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0.

글자 표현의 끝판왕!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여러분은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라고 생각되시나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사물, 감정, 느낌, 생각 등 이 세상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폰트는 가독성을 함께 고려해야 해서 다소 표현이 한정되지만, 레터링은 좀 더 자유롭고 폭넓은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레터링의 정의를 짚고 넘어가 볼까요?


레터링(lettering)이란?


1. 문자를 그리거나 디자인하는 일. 조형적인 목적이나 가독성이 높은 새로운 문자체를 창작하는 것. 즉, 로고타이프 등을 창작하거나 쓰는 것을 말한다. 타이포그래피가 활자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이용하여 지면을 아름답고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인데 반해, 레터링은 어떤 디자인을 위한 특정 목적의 글자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터링 작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읽기 쉽고, 화면 내용과 조화를 이루며, 개성 있고 통일성이 있으며 사용목적에 적합한 것이 좋다.


2. 넓은 의미로는 글자 자체를 작도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영화포스터에 들어가는 제목, 책 표지에 많이 쓰이는 캘리그래피, 로고디자인에 쓰이는 로고타이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좀더 명확한 의미의 레터링은 디자인을 돕기 위한 문자 디자인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서체로는 잘 표현되기 어려운 디자인을 위하여 새롭게 개발한 글자들을 말한다.


(출처: 만화애니메이션사전, 김일태, 윤기헌, 김병수, 설종훈, 양세혁, 2008.12.30,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레터링의 사용 범위는 어떻게 될까요?


로고, 포스터, 웹, 사인물 등 시각디자인 범위 내라면 얼마든지 적용 가능합니다. 레터링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보통 10글자 내외기 때문에 폰트보다 표현과 창작의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10글자 내외의 글자들 안에서 공간이나 크기 등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레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활발한 분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자, 그럼 저와 함께 한글 레터링 방법들을 하나 둘 알아볼까요?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첫 번째 - 단어의 형태를 글자와 결합하라!


이제부터 나올 이미지는 러프 스케치(rough sketch: 본 작업에 앞서 생각나는 대로 거칠게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에 이미지 상태가 고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



이것은 단어가 가진 형태를 글자와 결합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우산을 펼쳤을 때는 둥근 모양이고, 이를 옆에서 보게 되면 삼각형 모양이죠? 이런 형태에 착안해 한글 자소 이응과 시옷에 각각 적용한 뒤, 모음에는 우산 손잡이를 결합해 보았어요. 단어가 가진 의미가 이미지화를 통해서 정확하고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이 됩니다. 이런 형태를 많이 잡아내려면 우선 평소에 주변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차가움’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얼음이 있습니다. 글자가 얼어붙은 듯한 표현을 넣기만 했는데도 왠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느낌이 드시지 않나요?



차가움과 상반되는 개념인 ‘열’입니다. 열이란 단어는 불의 형태와 이글거리는 느낌을 동시에 적용해 보았어요. 열기가 느껴지시나요? 처음 레터링에 도전하시는 분에게는 이렇게 상반되는 이미지와 단어를 추천해요. 두 개의 단어가 너무 달라 더욱 표현하기가 쉽답니다.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두 번째 - 단어의 의미를 글자와 결합하라!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글자에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위 그림 좌측은 참과 거짓이라는 상반되는 단어를 가지고 참은 O, 거짓은 X를 각각의 꼭짓점에 넣어 의미를 그대로 담은 레터링입니다.


우측 이미지는 결별이란 단어의 의미 '서로가 관계를 끊은 형태'를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단어에 적용해 보았어요. 그런데 두 단어가 가운데 거울이 있는 것처럼 똑 닮아있죠? 단어가 결별이 아닌 이별이었다면 느낌이 반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닮아있던 우리 둘이었지만 사소한 차이로 서로 등을 돌리고 이별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억지해석 아니냐며 ^^;)


이처럼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 중에서도 자신이 의도하고자 하는 표현에 최적(?)의 단어가 있을 수 있어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와 대입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랗다”는 표현이 20가지가 넘는 한글의 우수성만큼이나 같은 의미라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출발이라는 단어는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글자에 마치 어디론가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줘서 출발이라는 의미에 들어맞게 스케치해보았어요. 참! 같은 단어라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느낌을 다르게 줄 수 있어요. 박명수 씨가 자주 유행어로 밀고 있는 “추~울~바알~!” 같은 경우는 위 예제와는 다른 느낌이 더 어울릴 테니까요.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세 번째 - 아이디어와 글자와 결합하라!



