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1.

사랑하기 좋은 봄날, 사랑을 쓰려거든 손글씨로 쓰세요!


꿈으로 가득 찬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노래의 리듬이 바로 떠오르시죠? 아마 따라 불러본 분도 계실 텐데요. 흘러간 옛 노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의 가사 중 일부분입니다. 가슴 아픈 이별의 슬픔이 가사 속에 숨겨있는 노래이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문득 사춘기 시절에 연필을 들고 편지를 쓰던 때가 떠오르곤 해요. 공부를 못해도 상관이 없었고, 얼굴에 난 여드름도 중요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죠. 오직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나의 자유로운 사랑의 감정을 연필로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절이었어요. 그 편지 한 장에 마음 졸이던 시절, 다들 한번쯤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색색의 필기구를 사용해 한 자 한 자 좀 더 예쁘게 쓰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가지각색의 편지지와 스티커들을 고르고 골라 멋지게 편지를 꾸미기도 했죠. 이러한 모든 것들은 사랑을 담은 편지 한 장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었어요.



정성스레 써내려 간 나의 마음, 그 이름은 바로 ‘러브레터’


<출처 : 영화 러브레터>


우리를 추억에 젖게 만들고, 감성에 푹 빠지게 만드는 편지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죠. 1999년 국내에서 처음 개봉되고, 개봉한지 14년 만인 올해 디지털 버전으로 다시 개봉된 영화 ‘러브레터’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과 그와 이름이 똑같은 다른 여인이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되는 이야기에요. 이 영화에서는 동명이인을 혼동한 히로꼬의 실수로 인해 잘못 전달된 편지가 한 남자에 대한 추억 여행으로 그녀를 빠져들게 합니다. 


<출처 : 영화 클래식>


2003년에 개봉한 영화 ‘클래식’에서도 편지가 나옵니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들른 시골 삼촌댁에서 한눈에 반한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요.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그녀를 향한 남자의 마음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답니다. 남자주인공은 개학 이후 학교 친구에게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 받게 되는데, 편지를 받는 상대방이 바로 자신이 한눈에 반한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친구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친구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며 사랑을 더 크게 키우게 되었답니다. 


이렇듯 과거 시절 편지는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담아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하여,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도 했어요.


이름조차 아련해진, 그 이름은 바로 손편지


컴퓨터와 IT기계가 보급화되면서 이메일, SNS와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손편지를 대체하고 있어요. 편지를 쓰기 위해 준비했던 색색의 필기구는 디지털 시대의 한글 쓰기인 한글 자판이, 형형색색의 편지지와 스티커들은 모니터 속 화면이 대신하고 있답니다. 손글씨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독창성은 점점 줄어들고, 편의성만 생각하는 키보드로 타이핑한 디지털 글씨에 손글씨가 밀리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테죠.  


가까운 친구나 연인에게 안부를 묻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안부를 묻고 있기 때문에 굳이 아날로그 방식인 편지와 펜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요. 이러한 디지털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단순히 안부만 전달할 뿐, 그 사람의 감정까지 전달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없이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불편한 현대 사회이기도 하지요.



아무 감정 없이 문자의 틀에 짜인 의미만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은 컴퓨터로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 이미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키보드로 타이핑된 ‘사랑해요’와 손으로 직접 적은 ‘사랑해요’를 비교해봐도 어느 쪽이 더 진심 어린 마음이 표현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시죠?


사람은 점점 편해지려는 성향이 있는데요. 이러한 성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끝없는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까지 불리게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가끔씩 옛추억에 젖어 들고 감성에 빠지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죠. 빠르게 달려온 기술적인 발전 뒤의 사람들은 여유로운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쟁 사회 속의 디지털시대 사람들이 아날로그적 느낌을 찾고 즐기며, 여유롭고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옛 추억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디지털 세상의 중심에서 디지로그를 외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정형화된 틀이 21세기를 지배할 수 없다는 시장의 깨달음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정서가 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디지로그(Digilog)입니다.


