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0.

현실이 된 공상, 우리 일상에 펼쳐지는 SF영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원시시대의 유인원이 손에 들고 있던 뼈다귀를 머리 위로 던지고, 그것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던 화면은 곧바로 다음 컷에서 광활한 우주 위를 상공하는 비행선을 비춥니다. 뼛조각으로부터 우주선까지, 인류 도구(기술)의 발전을 이토록 명징하게 정리하다니요. 요샛말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되겠습니다. 



<유인원의 뼈다귀는 오늘날 우주선이 되고 / 출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캡처>



도구를 사용하고 발달시키려는 욕구는 인류의 습성입니다. 유인원의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들은 끊임없이 '뼈다귀'를 휘두르고 세련 해왔지요. 영화 제작에 쓰이는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라는 기술 역시 그러한 '뼈다귀'에 해당할 것입니다. 실사인지 모조인지 헷갈릴 만큼, 현재의 CGI 표현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이는데요, 특히 SF 영화에서의 CGI 활용은 두드러지죠. 영화 속 리얼(real) 같은 언리얼(unreal)이 종종 '리얼 리얼리티(real reality)'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처럼, 뼈다귀가 비행선으로 바뀌는 장면들이 스크린 안과 밖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이죠. 큐브릭 감독의 탁월한 메타포에 영감을 받아, 이번 포스트는 SF 영화 속 다양한 기술들이 현실화된 사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미래의 자동차, 날개를 달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워낙 자주 접한 탓일까요?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왠지 새로울 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 없는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극 속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아직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상 주행과 공중 이륙 및 비행이 가능한 교통수단은 이미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로더블 에어크래프트(a roadable aircraft)' 혹은 '플라잉 카(a flying car)'라고 불리는데요. 비록 소규모이긴 하나 전문 개발업체도 있습니다. 향후 20년 이내에는 도로뿐만 아니라 상공에서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전문 개발사인 Terrafugia의 제품 / 출처: 유튜브




미래에는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 타게 될까? 


1990년 개봉한 폴 버호벤 감독의 SF 영화 <토탈 리콜>에는 '조니 캡(Johnny Cab)'이라는 택시가 등장합니다. 로봇 '조니'가 운전하는 택시인데요. 주인공 더글라스(아놀드 슈워제네거 분)가 로봇 기사에게 행선지를 알려주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죠. 놀랍게도 이러한 '로보 택시(Robo-Taxi)'는 이미 미국의 몇 개 도시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자동 운전 택시 기술을 만든 업체는 우리가 잘 아는 '구글'입니다. 구글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Google Chauffeur(구글 기사)'라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그 기술입니다.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길을 찾아 주행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30만 마일(약 48만 2,800km)의 시험 주행을 마친 상태라는군요. 네바다•플로리다•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 운전 차량 상용화를 승인하였으며, 텍사스에서는 관련 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Google Chauffeur'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무인 자동차 시험 주행 / 출처: 구글 유튜브 채널




데이터 스토리지 신기술 '슈퍼맨 메모리 크리스탈' 


영화 <슈퍼맨>의 인상적인 장면 하나.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토나이트 행성에는 방대한 정보가 저장된 비밀스러운 공간, '고독의 요새(the Fortress of Solitude)'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조각들이 많은데, 이것들이 바로 크립토나이트 행성의 데이터 스토리지입니다. 외계인들의 외장 하드인 셈이죠. 아, 정정하겠습니다. 더 이상 외계인들만의 것은 아니네요. 2013년 영국 사우스앰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에서 쿼츠 글래스(Quartz glass, 석영 유리)로 만든 나노구조(Nanostructure)의 데이터 스토리지를 선보였으니까요. 최대 360 테라바이트까지 저장할 수 있고, 1000°C에서도 끄떡없는 내열성을 지닌 이 기기는 '슈퍼맨 메모리 크리스탈(Superman memory crystal)'이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영화 ‘슈퍼맨’에 등장하는 크리스탈 모양의 데이터 스토리지 / 출처: 영화 장면 캡처


'슈퍼맨 메모리 크리스탈'의 원리를 설명한 이미지 / 출처: http://goo.gl/ghe3n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 만에 도착? '튜브 트랜스포트 시스템'


첨단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엘론 머스크(Elon Musk)'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현실의 토니 스타크(the real-life Tony Stark)'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죠. 그는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 대표이사, 우주 기술 연구 회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태양광 시스템 업체 '솔라시티' 회장으로서, 다양한 첨단 신기술들을 개발해내는데 자기 인생을 내건 듯한 남자입니다. 그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튜브 트랜스포트 시스템(The Tube Transport System)'은 말 그대로 튜브를 이용한 교통 체계입니다. 튜브 내부의 공기층(cushions of air)을 타고 달리는 28인용 특수 이동 수단을 개발한다는 계획인데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군요. 아직 구상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엘론 머스크가 실현해낸 각종 기술과 성과 들을 상기해본다면, 튜브 트랜스포트 시스템에 대한 기대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엘론 머스크의 튜브 트랜스포트 시스템 구상 스케치 / 출처: BBC 뉴스



근육질 기계 '터미네이터'가 현실로?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기계의 무서움을 살벌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근육질 액션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살인 기계 '터미네이터'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문짝을 한 손으로 떼어버리는가 하면, 쇳조각을 엿가락처럼 구부리고, 거구의 남성을 한 손으로 집어던지던 터미네이터의 위용! 어쩌면 현실에서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근육보다 무려 1,000배 강한 '로보틱 머슬(Robotic Muscle)'이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이 어마어마한 로봇 근육의 재료는 '바나듐 이산화물(Vanadium dioxide)'이라는 금속 물질로서, 온도 변화에 따라 형태와 구조를 스스로 알맞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근육질의 로봇 팔을 가진 기계들, 혹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오게 될까요?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의 한 장면 / 출처: 영화 장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