출발이라는 단어와 상반되는 정지입니다. 정지하니까 문득 정지선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이렇게 타이포와 이미지가 합성되면 이해도와 주목도가 높아져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답니다. 유독 자동차 광고에 타이포가 접목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는 거겠죠?



자소 분리를 통해서 땅과 공중을 공간으로 차별을 둬 보았어요. 땅은 한글 풀어쓰기 형태로, 공중은 종성과 떨어뜨리는 표현으로 붕 떠 있는 느낌을 주었어요. 여기서 공중 단어를 보시게 되면 종성의 타원이 그림자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이 또한 앞에서 언급 드렸듯이 단어 선택의 중요성인데요. 공중이 아닌 하늘이라는 단어를 택했다면 2% 모자란 상황이 되었을 거예요.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네 번째 – 기준선(Guide line)을 만들고 작업하라!


글자에 별다른 특징이 없이도 기준선을 잡고 작업을 하게 되면 입체적이면서도 통일성 있는 레터링이 나오게 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1점 투시, 2점 투시, 3점 투시 등 투시도법을 적용하는 방법, 기본 도형을 응용하는 방법 등이 있겠습니다. 제목에 쓰인 “한글 레터링” 글씨도 기준선을 잡고 작업했답니다.





요즘 많이들 패러디하는 진격의 거인(사실 원작만화는 못 봤어요 ㅜㅜ)을 패러디해서 만들어 봤습니다. 이런 레이아웃은 디지털 폰트가 생기기 이전 80~90년에 지면광고나 방송 프로그램 제목으로 자주 쓰이던 거라 희소성도 있고 재미있는 글자가 많이 나온답니다. 글자를 폰트처럼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서툰 느낌을 줘야 손으로 쓴듯한 느낌도 더 나고 복고 느낌도 낼 수 있답니다. 질감이 들어가면 더 그렇고요. 폰트를 만들 때는 세로 기둥의 두께가 가로 기둥보다 더 두껍지만, 위의 이미지는 반대로 되어있는 부분이 더 많이 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준선 작업 같은 경우는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쓰는 방법과 배경에 직선이나 점선을 그려놓은 뒤 잠가놓고 그 위에서 작업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기준선의 간격은 너무 정확할 필요 없이 본인의 감으로 차이를 주면 됩니다.




사다리꼴의 도형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변형한 구도에요. 4개의 변이 다 기울기가 적용되면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 글씨가 만들어집니다. 글씨에 대한 설명은 다들 느낌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


한글 레터링 따라잡기 다섯 번째 - 글자의 개성만으로 승부하라!



단순하게 글자의 개성만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아이유 양의 “기차를 타고” 라는 노래를 듣다가 작업해 봤습니다. 기울기가 있는 스크립트 체로 표현해 봤어요. 스크립트 체를 사용하면 새로운 느낌과 복고적인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답니다.



“단언컨대, ○○은 가장 완벽한 ○○입니다.”


이병현 씨의 이 한마디가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었죠. 사실 두꺼운 서체는 작업하기 어려운 편이에요. 글씨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흑백의 공간분배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두꺼울수록 더욱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글씨가 많이 나오고 주목성도 높아 한글 레터링을 만들 때는 많은 장점이 있답니다.


레터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종이에 스케치한 후에 디지털 작업을 하는 것이에요. 바로 작업하려고 하면 절대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시고 작업해 보세요. 한글 레터링 분야는 사실 전문 서적도 없고, 국내에서 아직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 많은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이 성장하고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국내에도 유명한 레터링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