1910.9.23~1937.4.17)의 집



 대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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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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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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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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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장수



걱정입니다. 또 다른 마을이 사람들로 인해 색이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전 잘 모릅니다. 서촌이 어떤 곳인지. 단지 수수하고 평범하단 느낌뿐입니다. 이런 느낌 또한 젊은 뽑기 장수 옆에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의 대화에서 느낀 겁니다. 


아직 서촌을 가보지 않았거나 다시 가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가이드와 함께 하세요. 종로구청에서는 골목길 관광 해설사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주말엔 가지 마세요. 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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