디지로그란 디지털(digital)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정서가 결합한 제품과 서비스, 또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변혁기에 위치한 세대를 말해요. 디지털의 장점을 수용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구성된 제품을 일컫기도 해죠. 아날로그적 사고는 디지털 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요소이며, 아날로그적 행태가 디지털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는 인식 아래 인간적 정감과 추억이 깃든 상품에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요.



최근 한 전자업체에서는 소비자들이 아날로그적 향수에 젖고 싶어 한다는 추세에 발맞춰 스마트폰에서도 손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는데요. 마치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듯한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필기감을 강조했답니다. 이 스마트폰은 출시하자마자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답니다. 이것 역시 디지로그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폰트제작업체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유명스타의 손글씨나 작가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화하고 있는데요. 키보드로 타이핑한 디지털 글씨이면서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디지털화된 손글씨’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또한 첨단 기술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디지로그라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지고 있는 손글씨 폰트는 손글씨에서 느낄 수 있던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쓰기 편한 키보드로 타이핑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요. 특히 꾸미기를 좋아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10대와 20대에게 인기가 높답니다. 이 폰트들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옛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여러 가지 손글씨 폰트들 중, 제가 관심 있게 보고 실제로도 사용하고 있는 서체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


윤디자인연구소의 디지로그, 손글씨체 윤폰트를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소설책 165페이지’를 소개해드릴게요. 폰트를 소개한다면서 무슨 소설책 페이지 설명이냐고요? 자, 잘 보세요. 


‘소설책 165페이지’라는 이름의 이 폰트는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의 감성이 느껴지는 서체로, 획에서 보여지는 미묘한 떨림이 손글씨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학창시절 연습장을 찢어 친구에게 편지를 쓰던 그 때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에게 평소 고백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이 폰트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설책 165페이지 폰트에는 한 소녀만이 알고 있을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소설책 165쪽을 펴보세요. ^^



다음은 ‘아스팔트 스캔들’입니다. 새하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쓴 손글씨인데요. 자소간의 크기대비로 리듬감이 살아있고, 획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과 미끄러짐의 표현은 재료의 특성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질감과 크기의 대비는 한 남학생이 사랑하는 여학생에게 편지를 정성 들여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아스팔트처럼 거친 듯 하면서도 강한 남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귀엽고 애교 있는 편지를 쓰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손글씨 폰트랍니다.



세련되고 멋들어진 이 손글씨 폰트의 이름은 ‘로맨틱가이’입니다. 미래에 대한 열렬한 지향을 담은 힘찬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서체로, 자신감 넘치는 비즈니스맨의 능숙함과 세련됨이 느껴져요. 자신감 넘치는 필력이 간혹 날카롭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눈 부시게 비추는 따스한 햇살이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사이로 나를 비추어 주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더불어 봄을 알려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부드러움 마저 느끼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손글씨 폰트는 ‘달콤한 첫키스’입니다. 첫키스의 감미로움을 간직한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써 내려간 손글씨인데요. 부드럽게 흘려 쓴 느낌과 미세한 번짐 효과는 아직 잉크가 덜 마른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 손글씨 폰트로 사랑하는 연인과 편지를 주고 받아 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를 향한 두근거림이 두 사람을 행복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것이고, 그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은 더욱 사랑스럽게 입맞춤 하고 싶어질 거예요. ^^



그동안 우리는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추억 하나를 잊고 살아 왔는데요. 잠시 급히 가던 길을 멈추고 여유롭게 뒤를 돌아본다면 쉽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 비해 아날로그적인 손편지가 많이 사라진 요즘. 펜을 들고 직접 편지를 쓰기에는 어색한 점이 있다거나 디지털 기기가 손글씨 보다 익숙하다면, 손글씨를 대신해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손글씨 폰트로 편지를 보내 보는 건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